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잡설

작곡가 별 작품번호 안내(Op, K, BWV, D, Hob 등...)

교클 2023. 3. 2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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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검색하면 대부분 곡 형식(교향곡, 소나타 등...)과 곡 제목, 그리고 작품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작품번호는 작곡가의 곡들을 검색할 때 사용하며 작품번호를 보고 이 곡이 작곡가의 초기, 중기, 후기 중 어느 시기의 곡인지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가 있죠.
이 작품번호는 Opus Number(오푸스 넘버)의 약자인 Op.으로 기록합니다.

그런데 모든 작곡가들이 Op. 작품번호를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Op 번호의 경우 작곡가가 곡을 출판했을 때 매기는 번호입니다.
하지만 고전파 시대 이전의 작곡가는 일반적으로 대중을 상대로 자신의 작품을 출판하고 연주회를 여는 존재가 아니라 궁정이나 교회 혹은 귀족가문에 소속되어 그들을 위해 작품을 만드는 존재였기 때문에 자신의 작품에 굳이 작품번호를 붙이지 않았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고전파 이후의 작곡가들도 자신의 작품에 별도의 작품번호를 매기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렇게 Op.번호를 사용하지 않은 작곡가의 경우 나중에 다른 음악학자들이 작곡가의 작품들을 정리하면서 번호를 매겼습니다. 

Op 넘버는 작곡가가 곡을 출판하면서 붙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 때에는 Op.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작품번호를 매기죠.
흔히 작품명 뒤에 붙는 K, BWV, Hob, D 같은 단어들이 이 예시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작품번호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번호들 중에는 작곡연도 순으로 작품번호를 매기지 않은 예들이 많습니다. 작곡가 사후에 번호를 붙이다 보니 작곡가 본인이 따로 기입해 두지 않은 이상 정확한 작곡연대를 알기 힘든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입니다.
Op. 번호 같은 경우 일반적으로 곡이 작곡된 연도순이 맞지만 이 역시 반드시 그 순서대로 곡이 작곡된 것은 아닙니다. Op 번호는 작곡 순이 아니라 출판 순이기 때문에 먼저 작곡했지만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발표를 하는 경우에는 순서가 바뀔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작품들에 작품번호를 붙인 음악학자 루트비히 쾨헬(1800-1877)

 



1. BWV
바흐의 작품들에서 사용된 작품번호로 독일의 음악학자 볼프강 슈미더가 정리를 하였습니다. Bach-Werke-Verzeichnis의 약자이며 바흐의 작품 목록이라는 뜻입니다. 
BWV 번호의 경우 작곡연도 순으로 분류한 것이 아니라 작품 장르별로 분류하였습니다. 정확한 작곡연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구체적인 분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칸타타, BWV 1–224
 2. 모테트, BWV 225–231
 3. 미사, 마니피카트. BWV 232–243
 4. 수난곡, 오라토리오. BWV 244–249
 5. 4부 합창, BWV 250–438
 6. 가곡, 아리아, 쿼들리벳, BWV 439–524
 7. 오르간을 위한 작품 , BWV 525–771
 8. 건반악기를 위한 작품 , BWV 772–994
 9. 실내악 및 건반악기 제외 독주곡 , BWV 995 –1040
 10. 관현악곡 및 협주곡 , BWV 1041–1071 
 11. 카논 , BWV 1072–1078
 12. 음악의 헌정, 푸가의 기법 , BWV 1079, 1080
 13. 첫 분류 이후 추가된 곡, BWV 1080 – 1126

그리고 바흐의 작품들 중에는 BWV Anh. 이라는 번호가 붙어있는 작품들도 있는데 이는 (일부 혹은 전체가) 분실된 곡 혹은 위작 판명이 났거나 의심받는 곡들입니다. (바흐 곡 말고도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들 중에도 Anh.라는 번호가 붙어있는 작품들이 종종 존재하는데 역시 위작 의심 곡들입니다.)
그 유명한 바흐의 미뉴에트가 BWV Anh 114번인데 이 곡은 실제로 바흐의 곡이 아니라 크리스티안 페촐트라는 작곡가의 곡으로 판명되었습니다.

