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vard Hagerup Grieg - <Peer Gynt> Op. 23 / <Peer Gynt> Suite Op.46, 55
그리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페르 귄트>모음곡은 같은 노르웨이 출신의 극작가 헨릭 입센이 1867년에 작곡한 희곡 ‘페르 귄트’를 바탕으로 하여 1874년에 희곡의 부수음악을 의뢰받은 그리그가 작곡하여 발표한 작품입니다.
희곡 <페르 귄트>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 보면 이렇습니다.
‘페르 귄트’는 부농의 외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재산을 낭비하고 몰락해 버렸기 때문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과부가 된 어머니 오제와 함께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페르귄트는 게으르지만 미래에는 자신이 잘 될 것이라 큰소리 치며 꿈을 꾸는 몽상가이자 방탕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돈과 모험을 찾아 세계를 여행하면서 수많은 모험을 겪는 페르귄트는 남의 부인을 빼앗기도 하고, 험준한 산에서 마왕의 딸과 같이 지내기도 한다. 농부의 딸인 솔베이지가 나타나 서로 사랑을 맹세하지만, 페르귄트는 애인인 솔베이지를 두고 늙은 어머니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어머니 오제의 죽음을 겪는다. 이후 페르귄트는 다시 먼 바다로 떠난다. 아프리카에서는 추장의 딸과 사랑을 나누기도 하는 등 부와 모험을 좇아 고뇌와 유랑의 모험을 하던 페르귄트는 큰 돈을 벌기도 했지만 폭풍우를 만나 모든 것을 잃고 목숨만 건진다. 그는 노쇠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마침내 고향에 돌아온다.
모든 것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늙은 페르 귄트의 앞에는 젊은 시절 한때의 아내였던 솔베이지가 남아 있었다. 페르귄트는 오랫동안 그를 기다린 솔베이지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그리그는 입센의 이 대본을 바탕으로 하여 위촉받은 지 1년이 지난 1975년에 90분 가량의 26개의 곡을 발표하였으며 첫 공연 역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페르 귄트>는 작곡가 본인의 스타일과 너무 달라 작곡을 하고 싶어했던 곡도 아니었으며(노르웨이의 대문호 입센의 위상 덕분에 위촉을 거절하기 어려워 떠맡게 된 상황) 극장 경영진들이 작곡과정에서 간섭을 많이 하였기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었던 작품입니다.
13년이 지난 1888년, 그리그는 이 <페르귄트>의 음악들 중 자신의 마음에 든 4개의 곡을 추려서 모음곡으로 재발표했으며 1893년에는 또 다른 4개의 곡을 모아 모음곡 제2번으로 발표하였습니다.
그렇게 발표한 <페르 귄트> 모음곡은 극음악 <페르 귄트>보다 더 유명해져 현재는 극음악보다 관현악 모음곡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이며 피아노 협주곡 A단조와 더불어 그리그의 양대 대표작으로 수많은 광고와 영화, 드라마 등의 매체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곡의 분석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의 경우 극 부수음악 ‘페르 귄트’의 26곡 중에서 4곡을 추려 짜깁기한 모음곡이기 때문에 원곡의 순서와는 상관이 없이 순음악적으로 어울리는 곡들을 추가한 것입니다.
제1 모음곡(Peer Gynt Suite No.1 Op.46)
1악장: 아침의 기분(Morgenstemning). E장조, 6/8박자
1모음곡의 첫번째 곡인데 사실 극에서는 4막에 등장하는 곡입니다. 배를 타고 장사를 다니던 중, 모로코에서 맞은 아침 일출의 기분을 묘사한 음악입니다. 특유의 상쾌한 느낌 덕분에 대중매체에서 종종 쓰이곤 하는 곡입니다.
2악장: 오제의 죽음(Åses død). B단조, 4/4박자
위에 적힌 스토리에서 봤듯이 페르 귄트의 어머니인 오제의 죽음을 묘사한 곡입니다.
오래 전 옛날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장례식에 이 음악이 사용되었고 그것보다 조금 더 최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도 이 곡이 울려 퍼졌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2005년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도 슬프고 비통한 상황에 이 곡이 삽입되어 슬픈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사용된 적이 있었습니다.
3악장: 아니트라의 춤(Anitras dans). A단조, 3/4박자
원래 4막에 등장하는 곡으로 페르 귄트가 장사를 위해 아라비아 추장을 만났을 때 그의 딸 아나트라가 추던 춤을 묘사하는 춤곡입니다. 관능적이고 아라비아 특유의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음악입니다.
4악장: 산 속 마왕의 궁전에서(I Dovregubbens hall) B단조, 4/4박자
흔히 ‘산왕의 궁전에서’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한 곡으로 2막에 등장하는 곡입니다.
똑같은 멜로디와 리듬이 끝없이 반복되면서 점점 고조되다 막판에 폭발하는 상당히 단순한 구조의 곡인데 그 단순함이 사람을 흥분시키게 하는 곡입니다.
앞서 설명한 곡들도 여러 매체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이 곡은 단순함과 강렬함으로 중에서도 특히 많이 인용되는 곡이며 특히 홍보, 마케팅용 음악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제2 모음곡(Peer Gynt Suite No.2 Op.55)
1악장: 신부의 약탈과 잉그리드의 탄식(Bruderovet. Ingrids klage). G단조, 2/4박자
원곡에서는 2부의 전주곡으로 등장하는 음악입니다. 페르 귄트가 잉그리드를 납치하는 망나니짓을 묘사한 음악으로 초반부는 긴박한 음악으로 신부의 약탈을 묘사하며 이후는 침울한 분위기로 납치당한 잉그리드의 탄식을 묘사합니다. 마지막에는 페르 귄트의 납치를 상징하는 긴박한 테마가 다시 등장하며 마무리됩니다.
2악장: 아라비아의 춤(Arabisk dans). C장조, 4/4박자
4막에 등장하는 장면으로 원곡에서는 1모음곡의 수록곡인 아니트라의 춤 바로 전에 등장하는 곡입니다.
아라비아인 무희들의 춤판을 묘사하면서 자연스럽게 클라이막스인 아라비아의 공주 아니트라의 춤으로 넘어가는 것이죠.
다만 아니트라의 춤이 관능적인 분위기가 강한데 비해 이 곡은 춤판의 흥겨운 분위기를 묘사하는데 더욱 중점을 두었습니다.
3악장: 페르 귄트의 귀향-폭풍우 부는 저녁 바다(Peer Gynts hjemfart - Stormfull aften på havet). F#단조, 6/8박자
미국에서 금으로 큰 돈을 번 페르 귄트는 고향으로 복귀하지만 가는 길에 폭풍우를 만나 모든 것을 잃고 맙니다. 폭풍우의 치는 바다의 모습과 긴박한 페르 귄트의 심리상태를 잘 묘사하였습니다.
4악장: 솔베이지의 노래(Solveigs sang). A단조, 4/4박자
고향에서 페르 귄트를 기다리는 외로운 솔베이지가 부르는 노래입니다. 쓸쓸하고 애절한 분위기의 곡입니다.
이 곡은 제2 모음곡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곡에서는 실제로 솔베이지 역을 맡은 여자 성악가가 노래를 부르지만 모음곡에서는 기악곡으로 연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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