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맥북 프로의 역사

교클 2022. 2. 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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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전문가용 노트북인 맥북 프로는 이전 애플의 전문가용 노트북이었던 파워북(PowerBook)을 계승한 제품입니다.

당시 파워북은 CPUIBM에서 개발한 POWER PC를 사용하였는데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 성능의 한계에 직면합니다. 당시 인텔과 AMD(이하 x86으로 칭하겠습니다.)CPU들이 4GHz에 근접하는 고클럭을 자랑할 때 애플이 사용하던 PowerPC는 수냉식 쿨러까지 써가면서 쥐어짜낸 성능이 3GHz도 넘지 못하고 빌빌대었고 특히 노트북 라인업은 더욱 심각해 최고 성능이 고작 1.67GHz에 불과해 x86의 상대도 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성능은 당시 인텔의 펜티엄3정도에 불과한데다 심지어 자사의 저가형 노트북이었던 아이북(iBook)과의 성능 차이조차 거의 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1.42GHz)

전문가용 맥 노트북을 표방하는 파워북의 성능이 이 지경이니 사람들이 비싼 돈 주고 파워북을 구매할 메리트가 없었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스티브 잡스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용한 PowerPC를 버리고 과감하게 인텔로 갈아타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잡스는 2005WWDC에서 3GHz 파워맥과 G5 파워북의 출시 실패가 인텔 이주의 주 원인이었다고 언급합니다.)

그리고 노트북용 고성능 CPU에 한이 맺힌 애플이 인텔로의 아키텍처 전환 발표 이후 처음으로 출시한 모델이 바로 오늘 소개할 전문가용 노트북인 맥북 프로입니다.

이제 더 이상 '파워'PC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름도 '파워'북에서 맥북 프로로 바꾸었죠. (그런데 당시에는 맥북 프로라는 이름을 매력 없다고 싫어하는 애플 마니아들이 많았습니다.)

 

맥북 프로는 매년 CPU나 기타 사소한 스펙의 변경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그 전부를 알아보지는 않고 디자인의 대대적인 변화가 있던 모델들만 설명을 해 볼 예정입니다.

 

 

1세대 - 알루미늄 맥북 프로(2006~2008)

 

알루미늄 맥북 프로 15인치

파워북에서 갈아탄 애플이 처음 출시한 맥북 프로입니다. 디자인 자체는 파워북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굳이 언급하면 발열 해소를 위한 측면의 통풍구가 사라지고 일부 포트의 변경, 그리고 자석식 맥세이프 충전포트의 도입 정도가 있죠.

이 모델만의 특징으로는 사용자가 공식적으로 배터리 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후 애플 제품들은 점점 더 사용자가 부품에 손을 대기 힘들어지도록 변화합니다.

이 모델의 디자인을 보면 지금 출시하고 있는 ARM 맥북프로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ARM 맥북프로가 오리지널 맥북프로/파워북의 디자인을 오마주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 모델의 경우 오래 사용한 제품들은 알루미늄 판과 판이 만나는 이음새 부분이 벌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알루미늄 맥북프로의 고질병인데 이 문제는 애플이 새로운 제조법을 들고 오면서 해결됩니다. 그 제조법은 바로...

 

 

2세대 - 유니바디 맥북 프로(2008~2012)

유니바디 맥북 프로 15인치

2008년 맥북 에어에서 처음 선보인 유니바디 공법을 이용해 디자인을 완전히 새로 만든 모델입니다. 유니바디 공법이란 커다란 알루미늄 덩어리를 이리저리 깎아내서 외장 전체를 이음새 없이 한 덩어리로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전 알루미늄 맥북프로도 타사의 노트북들에 비하면 엄청나게 예쁜 제품이었지만 이 유니바디 공법을 이용한 맥북은 당시로서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예쁘고 미래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키 캡 사이가 떨어져 있는 아이솔레이션 키보드를 도입했습니다. 이 키보드의 경우 소니의 바이오 노트북에서 처음 채택한 방식인데 이후로는 모든 노트북 제조사들이 채택하여 사실상 노트북의 표준 키보드가 되어버립니다.