크리스티안 페촐트-미뉴에트 G장조 BWV Anh. 114. Vinheteiro 연주

 

 

2. K(독일어로는 KV)
모차르트의 작품을 정리한 작품번호로 쾨헬번호(Köchel-verzeichnis)라고 읽습니다.
루트비히 쾨헬은 모차르트의 작품을 정리해서 번호를 붙인 음악학자의 이름으로 그의 이니셜에서 따와 K(혹은 KV)라고 붙였습니다.
쾨헬번호는 실제로 작곡연도 순으로 번호가 매겨졌습니다. 하지만 모든 작품의 작곡연도가 정확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특히 초창기 작품들의 경우) 그때까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추정만으로 붙인 경우도 많았고 새로운 자료의 발견으로 작곡연도가 수정된 경우가 많아 여러 번의 개정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1826년에 처음 번호가 붙어졌으며 지금까지 총 8번의 개정 작업이 있었습니다.
총 626번까지 있으며 K.1은 모차르트가 5살 때 작곡한 건반악기를 위한 미뉴에트고 K.626은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유작으로 남은 레퀴엠입니다.

모차르트가 작곡 도중 사망한 작품. K.626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Lacrimosa).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참고로 모차르트 이외에 K.이름을 달고 있는 작곡가가 더 있는데 바로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작곡가인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입니다. 이 분은 K.555번까지 있죠. 스카를라티의 경우 K.혹은 L.을 사용합니다.


3. D
슈베르트의 작품 번호로 도이치 번호라고 읽습니다.
슈베르트 같은 경우에는 이 도이치 번호 외에도 기존의 Op.번호도 존재합니다.
슈베르트는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던 작곡가였기 때문에 많은 곡을 작곡했지만 실제 출판한 곡은 많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많은 곡들에 Op 번호를 매기지 못했던 것이죠. 작곡 연도순으로 봐도 도이치 번호가 오히려 Op번호보다 더 연도순에 맞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명한 가곡 〈마왕〉의 경우 Op. 1과 D. 328 둘 다 붙어있는데 마왕이 슈베르트가 첫 번째로 작곡한 곡은 절대 아닙니다.

 

슈베르트 - D.328, Op.1 '마왕'(Der Erlkönig),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노래

 


4. Hob
하이든의 작품 번호로 음악학자 안토니 판 호보켄이 정리하였고 그의 이름을 따서 호보켄 번호(Hoboken-Verzeichnis)라고 읽습니다.
하이든 역시 슈베르트처럼 Op.번호와 Hob 번호가 같이 존재합니다. 
하이든의 상당수 작품들은 출판을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에스테르하지 가문 소속 음악가로 고용주의 요구에 따라 제작한 작품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호보켄 번호는 분류방식이 좀 복잡합니다.
호보켄 번호는 바흐 작품처럼 장르별로 분류하였는데 로마자 숫자와 아라비아 숫자를 동시에 사용합니다. 앞의 로마자 숫자는 작품별 분류이고 뒤의 숫자는 그 작품 장르의 몇 번째 곡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사실 요즘에는 로마자 숫자가 직관적이지 않아서인지 그냥 숫자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하이든의 교향곡 94번, 일명 ‘놀람’ 교향곡의 경우 Hob I/94라는 작품번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학퀴즈 오프닝 음악으로 유명한 트럼펫 협주곡의 경우에는 Hob. VIIe/1이라는 번호를 가지고 있습니다.(알파벳 e는 협주곡 악기별 분류입니다.)

(Hob 작품번호의 구체적인 분류방식은 이 글 맨 아래에 있는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하이든-트럼펫 협주곡 Hob. VIIe/1 중 3악장. 윈튼 마살리스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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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HWV
BWV와 이름이 비슷한 걸 보고 눈치채신 분들도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HWV는 바흐와 동시대 작곡가인 헨델의 작품번호입니다. Handel-Werke-Verzeichnis의 약자로 
베른트 바젤트(Bernd Baselt)라는 사람이 정리하였고 역시 바흐처럼 작품별로 분류하였습니다. 
총 612번까지 번호가 붙어있으며 그의 대표작인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경우 HWV 56입니다.

