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펌글) 리바이벌(모던) 하프시코드 바로 알기

교클 2021. 5. 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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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한번 현대식 하프시코드와 바로크식 하프시코드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매우 좋은 글이 있어서 퍼왔습니다. 이것보다 더 정확하고 상세히 쓸 수가 없을 듯 하니 굳이 제가 새로 글을 쓸 일은 없을 듯 싶네요.  원글에 댓글을 남길 수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물어보지 않고 퍼왔는데 혹시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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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시코드(쳄발로)의 종류를 크게 나누자면 리바이벌 Revival (혹은 “모던식”/”개량식”/”20세기 양식”) 하프시코드와 히스토릭 Historic (혹은 “전통식”) 하프시코드로 구분된다. 물론 곧 이야기하겠지만 오늘날 접하게 되는 90% 이상은 히스토릭 하프시코드이다.


둘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하프시코드의 역사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50~70년대, 고음악(early music)에 대한 재조명이 일면서 자연스레 옛 악기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하프시코드는 그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옛 모습 그대로의 하프시코드를 복원하여 옛 울림을 재현하기보다는, “개량을 통하여 현대의 오케스트라에 적합한” 하프시코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리바이벌 하프시코드는 그러한 목적 하에 대부분 피아노 테크니션들에 의해 피아노 제작소에서 만들어졌고, 자연스레 많은 부분 피아노 제작 기술이 동원되었다. 그 결과로 탄생한 리바이벌 하프시코드는 외형부터 사운드까지 전통식 옛 하프시코드와는 천양지차인, 일종의 새로운 악기였다. 음악학자 아르농쿠르는 그 차이에 대하여 "깡통으로 만든 바이올린과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차이"로 비유한 바 있는데, 과장이 아니다.

 

<리바이벌 하프시코드>


Youtube 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초창기의 리바이벌 하프시코드 동영상이다. 울림은 거의 들리지 않는데, 이런 하프시코드가 옛 시대에 사용된 하프시코드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큰 오해이다.

리바이벌 하프시코드의 붐은 얼마 지속되지 못하고 종식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환경에 맞도록 개량했다고 하는 리바이벌 하프시코드의 울림은 의외로 배음이 빈약하고 공명감을 지니지 못해 오히려 전달력이 떨어졌으며, 대중들에게는 “하프시코드의 사운드는 괴기하고 금속성이 강하여 거북하다”는 오명만 사고 말았다. 유일한 장점은 페달을 설치함으로써 다양한 소리를 연주 도중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역시 지나치게 복잡한 장치 및 스탑들로 인해 액션이 늘 불안정하여 제 성능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바야흐로, 리바이벌 하프시코드에 대한 회의와 함께, 미국 보스톤 지역을 중심으로 옛 제작 방식과 디자인, 재료를 그대로 재현하는 히스토릭 하프시코드의 연구와 제작이 큰 힘을 받았다. 히스토릭 하프시코드는 투명한 울림과 풍부한 배음으로 비로소 사람들을 납득시켰으며, 시각적으로도 보는 이를 매혹시켰다. 옛 선조들이 제작한 하프시코드가 기술적으로 결코 열등한 것이 아닌 그 자체로서 이미 개량의 여지가 거의 없는 온전한 악기임이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하프시코드 제작자들은 보다 한걸음 더 옛 제작자들의 제작공법에 다가가고자 오리지널 악기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리바이벌 하프시코드>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사진과 같은 외관으로, 보통 한 눈에 리바이벌 하프시코드임을 식별할 수 있음. 5~7개의 페달. 3개의 다리. 월넛 나무톤. 그랜드피아노와 유사한 비율로 두껍고 길이가 짧음. 다리에 바퀴가 있음. 건반 크기는 피아노의 건반과 같은 사이즈. 16'스탑 및 Nasal 스탑을 망라하고 있음. 플렉트럼은 가죽이 많음. 메탈 잭. 페달만으로 스탑과 건반 커플링을 조작함. 음역은 히스토릭 악기와 동일. 사운드보드는 두꺼우며 라미네이트/유광 처리. 데코레이션 없음. 피치이동(A415/440) 불가.