이 모델부터는 배터리의 자가 교체가 공식적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면 교체 자체는 어렵지는 않은데 그냥 십자 드라이버로 하판을 열고 배터리를 고정하고 있는 나사를 전용 드라이버로 열면 교체 가능합니다.

 

사실 배터리 뿐만이 아니라 이 제품의 경우 역대 맥북 프로들 중에서 사용자의 자가 수리, 교체가 가장 쉬운 모델이었는데 HDD, 광학 드라이브(ODD), RAM 모두 드라이버 가지고 약간만 만지작거리면 더 좋은 성능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했습니다. 이전 알루미늄 맥북프로는 HDD교체가 상당히 어려웠고 레티나 모델 이후부터는 죄다 독자규격 혹은 납땜을 해놓아서 자가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이 모델부터는 글레어 패널이 기본으로 탑재되었습니다. 반사가 되는 화면이라는 뜻인데 액정과 베젤의 색깔이 일치해서 디자인적으로 예쁘고 색감이 화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노트북을 끄거나 검은 화면을 띄우면 컴퓨터를 하고 있는 본인의 모습이 화면에 비칩니다...만일 햇빛이 비치는 곳에서 노트북을 열면 햇빛이 반사되어 화면을 쳐다보는 것도 힘들어지죠.

글레어 패널이 싫다면 논글레어 패널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했습니다. 당연히(?) 돈은 더 지불해야 했습니다...

종합적으로 고질병이라고 언급할 만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역대 맥북프로 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2011년 발매된 모델의 경우 라데온 GPU를 사용하는 모델의 경우 그래픽 냉납 현상이 있기는 합니다. 이 모델을 중고로 구입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2011년 모델은 피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 모델은 13, 15, 17인치 3가지 크기로 출시되었는데 17인치는 2012년에 단종되었고 15인치 모델은 다음 설명할 맥북 프로 레티나와 1년을 공존하다 2013년에 단종되었습니다.

13인치 모델은 특이하게도 한참동안 단종되지 않고 2016년까지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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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 맥북 프로 레티나(2012~2015)

맥북 프로 레티나 15인치

흔히 맥프레라는 약칭으로 불립니다. 2010년 아이폰에 처음 도입했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2012년 맥북 프로에 넣었습니다. 15.4인치의 화면에 무려 2880x1800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집어넣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은 입이 벌어지는 화면을 자랑하던 모델이었습니다. 2013년에는 13인치 맥북 프로에도 탑재되었죠.

이 외에도 디자인에도 조금의 변화가 있었는데 맥북 프로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주범이었던 ODD를 과감하게 제거하여 두께를 극적으로 얇게 만들었습니다. 그 외에 일부 포트의 구성이 달라졌고 잠자기 무드등과 배터리 체크등과 같은 소소한 디자인 포인트들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이 모델부터 나사도 특이하게 생긴 전용나사를 이용하였고 배터리는 접착재로 붙여 고정시킨 데다 RAM은 납땜했고 SSD는 독자규격을 사용하여 사용자가 자가교체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맥프레의 고질병으로는 코팅 벗겨짐이 있습니다. 액정 반사를 줄이기 위한 저반사 코팅이 몇 년 지나면 벗겨져서 지저분하게 변하는 증상인데 이 코팅 문제는 현재 출시하는 맥북 프로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오래 된 고질병입니다.

그래도 이 모델의 경우는 이 액정 코팅 말고는 크게 이슈가 될 만한 고질병은 없긴 합니다. 다음에 소개할 모델은 온갖 문제점들을 유발했기 때문에 이 모델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4세대 - 터치바 맥북 프로(2016~2020)

13인치 맥북 프로 2019년형. 2019년 모델부터 ESC키는 물리 키로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디자인의 과감한 변경이 일어난 모델입니다.

디자인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상판 애플 로고에 불빛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이 로고의 불빛은 거의 20년을 이어온 그야말로 맥북의 상징과 다름없는 특징이었는데 두께가 지속적으로 얇아지다 보니 이젠 LCD 백라이트를 투과시킬 반투명 플라스틱을 붙이는 것도 어려워져 결국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자리에는 크롬 애플 로고가 대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항상 은색 단색으로만 나오던 맥북에 스페이스 그레이와 골드라는 새로운 색상을 도입했습니다.

