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잡설

베토벤이 귀가 안들린 이후에 작곡한 곡들

교클 2022. 5. 3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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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귀가 안들린 이후에 작곡한 곡들이 무었이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은 거 같더군요. 그래서 베토벤의 청력 상실후 작곡한 곡들에 대하여 글을 하나 써보려고 합니다.

작곡을 하고 있는 베토벤


베토벤하면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며 특히 음악가이면서 귀가 안 들린다는 치명적인 장애를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고 수많은 명곡을 남겼기 때문에 인간승리의 아이콘이 되어 위인전에도 자주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그는 1798년부터 귀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한 걸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철저히 숨기고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는 없었고 점점 심해지던 귓병으로 인해 베토벤은 절망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1802년 10월 2일, 절망에 빠진 베토벤은 청력치료를 위해 요양을 갔던 하일리겐슈타트에서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작성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마음을 다잡고 장애를 이겨내겠다 다짐한 후 빈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로 각성하여 엄청난 숫자의 명작들을 말 그대로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점점 사라지던 청력을 회복할 수는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베토벤은 대략 1810년대 말이 되어 귀가 완전히 멀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이 피아니스트로서 마지막으로 무대에 섰던 건 1814년, 피아노 3중주 제7번 〈대공〉 초연 연주회입니다. 하지만 베토벤의 청력은 이미 상당히 악화된 상태였고 연주회는 안타깝게도 엉망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그 이후로 10년이 지난 1824년, 베토벤은 지휘자로 무대에 다시 섭니다. 그가 평생을 두고 작곡한 일생의 역작 〈합창 교향곡〉의 지휘를 반드시 본인의 손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베토벤은 이 곡을 본인의 지휘로 초연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귀가 전혀 들리지 않던 베토벤이 지휘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해결책으로 베토벤이 지휘대에 서서 지휘를 하였지만 실제 지휘는 옆에 있던 미하엘 움라우프가 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이루어진 합창 교향곡의 첫 연주회는 대성공하였습니다.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대작곡가에게 화답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듣지 못하는 베토벤은 곡이 끝났음에도 지휘대에 우두커니 서 있었고 알토 독창자 카롤리네 웅거가 베토벤을 관객석으로 몸을 돌려주자 그제야 청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본’ 베토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영화 '카핑 베토벤'에 나오는 합창 교향곡의 초연장면. 다만 영화에 나오는 저 여성은 가상인물입니다.


점점 나빠지는 청력에도 어떻게든지 들으려고 베토벤은 수많은 노력들을 하였습니다.
일단 보청기를 착용하였지만 저 당시의 보청기라는게 그냥 귀에 깔때기 끼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청력이 매우 악화된 나중에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후에는 조금이라도 듣기 위해 본인의 피아노를 이리저리 개조하여 음량을 훨씬 키우기도 하였고 현대의 골전도 이어폰의 원리와 유사하게 피아노 위에 막대기를 올려놓고 한쪽 끝을 입으로 물어서 그 진동으로 음악을 듣는 등의 온갖 방법을 동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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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베토벤의 귓병은 어느 순간 갑자기 멀어버린 게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멀어간 것이기 때문에 귀가 먼 이후에 작곡한 곡이 무엇이다 정확하게 끊어서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특정 시점을 잡아서 알아보자면 그 기준점으로는 악화되어가던 청력에 대한 절망감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려하였던 1802년,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 작성 이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인생사에서도 음악적으로도 전환점이 된 시기였으니까요.

1802년 당시 작곡을 했던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면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유서를 작성했던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작곡한 피아노소나타 17번 〈템페스트〉가 있습니다.
더 자세히 정리해 보면 교향곡 1~2번, 피아노소나타 20번 이전 곡들(19,20번은 초창기에 작곡되었지만 작품번호가 뒤에 붙었습니다), 피아노협주곡 1~3번, 현악4중주 6번 이전 곡들, 바이올린 소나타 8번 이전 곡들, 영웅 변주곡, 로망스 제1번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법 인지도 있는 곡들을 꼽으면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14번 <월광>, 17번 <템페스트>,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피아노협주곡 3번 이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베토벤의 인생 최악의 순간에 작곡했던 피아노소나타 제17번 <템페스트> 3악장. 발렌티나 리시차 연주


사실 이정도만 해도 음악사에 자기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수준의 명곡들이지만 베토벤이 유서를 작성한 이후 심기일전하여 남긴 명곡들의 라인업은 정말 엄청난 수준입니다.

정말로 유명하고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작품들만 언급해 봐도 교향곡 3~9번(영웅, 운명, 전원, 합창 등...), 피아노 소나타 21~32번(발트슈타인, 열정, 함머클라비어 등...),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후기 현악 4중주들(12번~16번),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바이올린 협주곡, 오페라 피델리오, 장엄 미사, <디아벨리 변주곡> 등등... (굵은 글씨로 된 곡들은 귀가 조금도 들리지 않은 베토벤 후기에 작곡한 곡들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 중요한 작품들만 언급한 겁니다.)

베토벤의 후기 작품들은 귀가 완전히 안 들리게 된 이후에 작곡한 곡들인데 하나같이 당대에는 너무 난해하다 + 연주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을 받은 곡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는 더 이상 피아노를 연주할 수도 없고 음악을 들을 수도 없었던 베토벤이 현실적인 제약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음악과 악기의 한계까지 파고 들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아는 베토벤의 대다수의 명곡들은 귀가 점점 나빠지다가 결국 완전히 멀어지던 시절에 작곡한 곡들입니다. 베토벤이 청각장애를 이겨내기 위하여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그가 왜 인간승리의 아이콘으로 존경받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피아노소나타 제29번 <함머클라비어>. 베토벤이 완전히 듣지 못하게 된 이후에 작곡한 이 곡은 무려 45분이나 되는 대곡으로 피아노소나타 역사상 가장 중요한 곡으로 평가받는 곡입니다.

 

참고글 - 베토벤의 일생: https://schoolclassical.tistory.com/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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