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국민악파 음악

마귀들의 축제 -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

교클 2023. 5. 2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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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st Petrovich Mussorgsky - Night on Bald Mountain 

Модест Петрович Мусоргский - Ночь на Лысой горе


이 곡은 그 유명한 러시아의 국민악파 작곡가 모임인 러시아 5인조 중 한 명인 무소르그스키(무소륵스키)가 작곡한 교향시입니다.

굉장히 거칠고 난폭하면서 강렬한 관현악곡으로 무소르그스키는 정식으로 작곡을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 되어 세상 어느 작곡가에서도 볼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특징이 잘 나타나게 된 작품입니다.

 

 

무소르그스키 - 민둥산의 하룻밤.

 

이 곡의 경우 같은 곡이지만 여러 버전이 존재하는 곡입니다.
일단 첫 번째로 무소르그스키 본인이 작곡한 오리지널 판본인데 이때의 재목은 ‘민둥산의 성 요한제의 밤'(St. John's Eve on Bald Mountain)이었습니다. 이 곡을 작곡할 때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곡은 5인조의 리더격이었던 발라키레프의 신랄한 혹평으로 완전히 묻혀버리고 생전에 연주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곡이 너무 아쉬웠던 무소르그스키는 이후 오페라 〈믈라다〉를 작곡할 때 이 곡을 써먹으려는 시도를 하기도 하였으며 그 뒤에 1880년 오페라 〈소로친스크의 시장〉을 작곡하면서 다시 한 번 이 곡을 이용해 ‘젊은이의 꿈’이라는 오페라 3막 1장-2장 사이의 간주곡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소르그스키 사후 러시아 5인조 동료였던 림스키-코르사코프에 의하여 관현악법과 화성법은 물론 무소르그스키의 세 가지 판본에서 좋은 아이디어들을 차용하여 곡의 구조까지 갈아엎는 대규모 개작이 이루어진 ‘민둥산의 하룻밤’이 완성되어 188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되었으며 1889년에는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다시 공연되어 좋은 평가를 받으며 무소르그스키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따라서 지금 현재에도 가장 많이 연주되는 판본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편곡판입니다. 
사실 전문 화성악과 관현악법을 배우지 못한 채 일찍 죽었던 무소르그스키의 관현악곡들은 당대에는 투박하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 그의 곡들을 사후에 동료였던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좀 손봐준 것이지요.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무소르그스키와 달리 체계적으로 음악공부를 하여 관현악법의 대가가 되었기 때문에 정통 음악이론에 맞게 수정한 그의 편곡이 많은 사람에게 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무소르그스키의 작품이 오늘날에 널리 연주되는 데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865년의 무소르그스키(1839–1881)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무소르그스키의 날것 그대로의 오리지널 판본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이탈리아의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인데 그는 림스키코르사코프가 편곡한 무소르그스키의 작품을 이건 무소르그스키의 곡이 아니라고 혹평하며 무조건 오리지널 판본만을 이용하여 지휘를 하였습니다.
다만 아직도 대부분 연주회나 음원에서는 별도의 표시가 없으면 림스키-코르사코프 판본이며 무소르그스키 판본은 별도로 original이라고 표시를 해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민둥산의 성 요한제의 밤-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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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분석

악기: 피콜로2, 플루트2, 오보에2, 클라리넷2, 바순2
호른4, 코넷2(오리지널판) 트럼펫2, 트롬본3, 튜바
팀파니, 베이스드럼, 심벌즈, 탐탐, 트라이앵글(오리지널판), 탬버린(오리지널판), 스네어드럼(오리지널판), 차임(림스키-코르사코프 편곡판) 
현5부, 하프(림스키-코르사코프 편곡판)

곡의 길이는 대략 12분 내외에 라단조, 4/4박자에 코다가 붙어있는 자유로운 3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곡가는 러시아 남부(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트라고라프라 불리는 산에서 매년 6월 24일마다 열리는 성 요한제의 전설에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성 요한제의 전날 밤에는 온갖 마녀와 귀신들이 민둥산에 모여 악마를 기쁘게 하는 잔치를 벌인다고 합니다. 
이 곡의 악보의 서두에는 이 곡의 스토리가 적혀있습니다.
“지하에서 음산한 소리가 울려나온다. 어둠의 요정들이 등장하고 이어서 어둠의 왕 체르노보그가 나타난다. 마귀들은 체르노보그를 찬미하는 암흑의 미사를 드리고, 마녀들이 안식일의 향연을 벌인다. 이 광란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먼 마을 교회의 종이 울리기 시작하고, 어둠의 요정들은 물러간다. 그리고 날이 밝는다.”

 

 

림스키-코르사코프 vs 무소르그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 판본 vs 무소르그스키 판본의 비교 영상)

비교해보면 그냥 들어도 관현악법이 상당히 차이가 나는걸 알 수 있는데다 후반부부턴 아예 다른 곡이 되었습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상당히 긴 코다를 가지며 (날이 밝음을 표현하는) 평화로운 분위기로 끝나는데 반해 무소르그스키는 짧은 코다를 가지며 끝까지 강렬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사실 림스키코르사코프 판본의 후반부도 무소르그스키의 〈소로친스크의 시장〉판본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두 판본의 비교감상을 해보면 림스키코르사코프에 비해 무소르그스키의 판본이 상당히 투박하고 거칠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는데 이 곡의 괴기스러운 스토리를 생각해보면 이걸 오히려 장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기타

 

디즈니의 1940년작 영화 '판타지아'에도 이 곡이 수록되었습니다. 지휘자는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이 교향시의 스토리를 애니메이션으로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다만 음악에 편집이 이루어졌는데 일부 부분이 잘리고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와 합쳐져 한 곡처럼 편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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