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마우스의 (흑)역사 (부제: 애플이 가장 못 만드는 물건)
애플은 사실 마우스의 역사를 언급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가 없는 회사입니다.
마우스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건 매킨토시와 함께 이 마우스를 기본 입력장치로 채택하면서부터입니다.
이 마우스라는 물건이 애플이 매킨토시를 이용하여 대중화시킨 GUI 인터페이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입력기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애플의 마우스는 썩 평가가 좋지는 못한데 사실 이런 평가는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애플은 마우스에 있어서 이상한 고집을 한 가지 가지고 있습니다. 애플의 마우스는 원버튼 마우스라고 마우스에 버튼이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로 마우스를 클릭할 때 왼쪽과 오른쪽 중에 뭘 클릭해야 할지 모르는 컴퓨터 초보자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설이 있는데 궤변일 뿐입니다.
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들도 좌우클릭의 용도를 깨닫고 익숙해지는데 그리 큰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애플의 macOS도 설정에 들어가서 수정만 해주면 바로 2버튼 모드로 사용가능합니다. 실제로도 모든 애플 유저들이 2버튼 모드로 사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마우스는 기본적으로 버튼 한 개만을 클릭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왼쪽 버튼을 클릭하는 게 가능은 하지만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애플 마니아들 중에도 마우스만큼은 애플 것 말고 타사의 마우스를 사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애플 마우스의 (실패)역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다만 이 글은 최초의 애플 마우스부터 논하지는 않고 애플의 디자인 컨셉이 완전히 달라지고 더불어 애플 마우스가 막장이 되기 시작한 이십 몇 년 전부터 알아보겠습니다.
1. 애플 USB 마우스(Apple USB Mouse)
일명 하키퍽 마우스라고 불리는 물건으로 반박불가 마우스 역사상 최악의 마우스입니다.
이 마우스는 산업디자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전설의 1세대 아이맥에 동봉되었던 마우스인데 당시로서는 선진 기술이었던 USB를 사용한 마우스였습니다. 디자인도 굉장히 예뻤는데 화려한 색과 반투명 플라스틱을 이용해 마우스 볼이 굴러가는 모습이 살짝 비치는 디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마우스의 장점은 이것뿐입니다.
일단 이 마우스의 생김새를 보면 아시겠지만 완전한 원형입니다. 이건 인체공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디자인입니다. 그립을 완벽하게 쥘 수가 없기 때문에 이 마우스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손에서 쥐가 날 것 같다는 증언들을 손쉽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앞뒤 구분이 안 된다는 점은 덤이고요.
이 황당한 디자인을 해결하고자 마우스 위에 씌울 수 있는 타원형 모양의 마우스 케이스가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줄이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이걸 컴퓨터 본체에 연결하면 줄이 짧아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사실 애플의 기본 키보드에 USB포트가 있었기 때문에 그 곳에 연결하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였습니다. 마우스 선이 짧은 이유가 키보드에 연결하여 사용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하지만 당시 출시되었던 애플의 노트북 아이북 같은 경우에는 포트가 왼쪽에 위치했기 때문에 도저히 사용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2. 애플 프로 마우스(Apple Pro Mouse)
하키퍽 마우스는 엄청난 원성을 들었기 때문에 출시된 지 겨우 2년 후인 2000년에 애플은 새로운 마우스를 내놓습니다. 제품 발표회에서 스티브 잡스한테 디스 한 사발 먹은 건 덤이고요.
이 마우스 역시 당시 애플 디자인의 컨셉에 맞게 투명 플라스틱으로 몸체를 감싸는 디자인의 마우스였습니다. 다행히 디자인은 정상적인 타원형 디자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 마우스부터 자주 청소해 주어야 하는 볼마우스에서 당시에는 선진적이었던 광마우스로 바뀌었습니다.
초기버전은 투명 상판에 검은색 하판으로 만들어졌고 2년 후에 나온 후기형은 흰색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거기에 선의 길이도 본체와 연결 가능한 수준으로 돌아왔죠.
이 마우스부터 애플 마우스에서는 더 이상 버튼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마우스 상판 전체가 버튼처럼 작동하여 클릭하는 방식이죠.
