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어릴 때 부모님 손잡고 피아노 학원가서 한 번 씩은 배워보신 분 많으실 겁니다.
근데 세상에 악기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는 왜 하필 피아노를 배울까요?
오늘은 피아노가 어떻게 해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악기가 되었는지 글을 써볼까 합니다.
우선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간략히 악기의 분류를 알아보겠습니다.
보통 악기를 분류할 때 크게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 이 4가지로 분류를 합니다.
현악기는 하프, 기타 등의 발현악기와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의 찰현악기로 분류합니다.
관악기는 목관악기-금관악기로 나누어지는데 목관악기로는 플루트, 클라리넷, 오보에, 바순 등이 있고 금관악기로는 트럼펫, 트롬본, 호른, 튜바 등이 있습니다.
타악기는 심벌즈, 팀파니, 트라이앵글, 스네어드럼 등 수많은 악기들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건반악기는 오늘 주제인 피아노 그리고 오르간, 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 신디사이저 등이 있습니다. 숫자상으로는 가장 적습니다.
1.우선 건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건반은 전 세계에서 서양악기에만 있는 물건으로 이 건반이라는 물건은 정말로 획기적인 물건입니다.
다른 악기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건반악기의 독보적인 장점으로
1)매우 넓은 음역대
2)연주의 편리함
3)화음 연주 가능
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1)매우 넓은 음역대
건반악기의 대표주자 피아노는 88개의 건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옥타브에 12개의 건반을 쓰니 7옥타브가 조금 넘는 수준인데 사실상 서양음악에서 이 이상의 음역을 쓰는 일은 없습니다. 이 말은 거의 모든 음악에서 음역대의 문제로 연주가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말입니다. 건반악기를 제외한 어떠한 악기도 이정도의 넓은 음역을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없습니다.
2)연주의 편리함
건반악기는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른다.’는 매우 간단한 방식으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피아노 외의 다른 악기를 다루어 본 적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음악이 아니라 ‘소리’를 내는 데도 어느 정도의 연습을 거쳐야 했을 겁니다. 물론 피아노 역시 전공 수준으로 가면 좋은 소리를 만드는데 공을 들여야 하지만 아마추어 수준에서는 지겨운 기본기 대신 빠르게 그럴듯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낮은 진입장벽은 매우 큰 장점이죠.
3)화음 연주 가능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게 건반악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피아노 외의 악기를 하신 분들은 반주자 구하는 데 애를 써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반주자 구하려면 귀찮죠. 돈도 들고 서로 스케쥴도 맞춰야 하고...
건반악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악기들은 여러 음을 동시에 내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제약이 많습니다. 그래서 건반악기를 제외한 악기들은 혼자서 연주를 할 수가 없습니다. 화음 없이 단선율로만 연주를 하게 되면 음악이 상당히 밋밋해 집니다.
우선 관악기를 보겠습니다. 일반적인 관악기는 음을 동시에 연주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사람이 목소리 두 개를 동시에 내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사람의 목소리도 관악기와 원리가 같습니다.) 화음 없이 단선율로만 곡이 진행되기 때문에 반주 없는 관악기 독주곡은 정말 찾기가 힘듭니다.
현악기는 줄을 뜯거나 활로 문질러서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이론상 현이 달려있는 만큼 동시에 음을 내는 게 가능합니다.
바이올린 같은 경우는 줄이 4개가 달려 있어서 최대 4개의 음을 동시에 연주 가능합니다. 이론상으로는.(같은 계열 악기인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도 마찬가지. 여기선 바이올린으로 설명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론은 이론이고 실제로 바이올린으로 여러 음을 동시에 연주하는 건 어려운 스킬입니다. 이 주법을 더블 스토핑이라고 하는데 불협화음 안 나게 정확한 운지를 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악기 구조상 실제로 낼 수 있는 화음은 상당히 제약이 있습니다.
바이올린 같은 경우 관악기와는 다르게 그래도 바이올린 혼자서 연주하는 곡들이 좀 있습니다. 바흐의 (위의 샤콘느가 여기 수록곡 중 하나입니다.), 파가니니 등...