헨델 - 하프시코드 모음곡 제 7번 HWV 432 중 파사칼리아(Passacaglia)

헨델의 작품 분류: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compositions_by_George_Frideric_Handel

 

6. RV
비발디의 작품 번호로 리옹 번호(Ryom Verzeichnis)라고 읽습니다.
역시 장르별로 분류하였는데 비발디의 경우 협주곡만 수백 곡을 작곡한 작곡가라서 협주곡의 경우 또 그 안에서 조성을 기준으로 분류를 하였습니다.
그 유명한 〈사계〉의 경우  ‘봄’은 E장조, 여름은 ‘g단조’, ‘가을’은 F장조, ‘겨울’은 f단조이며 
각각 RV 269, 315, 293, 297로 4곡 다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비발디의 경우 소나타 혹은 협주곡들을 묶어 출판을 한 모음집이 12개 있는데 이들은 별도로 Op.넘버가 붙어있습니다. 사계 중 봄의 경우 Op.8 중 No.1 그리고 RV 269이며 바이올린을 배우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연주하는 가단조 협주곡의 경우 Op.3 No.6, RV 356입니다.

비발디-'화성과 창의의 시도' 중 '봄'(La Primavera) Op.8 No.1, RV 269 



7. S
프란츠 리스트의 작품 번호입니다. 험프리 설이라는 사람이 붙인 설 번호(Searle Number)로 읽습니다. 리스트는 낭만파 후기 작곡가인데도 엄청난 다작을 하여 현재 S.767까지 존재합니다. (다만 이 중에는 타 작곡가의 곡으로 의심받는 곡들도 있습니다.)
작품별 작곡년도를 파악하는 게 힘들었는지 설 번호 역시 작품별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파가니니 대 연습곡 같은 경우 S.141이라는 번호가 붙어있으며 이 작품은 6개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유명한 ‘라 캄파넬라’의 경우 S.141/3입니다.

리스트-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 연습곡 S.141 중 3번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8. WoO
베토벤의 작품 중 작곡가 본인이 작품번호를 붙이지 않은 작품들을 정리하여 번호를 붙인 작품들입니다. 
WoO.205번까지 존재하며 그 유명한 〈엘리제를 위하여〉가 WoO. 59 입니다.
이 번호에서 따와 브람스, 슈만, 클레멘티 등의 작곡가들의 경우에도 작품번호를 붙이지 않은 작품들에 WoO 번호를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이 있는데 이 곡의 경우 브람스의 WoO. 1 입니다.

베토벤 바가텔 WoO.59 〈엘리제를 위하여〉(Für Elise), 랑랑 연주 



기타: 대표적으로 유명한 작품번호 중 8개를 추려서 설명했는데 사실 이보다 훨씬 많은 작곡가들이 별도의 번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은 작곡가들 중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 작곡가들의 작품번호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보케리니 작품번호 - G. 이브 제라르가 정리하였으며 제라르 번호라 읽습니다.
쉬츠 작품번호 - SWV. 미팅거가 정리한 번호
퍼셀 작품번호 - Z. 짐머만이 정리한 번호
W.F.바흐 작품번호 - F. Falck가 정리한 번호
C.P.E.바흐 작품번호 - Wq. Wotquenne 이 정리한 번호
글루크 작품번호 - Wq. Wotquenne 이 정리한 번호
파가니니 작품번호 - MS. 모레티와 소렌토가 정리한 번호
베를리오즈 작품번호 - H. 홀로만이 정리한 번호
브루크너 작품번호 - WAB. Werkverzeichnis Anton Bruckner의 약자로, Grasberger 이 정리하였습니다.
프랑크 작품번호 - M. Mohr 가 정리한 번호
드보르작 작품번호 - Burghauser 가 정리한 번호
스메타나 작품번호 
1)B. - Bartos 가 정리
2)T. - Teige가 정리
홀스트 작품번호 - H. Imogen Holst 가 정리한 번호
레스피기 작품번호 - P. Pedarra 가 정리한 번호
파야 작품번호 - G. Gallego 가 정리한 번호
바르톡 작품번호 – Sz. Szollosy 가 정리한 번호
부조니 작품번호 - K. Kindermann 이 정리한 번호
드뷔시 작품번호 - L. 르쉬르가 정리한 번호
닐센 작품번호 - FS 
텔레만 작품번호 – TWV
북스테후데 – BuxWV 
라벨 – M. 마르셀 마낫이 정리한 번호.

 

출처: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classic&no=12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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