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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분석/바로크 음악

플루트 협주곡의 선구자-비발디의 플루트 협주곡집 Op.10

by 교클 2025. 7. 31.

Antonio Lucio Vivaldi - 6 Flute Concerto Op.10 (VI Concerti a Flauto Traverso)

 


이 작품은 <사계>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가 1728년 출판한 플루트 협주곡집으로 합주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들만 출판하던 비발디가 처음으로 출판한 플루트 협주곡입니다.

비발디가 플루트를 위한 협주곡을 작곡하여 출판한 것은 상당히 도전적인 시도였습니다. 사실 바로크 시대 당시 가장 대중적이었던 목관악기는 다름아닌 리코더였으며 플루트는 아직 개량이 크게 이루어지지 않아 리코더보다 존재감이 없었던 악기였습니다. 
사실 이 당시 ‘플루트’라는 이름은 리드가 없는 목관악기 전체를 지칭했고, 특히 그 중 가장 대중적인 악기인 리코더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우리가 아는 그 플루트는 가로 플루트(flauto traverso)라고 불러야 했었습니다.)

비발디는 이러한 시기에 플루트라는 악기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하여 플루트를 위한 독주 협주곡을 작곡 후 출판까지 하였습니다. 
이 시대에는 음역대가 겹치는 플루트와 리코더가 서로의 곡을 혼용하여 연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비발디는 이 작품집을 두고 가로 플루트를 위한 곡(VI Concerti a flauto traverso)이라며 리코더로 연주하지 않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이후 고전파 시대에 접어들면서 리코더는 음량 등 여러가지 한계로 인해 차츰 도태되었고 그 자리를 플루트가 채워나가며 비발디의 선구안이 정확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총 6곡으로 이루어진 작품집으로 제목이 붙어있는 1~3번곡이 그 중에서 유명합니다.



곡의 분석


악기 구성: 플루트, 현5부, 통주저음(보통 류트나 하프시코드를 사용합니다.)
출판: 17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앞서 설명했듯이 이 곡은 6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번, 2번, 3번 곡에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1번 곡은 <바다의 폭풍>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2번곡은 <밤>, 3번곡은 <홍방울새>라는 부제가 있습니다.
부제가 붙어있는 이 세 작품들이 특히 유명하며 이 작품들은 현재 플루티스트들의 주요 협주곡 레퍼토리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으로는 많은 곡들이 악기 구성만 약간 다른 똑같은 실내 협주곡들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비발디가 피에타 학교의 음악교사로 근무하며 학생들의 연주를 위해 작곡했던 실내 협주곡들 중 좋은 곡들을 골라 조금 손을 본 후 출판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1번곡- <바다의 폭풍> (La Tempesta di Mare), F장조, RV 433

비발디-플루트 협주곡 Op.10-1 <바다의 폭풍> - Letícia Maia 연주

 

비발디는 <바다의 폭풍>이라는 제목의 협주곡을 여러 곡 작곡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Op.8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의 5번 Eb장조 곡이 있는데 이 곡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플루트 협주곡과는 다른 작품입니다.
그 외에 그 유명한 <사계>의 여름 중 3악장 또한 폭풍우를 묘사한 작품입니다.

사실 폭풍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그다지 휘몰아치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 작품입니다. 차라리 앞서 설명한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 중 5번 곡이나 아니면 <사계> 중 여름 3악장이 이러한 묘사를 훨씬 생생하게 했죠.

비발디의 작품 중 실내 협주곡 RV 98 및 합주 협주곡 RV 570은 이 작품과 악기 구성만 약간 다른 동일 작품입니다.


2번곡- <밤> (La Notte), G단조, RV 439

비발디-플루트 협주곡 Op.10-2 <밤>, Krzysztof Malicki 연주

 

이 곡은 Op.10의 6곡 중에 유일한 단조곡이며 무려 6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구성의 작품입니다.
느린 악장-빠른 악장이 교차하는 바로크 초기 협주곡 스타일의 작품이며 첫 악장과 5악장의 음산한 분위기가 이 제목의 유래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이 곡의 5악장은 <사계>중 가을 2악장과도 분위기가 유사합니다. 공교롭게도 <가을> 2악장도 가을 밤을 묘사한 곡입니다.

이 곡 역시 <밤>이라는 제목을 가진 동명의 협주곡이 있는데 바순 협주곡 RV 501 입니다. 역시 제목만 같은 다른 곡입니다.
그 외에도 비발디의 작품 중 실내 협주곡 RV 104이 이 곡과 악기 구성만 다른 동일한 작품입니다.


3번곡-<홍방울새> (Il Gardellino), D장조, RV 428

비발디-플루트 협주곡 Op.10-3 <홍방울새>, 제임스 골웨이 연주

 

3번 곡인 <홍방울새>는 Op.10의 여섯 곡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곡입니다.
1악장 도입부에서 등장하는 플루트의 상승 멜로디가 마치 새가 지저귀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내어 이러한 부제가 붙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플루트의 트릴 기법등을 사용해 곡 전반에 걸쳐 새소리를 실감나게 묘사한 것이 특징입니다.
플루트를 비롯한 목관악기들로 새소리를 묘사하는 것은 이후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등 많은 후배 작곡가들이 시도합니다.  표제음악의 선구자 비발디다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이 작품의 경우도 실내 협주곡 RV 90과 같은 작품입니다.

오색방울새(European goldfinch), 이 새는 동아시아 야생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새입니다.

 

참고로 이탈리아어  Il Gardellino를 영어로 쓰면  Goldfinch, 한국어로는 오색방울새(유럽금화조)를 뜻하는 단어로 홍방울새와는 다른 종이지만 친척뻘 정도는 되며 오색방울새가 한국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새이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익숙한 ‘홍방울새’로 약간의 의역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4번곡-G장조, RV 435

비발디-플루트 협주곡 Op.10-4 - 제임스 골웨이 연주

 

Op.10의 여섯 곡 중 유일하게 동일한 작품이 존재하지 않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만들지 않은 것인지 유실되어 사라진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5번곡-F장조, RV 434

비발디-플루트 협주곡 Op.10-5 - Davide Chiesa 연주

 

비발디의 리코더 협주곡 RV442와 동일한 작품입니다. 


6번곡-G장조, RV 437 

비발디-플루트 협주곡 Op.10-6, 제임스 골웨이 연주

 

실내 협주곡 RV101번과 동일한 곡입니다. 

덧붙여 이 곡의 2악장은 비발디의 작품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 Op.8의 7번곡인 RV242 <피젠델을 위하여>2악장 멜로디와도 동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