<히스토릭 하프시코드> 

 

 

양식과 모델에 에 따라 다양한 외관과 목재, 장식이 있음.  페달이 없고(드물게 영국양식에서는 있음), 다양한 히스토릭 스탠드가 있음. 피아노에 비해 매우 날렵하며 얇으나 길이는 길고 무게가 가벼움. 건반이 피아노에 비해 훨씬 작음. 8'8'4가 기본 스탑. 건반을 밀어 커플링. 플렉트럼은 새 깃털 및 derlin 플라스틱이 많음. 사운드보드는 얇고 데코레이션이 있음. 피치이동(A392/415/440) 가능.

 

 


이후 리바이벌 하프시코드는 연주자나 청중 어느 쪽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채 사라지기 시작했고, 요사이 콘서트에서 접할 수 있는 하프시코드의 90%는 히스토릭 하프시코드이다. 하지만 여전히 1950~80년대 사이 전세계로 퍼진 많은 리바이벌 하프시코드가 남아있고, 국내에도 초창기에 수입된 적지 않은 리바이벌 하프시코드가 여러 음대는 물론 유명 콘서트홀에 방치되어있다. 하프시코드를 갖추고  있다며 연주자를 초청했다가 리바이벌 하프시코드임을 알고 연주가 무산되는 등의 해프닝이 적지 않은데, 오래된 하프시코드가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리바이벌 하프시코드가 아닌지 반드시 확인(의심?)해야 할 것이다. 피아노 업체나 대형 악기사 등에서도 간혹 하프시코드를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일이 있는데, 아쉽지만 대부분 리바이벌 하프시코드로, 낭패를 보기 쉽상이다. 리바이벌 하프시코드의 메이커로는 Neupert, Sassmann, Sperrhacke, Dolmetsch, William de Blaise, Robert Goble 등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훗날 전통식 악기 제작도 시도하였다).

여담이지만, 작년 어느 외국인 하프시코디스트가 내한했을 때, 홀에 구비된 악기가 리바이벌 하프시코드임을 연주 당일 알고, 차라리 전자 키보드로 연주하겠다며 실제로도 그렇게 진행이 되었는데, 그 정도로 리바이벌 하프시코드에 대한 연주자들의 반감은 상당하다.

 

한편, 리바이벌 하프시코드의 유일한 존재이유는 1950년대 전후로 하프시코드를 위해 작곡된 현대 작곡가의 곡들을 연주할 때이다. 당시로서는 작곡가도 리바이벌 하프시코드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하였으므로, 페달을 이용한 잦은 스탑 변경과 16’스탑과 같이 히스토릭 악기에서는 찾기 힘든 사양이 요구되기 때문에 리바이벌 하프시코드라야 온전히 연주가 가능하다.

결국, 리바이벌 하프시코드는 한 때의 ‘실험’으로 끝이 났고, 오늘날 중고 하프시코드 거래 시장에서는 100~300만원 선의 저가 매물이 넘쳐나지만, 온전한 컨디션의 악기가 없고 수리를 위한 부품조차 조달이 용이하지 않음을 감안하면 그 정도 가격의 가치마저도 물음표이다. 악기에 대한 이러한 지식이 없는 애호가나 초심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구매 유혹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리바이벌 하프시코드에 대해서는 올바르게 알 필요가 있다.

 

< 저가 매물이 넘치는 리바이벌 하프시코드>

 

 

[출처] 리바이벌(모던) 하프시코드 바로 알기|작성자 TOMI

 

토미하프시코드 : 네이버 블로그

하프시코드,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웹사이트 http://tomi-h.com

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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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모던 하프시코드의 강렬한 철금성도 듣다보면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좋아하지만 대중적으로 좋아할 음색이 아닌건 사실입니다.

바흐, 헨델, 스카를라티 등의 음악에서는 확실히 어색한 반면 현대음악 작곡가들이 쓴 하프시코드 곡에서는 특유의 철금성이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현대음악의 눈물나는 수요를 생각해 본다면 모던 하프시코드의 운명은...ㅠㅠ

 

 

프란시스 풀랑의 전원 협주곡(Concert Champtre). 모던 하프시코드 연주인데 이 곡은 히스토리컬보다 모던으로 연주하는 이 음반이 더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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