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국민악파 음악

신대륙의 기상 - 드보르작의〈신세계 교향곡〉

교클 2023. 10. 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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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in Leopold Dvorak- Symphony No. 9 in e minor, "From the New World" Op. 95, B. 178

Antonín Leopold Dvořák- Symfonie č. 9 e moll, "Z nového světa" Op. 95, B. 178

 

뉴욕 맨해튼의 한 공원에 있는 드보르자크(1841-1904)의 조각상

 

〈신세계 교향곡〉 은 1893년에 작곡된 체코의 국민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드보르자크)의 대표작으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애절한 2악장과 증기기관차 소리를 연상시키는 위풍당당한 4악장이 특히 유명한 곡으로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향곡 작품 중 하나입니다.

 

흔히 신세계 교향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 곡의 정식 명칭은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입니다. 말 그대로 신세계, 즉 유럽인의 입장에서 신대륙이었던 미국에서 작곡한 곡이라는 의미이죠.

 

이 곡은 드보르작이 새로 창립한 뉴욕 음악원의 원장 스카웃 제의를 받고 조국 체코를 떠나 미국에 가 있던 시절 작곡한 곡입니다.

그가 사랑하는 조국 체코의 프라하 음악원 교수 자리를 버리고 미국으로 간 데에는 기존의 무려 25배에 해당하는 15000달러의 거액 연봉 제시도 있었지만 신대륙의 새로운 음악을 접해보고 싶다는 욕망도 작용하였습니다.

이리하여 그는 미국에 있는 동안 흑인 영가와 인디언 음악을 연구하였고 이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대표작들인 신세계 교향곡 현악4중주 아메리카, 첼로 협주곡 등의 대작들을 작곡할 수 있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1983년에 이루어진 이 곡의 초연 역시 그의 인생 최고의 대성공을 거두었고 드보르작은 미국에서 엄청난 부와 명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뒷날 그는 미국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런 교향곡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까지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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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분석

작곡연도: 1893

초연일: 18931216

초연장소: 뉴욕, 카네기홀

지휘자: Anton Seidl

관현악단: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편성: 플루트 2, 오보에 2 (2악장에선 제2 오보에 대신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 2, 파곳 2, 호른 4, 트럼펫 2, 트럼본 3, 튜바 (2악장), 팀파니, 트라이앵글 (3악장), 5.

 

드보르자크: 신세계 교향곡 전곡, 크리스토퍼 앨런 지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곡의 길이는 대략 40분 정도에 2관 편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향곡의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거대해지던 후기 낭만파 당시의 경향을 보았을 때 이정도 편성은 대규모라고 부르기에는 어렵죠.

따라서 이 곡은 그가 존경하던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와 같은 독일의 고전~초기 낭만파 작곡가들의 교향곡을 연상시키지만 곡의 전개 방식이나 관현악법에서는 바그너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후기낭만파 스타일 역시 드러납니다.

 

1악장: 서주 Adagio, e단조, 4/8박자 - 주부 Allegro molto, e단조, 2/4박자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 제1악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이하 동일)

서주가 붙은 소나타 형식. 현악기들이 연주하는 매우 느리고 조용한 서주로부터 시작합니다. 목관이 이 주제를 이어받아 반복 연주한 후 팀파니의 연타로 분위기를 급전환하여 본격적인 곡의 시작을 알립니다. 곧이어 호른이 제1 주제를 연주하는데 1주제는 1악장은 물론이고 4악장 전체에 걸쳐서 이리저리 변화하며 끊임없이 등장하는 곡의 핵심 주제입니다.

 

 

2악장: Largo D flat장조, 4/4박자, 복합 3부 형식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 제2악장

4악장과 더불어 이 곡에서 특히 유명한 악장입니다.

현악기와 금관악기의 짧은 서주 이후 잉글리시 호른이 연주하는 유명한 1주제는 가사를 붙여 Going Home(꿈 속의 고향)이라는 가곡으로 재탄생하여 한때 음악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하였습니다. 2주제는 c#단조로 클라리넷이 애절한 멜로디로 연주합니다.

이후 중후반부에서 클라이맥스를 이룬 후 다시 변형된 1주제로 돌아와 마무리합니다. 이 때 약음기를 낀 현악기들이 마치 속삭이는 듯이 작게 꿈 속의 고향멜로디를 연주하다 잠깐 멈추는 부분은 감상자들을 짜릿하게 만들죠.

 

 

3악장: Scherzo. Molto vivace, e단조, 3/4박자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 제3악장

스케르초 악장으로 체코의 민속 춤곡을 떠오르게 하는 악장입니다.

중간의 트리오 부분은 상당히 소박하지만 유쾌한 부분으로 2악장이 고향의 그리움을 표현했다면 3악장의 트리오는 미국에서의 새로운 경험의 즐거움을 표현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4악장: Allegro con fuoco, e단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 제4악장

현악기가 증기기관차 소리를 연상시키는 위압적인 서주를 연주한 후 금관악기가 그 유명한 제1주제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2주제는 클라리넷이 연주하는데 1주제와는 대비되는 서정적인 멜로디입니다.

전개부에 들어가면 제시부의 두 주제들과 1~3악장에 나왔던 여러 주제들이 어우러져 등장하며 곡의 통일성을 만들어 줍니다.

코다 부분에서는 4악장 내내 빠르게 달려왔던 분위기가 순간 정적으로 바뀌며 호른이 1주제를 조용하게 연주하면서 끝나나 싶더니 곧바로 다시 분위기를 전환하여 모든 악기들이 가세한 포르티시모로 화려하게 마무리합니다.

 


 

기타

이 곡을 드보르작의 5번 교향곡으로 써놓은 책이나 음반도 존재합니다. 주로 정말 오래된 책이나 LP음반 등에서 볼 수 있죠.

사실 드보르작이 살아있던 당시 신세계 교향곡은 그의 5번 교향곡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가 생전에 출판하지 않고 묻어둔 교향곡 4곡이 존재했었죠. 드보르작 사후 한참 뒤에 이 4곡이 추가로 발견되었고 한동안 5번과 9번을 혼용하여 사용하다 현재는 9번 교향곡으로 굳어진 것이죠.  그러나 이 4개의 교향곡들은 그가 출판을 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습작 수준의 곡으로 의미 있게 취급받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이 곡들의 발견으로 인해 드보르작도 일명 ‘9번 교향곡의 저주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습니다.(9번 교향곡의 저주에 관하여서는 링크 참조: https://schoolclassical.tistory.com/6)

 

4악장의 유명한 도입부는 증기기관차의  경적소리에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드보르작이 직접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지만 그가 철도와 기차를 정말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었기에 이 이야기가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1969년에는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미국의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과 닐 암스트롱이 이 곡의 음반을 들고가 감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신세계 교향곡은 우주에서 재생된 첫 번째 음악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또 다른 신세계에 갔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선곡으로 이 곡이 미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큰 위상을 가진 곡인지를 알 수 있는 일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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