하지만 상당수의 무반주 바이올린 곡들은 무지막지하게 어렵기 때문에 비전공 아마추어들은 감히 건드리지도 못하는 흉악한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타악기 같은 경우에는 음정이 존재하지 않는 무율악기가 많습니다.
마림바, 실로폰 등의 악기는 음정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보통 양손에 채 하나씩 쥐고 연주를 합니다. 필요할 때는 왼손, 오른손에 채를 2개씩 쥐고 최대 4개의 음을 동시에 연주하기도 하지만 역시 제약이 많죠.
2.건반악기들 중에 하필 피아노가 악기의 왕이 된 이유
1번에서 건반악기의 장점들을 봤으니 이번에는 여러 건반악기들 중 피아노가 대세가 된 이유를 보겠습니다.
건반악기가 다른 악기들에 비해 큰 장점들이 많았지만 사실 단점도 있었습니다. 바로 강-약(셈여림) 표현이 자유롭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피아노 발명 전 대세 건반악기였던 하프시코드, 파이프오르간은 강약의 변화를 쉽게 줄 수가 없었습니다. 건반을 살살 누르나 세게 누르나 같은 크기의 소리만 울릴 뿐입니다.
하프시코드는 건반을 누르면 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이 방식으로는 강약표현이 불가능해 차선책으로 건반을 2단으로 달아놓은 뒤 아랫건반을 누르면 2개의 현이 동시에 울리도록 하여 2단계의 강약조절은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파이프오르간은 건반을 누르면 관악기처럼 음관에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이 악기는 아예 건반을 최대 4단까지 마구마구 달아놓은 뒤 심지어 발건반까지 달아놓았습니다.
덕분에 어느정도 셈여림은 표현할 수 있긴 했지만 악기가 무지막지하게 커져버렸습니다. 게다가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려면 연주자 혼자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지하실에서 풀무를 돌려 바람을 넣어줄 일꾼들까지 추가로 필요합니다. (요즘에는 기계로 바람을 불어넣기 때문에 필요없습니다.)
파이프오르간은 피아노 등장 이후에도 멸종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여러가지로 까다로운 악기라 도저히 대중적인 악기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바흐의 '파사칼리아와 푸가' 톤 쿠프만 연주. 곡 첫부분을 발로 연주를 합니다. DDR도 아니고...덩치도 매우 거대합니다. 참고로 실제로 있는 파이프의 숫자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바로크 시대 후반부에 처음 등장한 피아노는 다른 악기들에 비해 발명된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18세기 초 이탈리아의 악기 제작자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만들었습니다. 나온 지 오래되지 않은 악기인 만큼 바로크 시대에 피아노를 위해 작곡된 곡은 거의 없습니다. 바흐, 헨델, 스카를라티 등의 피아노곡은 사실 클라비코드나 하프시코드를 위한 곡을 피아노로 치는 것뿐입니다.
이 악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제약이 많았던 셈여림을 건반을 누르는 힘만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 건반악기들은 2-4단계 정도의 한정된 셈여림만 표현 가능했는데 피아노는 연주자가 누르는 힘만큼 세밀한 셈여림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로서 건반악기의 가장 큰 제약이 사라졌습니다.
오죽 이 기능이 혁신적이었으면 아예 악기 이름을 피아노포르테 [피아노(여리게)포르테(세게)] 로 지었을 지경이었습니다. (피아노의 원래 이름은 피아노포르테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뒤에 포르테가 빠지고 피아노로 불림)
이렇게 거의 모든 음악적 표현들을 혼자서 할 수 있게 된 궁극의 건반악기 피아노는 개량을 거치면서 고전파 시대부터 클래식에서 가장 중요한 악기로 격상합니다. 작곡을 할 때 피아노는 사실상 필수 도구가 되었고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은 작곡가 못지않게 훌륭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습니다.
대중적으로도 산업혁명 시기를 맞이하면서 일반 가정에까지 피아노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음반과 축음기의 발명 이전까지 음악을 가장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피아노였습니다. 때문에 피아노의 인기는 날로 높아만 갔습니다.
그렇게 21세기 현재까지 피아노는 음악이 필요한 거의 모든 곳에서 사용이 되며 어린이들이 교양으로 배우고, 어른들도 취미로 배우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공과 직업으로 땀흘려가며 연주하는 악기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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