2003년부터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하여 블루투스 마우스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델의 경우에는 정말 유명하지 않아서 웬만한 애플 마니아들도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평을 내려 보면 마우스휠과 오른쪽 버튼이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여러모로 지금까지의 애플 마우스들 중에서는 그나마 흠잡을 데 없는 마우스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3. 애플 마우스(마이티 마우스)[Apple Mouse(Apple Mighty Mouse)]
2005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마우스입니다. 이 마우스부터는 터치 센서를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우클릭을 인식할 수 있게 만들었고 상하좌우 스크롤이 가능한 360도 마우스 휠도 내장했습니다.(이 마우스 휠은 내장 스피커로 휠 굴러가는 소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정말 감쪽같습니다.). 거기에 마우스 좌우 끝에도 꾹 누르면 동작하는 버튼을 달아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애플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야심차게 도입한 우클릭은 터치 센서의 특성상 검지를 떼고 클릭해야 우클릭으로 인식이 되어 여전히 사용하기 불편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저 마우스 휠이었는데 크기도 엄청 작아서 미세한 조절이 쉽지 않았던 데다 조금 사용하다 보면 손때가 껴서 바로 고장나버리는 최악의 내구성을 가진 부품이었습니다.(진짜로 한 달만 사용해도 헛돌기 시작합니다.)
이걸 사용자들이 셀프로 고치기 위해 테이프를 실처럼 얇게 잘라서 휠에 붙여 드르륵 해주면서 손때를 청소하는 식으로 별 희한한 짓거리를 다 해야 했습니다.
거기에다 마우스 좌우 끝에 있는 버튼들은 너무 뻑뻑한데다 손가락이 잘 안 닫는 부위여서 쓰는 사람들도 없었고요.
이 마우스 역시 유선과 무선 두 가지 종류로 출시되었습니다. 무선 마우스의 경우에는 2009년 매직 마우스의 출시와 함께 단종 되었고 유선마우스는 그래도 가늘고 길게 2017년까지 단종 되지 않고 버팁니다.
그리고 원래 이 마우스의 이름은 유명 애니메이션에서 이름을 따온 마이티 마우스였는데 이후 상표권 분쟁에 휘말리자 이름을 심플하게 Apple Mouse로 바꾸어 버립니다.(참고로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소송을 건 게 아니라 다른 마우스 제조사와의 소송입니다.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4.매직 마우스(Apple Magic Mouse)
2009년에 처음 출시해서 몇 차례 개편을 거치며 지금까지도 나오고 있는 애플의 마우스입니다.
디자인이 이게 마우스인가 싶을 정도로 파격적으로 변했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전작 마이티 마우스와 비교했을 때 완전히 납작해졌기 때문에 일반적인 마우스 잡는 방식으로 잡으면 처음 소개한 하키퍽 마우스 못지않게 끔찍한 사용감을 보여줍니다.
이 마우스는 사실 터치패드 겸 마우스 용도로 나온 물건입니다. 매우 쉽게 망가지던 마이티 마우스의 볼을 없애버리고 멀티터치 센서를 탑재해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물건이죠. 납작해진 이유도 터치를 쉽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마우스를 잡을 때도 손가락만 이용해 살짝 올려놓는 느낌으로 쥐어야 편하게 사용 가능합니다.
이 마우스를 윈도에서 사용하면 구제불능의 쓰레기 마우스지만 macOS에서는 멀티터치를 활용해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고는 하는데 사실 맥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이 마우스는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싫어하는 사람은 다른 주변기기들은 애플 풀세트를 맞춰도 마우스만큼은 로지텍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등을 사용하죠.
이 마우스의 경우 처음에는 AA건전지를 넣어서 작동을 했는데 이후 라이트닝 캐이블을 이용해 충전할 수 있도록 개편이 되었습니다. 배 까뒤집고 충전하는 모습으로 조롱거리가 되긴 했지만요...
그리고 2021년에 다양한 컬러의 아이맥이 출시되면서 이 매직 마우스도 아이맥 색상에 맞게 다양한 컬러로 한 번 더 개편됩니다. 충전 단자도 라이트닝 캐이블에서 USB-C타입으로 변경되었죠. 이는 25년 전 아이맥에 맞추어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된 하키퍽 마우스에서 영감을 얻은 리메이크라고 생각됩니다.
이 매직 마우스가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데도 현재 애플은 새로운 마우스를 출시하지 않고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꾸준히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제 애플은 마우스보다 자신들이 대중화시킨 멀티터치 인터페이스를 활용하기에 좋은 트랙패드(터치패드)에 더 집중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이쪽이 훨씬 더 낫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버튼 마우스는 아주 오래 전에 실패로 판명되었고 애플 정도의 능력이면 사용성과 디자인의 조화를 이루는 뛰어난 마우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똥고집 좀 그만 부렸으면...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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