키보드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있었는데 얇게 만드는 데 특화된 나비식 키보드라는 새로운 키보드를 도입하였고 기능 키가 위치한 부분(ESCF1~F12)를 터치 바(Touch Bar)라는 미니 터치스크린으로 대체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에다 깔끔한 디자인을 위해 맥북 프로의 모든 포트를 제거하고 오직 USB-C 포트와 3.5mm 이어폰 단자만을 넣었습니다. 심지어 충전조차 이 USB-C 포트를 이용하여 충전합니다.

하지만 이 모델의 경우 이전에 없던 수많은 문제점들이 터져나온 제품이기도 합니다.

더 얇은 디자인을 위해 도입한 나비식 키보드는 사용하다 보면 고장나기 십상이었고 터치바는 의외로 사용하기 애매하여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습니다. 결국 나비식 키보드는 2019년에 폐기되고 이전 방식의 키보드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리고 USB-C 포트를 제외한 모든 포트를 없애버렸지만 현실에서는 일반 USB-AHDMI포트, SD카드를 사용하는 주변기기들이 절대다수였습니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USB-C 어댑터를 구매하지 않으면 맥북을 제대로 사용하는 게 불가능할 지경이라 어댑터를 필수로 구매하여야 했습니다.

안 그래도 터치바 맥북 프로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대폭 올려놓은 주제에 온갖 결함들이 터져 나왔기 때문에 이 모델에 대한 애플 마니아들의 평가는 영 좋지 못한 비운의 제품입니다.

 

그리고 이건 애플의 잘못은 아니지만 2010년대 이후 AMD의 몰락으로 인해 극도로 나태해진 인텔은 시간이 지나도 자사의 CPU 성능이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애플은 오랫동안 원하는 성능의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애플은 인텔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마치 십 몇 년 전 PowerPC 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상황이었죠.

그럼 이 상황에서 애플의 대응은?

역시 그 때와 비슷한 대응을 했습니다.

 

 

5세대 - ARM 맥북프로(2021~ )

16인치 M1 Max 맥북 프로. 아이폰의 노치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2020, 애플은 맥의 4번째 이주를 발표합니다. 이전까지 맥에서 사용하던 Intel칩을 버리고 ARM기반의 자체제작 칩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발표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2021, 맥북 프로가 다시 한 번 확 달라져 출시되었습니다. CPU 변경과 함께 이름을 바꾸었던 2006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CPU를 바꾸었지만 이름 변경은 없었습니다.

디자인의 경우 초기형 맥북프로/파워북의 디자인을 오마주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모서리의 곡률이 예전 모델과 비슷해 상판을 덮었을 때 유사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 외에 키보드의 키캡 사이의 프레임을 키캡과 같은 검은색으로 통일했습니다.

다만 이번 디자인 변경은 호불호가 좀 갈리기는 합니다. 이전에 비해서 무게가 증가하고 겉보기에 두꺼워 보이는 디자인이 되어 못생겨졌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습니다.

키보드 구성을 보면 결국 호불호가 갈리던 터치 바가 사라지고 전통의 물리형 키로 돌아왔습니다.

포트의 경우에도 비판을 어느정도 수용해서 HDMI 포트와 SD카드 포트가 다시 돌아왔고 맥세이프 충전포트도 돌아왔습니다. 거기에다 원하면 USB-C로도 충전이 가능합니다. 다만 USB-A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 옥의 티.

 

이번 모델의 경우 애플이 괜히 CPU 변경을 결정한 게 아니구나 싶을 만큼 엄청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실제 처리능력을 실험하는 영상들을 보면 풀옵 기준으로도 고작(?) 500정도 하는 맥북 프로가 천만원이 넘는 워크스테이션 맥 프로보다도 전반적으로 더 빠른 속도를 보여주는 결과가 많습니다.

거기에다 미니 LED를 채택한 액정도 엄청난 화질로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요.

다만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은 ARM 맥북인 만큼 확실한 평가는 좀 더 지켜봐야 내릴 수 있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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