음악 분석/낭만파 음악

엘가 최후의 걸작 <첼로 협주곡 E단조>

교클 2025. 7. 1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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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 Edward William Elgar-Cello Concerto in E minor, Op.85

 

에드워드 엘가(1857-1934), 60세 시절의 사진

 

-부제: 실패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뒤늦게 빛을 본 작품, 그리고 빛을 보게 만든 어느 첼리스트의 이야기-

 

이번 글에서 설명할 이 작품은 영국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가 1918년에 작곡을 시작하여 1919년에 완성한 첼로 협주곡 E단조입니다.

엘가는 한때 <위풍당당 행진곡>의 엄청난 인기로 영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작곡가의 위치에 있었지만 이 때 쯤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옛날 작곡가로 취급받았습니다. 그러던 와중 제1차 세계대전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든 시기, 전쟁으로 희생되고 고통받은 영국 국민들에 대한 위로 및 애도를 위한 목적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첼로 협주곡은 발표 당시에는 평이 좋지만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1919년 10월 27일에 퀸즈 홀에서 이루어진 첫 공연은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한 채 무대에 올리는 바람에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 공연에서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자신이 지휘를 맡되 그날 연주할 다른 작품들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앨버트 코츠가 지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앨버트 코츠는 자신이 지휘할 곡의 리허설에만 신경쓰고 엘가에게는 비협조적으로 굴며 오케스트라와의 충분한 연습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 연습 부족의 원인이었습니다.

거기에다 곡의 스타일도 엘가가 1910년에 발표하여 인기를 얻었던 바이올린 협주곡과는 달리 작품 전반에 걸쳐 애수어린 분위기로 진행되다 결국 마무리까지도 비극적으로 끝나기 때문에 관객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것도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엘가의 평생의 동반자였던 부인 캐롤라인 앨리스(그 유명한 <사랑의 인사>의 주인공이 바로 이 분입니다.)도 실패로 끝난 초연 5개월 후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엘가는 창작열을 크게 잃어버렸고 1934년 죽을 때까지 더 이상 이런 대작들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교향곡 3번, 피아노 협주곡 등의 작곡을 시도는 했지만 완성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곡은 엘가 최후의 대규모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곡이 재평가를 받는 데는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1928년에 엘가는 초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철저한 사전 준비 후 첼리스트 베아트리스 해리슨과의 연주로 음반을 발매했는데 이 음반의 경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이후 카잘스, 푸르니에, 로스트로포비치 등의 유명 첼리스트가 연주하여 음반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지금처럼 첼로 협주곡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로 위상이 높아진 데는 아래에 등장할 어느 첼리스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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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클린 뒤 프레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첼리스트가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영국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 입니다.

촉망받던 첼리스트였던 뒤프레는 1965년, 지휘자 존 바비롤리,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이 작품을 녹음하여 발매했는데 그야말로 첼로가 살아 숨쉬는듯한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 연주는 엄청난 화재를 불러모았으며 겨우 20살의 뒤 프레는 이 곡으로 인하여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녀는 1967년에 이스라엘의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과 결혼하였고 남편 바렌보임과 함께 수많은 작품들을 연주하였습니다. 당연히 이 작품도 그와 함께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레코딩도 남겼죠.

그러나…그녀의 인생이 절정기를 맞이한 1971년, 그녀는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무대 위에서 실수가 잦아졌고 결국 1973년에는 첼로를 손에서 놓아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때쯤에는 남편 바렌보임과의 사이도 틀어졌으며 그녀는 결국 1987년, 4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쓸쓸하게 사망하고 맙니다. 

뒤 프레의 연주 이후 이 작품은 첼로 협주곡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기곡이 되었고, 수많은 첼리스트들이 이 곡을 연주하고 녹음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1965년, 스무 살의 뒤 프레가 남긴 연주는 가장 뛰어난 해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그녀의 연주 자체가 탁월했던 것도 있지만, 작품의 분위기, 감정선과 그녀의 비극적인 삶이 너무나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앞으로도 오랜 세월동안 엘가의 첼로 협주곡이 언급될 때면 자클린 뒤 프레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것입니다.

 

1967년의 자클린 뒤 프레, 복장으로 보아 바렌보임과의 결혼식 사진으로 추정됩니다.

 


 

곡의 분석

 

곡은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악기 구성은 플루트 2 , 오보에 2 , 클라리넷 2개, 바순 2 , F조 호른 4, C조 트럼펫 2 , 트롬본 3 , 튜바 , 팀파니 , 현5부(제1 바이올린,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입니다.


1악장: Adagio – Moderato

엘가-첼로 협주곡, 자클린 뒤 프레 첼로, 존 바르비롤리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이하 동일)

3부 형식으로 첼로의 깊고 어두운 멜로디로 시작하는데 이 5마디의 도입부는 곡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4악장 마지막에 다시 등장합니다. 
1악장은 아타카로 끊김 없이 2악장으로 바로 넘어갑니다.

 


2악장: Lento – Allegro molto

 

첼로의 피치카토로 시작하여 관현악의 짧은 크레센토 튜티 이후 16분음표로 빼곡히 들어찬 첼로의 질주가 이어집니다. 스케르초의 역할을 하는 악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3악장: Adagio

3악장은 느린 템포에 명상적이며 서정적인 멜로디로 이루어진 간주곡 느낌의 악장으로 서서히 마지막 4악장으로 다가갑니다.

 


4악장: Allegro – Moderato – Allegro, ma non-troppo – Poco più lento – Adagio

마지막 4악장은 자유로운 론도 형식입니다. 관현악의 짧은 도입부 이후 1악장 주제와 유사한 첼로의 장엄하지만 어딘가 쓸쓸한 멜로디로 시작하며 마지막 코다에서는 1악장의 그 주제가 잠깐 다시 등장한 후 4악장의 메인 멜로디를 관현악이 연주하며 비극적으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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