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바로크 음악

전설의 접대음악 – 헨델의 〈수상 음악〉

교클 2024. 1. 6.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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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Frideric Handel - 〈Water Music〉 HWV 348~350

 

〈수상 음악〉의 초연 장면을 묘사한 그림. 가운데 왼쪽 사람이 헨델, 오른쪽 사람이 조지 1세입니다.


헨델의 〈수상 음악〉(水上 音樂, Water Music)은 헨델이 작곡한 바로크 모음곡으로 그의 가장 유명한 기악곡 중 하나입니다. 헨델 특유의 밝고 화려한 음악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곡을 작곡한 배경을 소개할 때는 꼭 등장하는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존재합니다.
헨델은 원래 독일인으로 현재 독일 지역에 위치한 하노버 왕국의 게오르크 1세 밑에서 일하고 있던 음악가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휴가를 얻어 갔던 런던에서 상연한 그의 오페라 〈리날도〉(이 오페라에서 나오는 곡이 그 유명한 '울게 하소서' 입니다.)가 크게 성공하며 부와 명성을 얻게 됩니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국제도시인 영국 런던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자 그는 하노버의 궁정 음악가임에도 다시 한 번 게오르크 1세의 특별 허가를 맡아 1712년 영국에 연주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의 엄청난 인기에 큰 성공을 직감한 헨델은 결국 그 길로 다시 독일에 돌아오지 않고 아예 영국에 눌러 살기로 결심합니다. 
즉 게오르크 1세의 뒤통수를 친 것이죠.

이렇게 귀화한 헨델은 오페라의 흥행으로 인한 대중적 성공은 물론이고 〈앤 여왕의 탄신일을 위한 송가〉와 같은 접대용 작품을 작곡하며 국왕 앤 여왕의 총애까지 받으며 영국에서 승승장구 하였습니다. 그러나 1714년 기절초풍할 일이 벌어집니다.

헨델을 총애하던 앤 여왕이 자식 없이 사망하자 영국의 왕위 계승 법칙에 의해 다음 왕으로 추대된 사람이 조지 1세였는데 이 사람은 다름 아닌 헨델이 뒤통수쳤던 하노버의 왕 게오르크 1세였습니다.
남의 나라의 왕을 데려와서 자기 나라 왕으로 추대하는 것이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겠지만 유럽에서는 종종 일어났던 일입니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각 나라의 왕실이 서로 혈연으로 엮여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헨델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지금까지 이룬 수많은 성공은 사라지고 왕을 속인 죄로 처벌을 받지는 않을까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이 비상사태를 해결하려 머리를 싸매던 헨델은 본인이 가장 잘 하는 특기인 음악으로 조지 1세의 신임을 다시 얻어 보기로 합니다.

꾸준히 기회를 엿보던 헨델은 마침내 좋은 타이밍을 발견합니다.
1717년 영국에 방문한 조지 1세가 템즈 강에서 뱃놀이 연회를 한다는 정보를 얻은 것이죠.
국왕의 뱃놀이 계획을 확인한 그는 일단 필사적으로 멋진 음악을 작곡합니다.
그 후 1717년 7월 17일, 조지 1세의 뱃놀이 날 자신의 악단을 배에 태워 국왕의 배 근처에서 연주를 합니다.

곡을 들은 국왕 조지 1세는 매우 흡족해 했습니다. 흥겨운 뱃놀이 도중 멋진 음악 배경으로 깔리니 얼마나 즐거웠겠습니까? 왕은 계속해서 연주를 하라 지시하였고 헨델과 그의 악단은 3번이나 반복하여 연주하였습니다.
그 날 흔들리는 배 위에서 4시간을 연주해야 했던 헨델과 그의 악단은 매우 힘들었겠지만 아무튼 헨델은 결국 조지 1세 국왕의 신임을 다시 얻는 데에 성공하였고 이후로도 작곡가로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수상 음악〉 2번 중 알라 혼파이프. 아마도 이 모음곡에서 가장 유명한 곡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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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분석
이 곡은 크게 3개의 모음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음곡 안에 수록된 곡들을 합치면 20개가 조금 넘습니다.
일반적인 바로크 모음곡처럼 각 모음곡은 여러 춤곡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세 곡을 합친 총 연주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됩니다. 곡들은 ‘대충’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1.모음곡 바장조(Suite in F major. HWV 348)

헨델- 수상음악 제1번, Hervé Niquet 지휘, Le Concert Spirituel 연주(이하 동일)

 

1)서곡 Overture (라르고 - 알레그로 Largo – Allegro) - 2)아다지오 에 스타카토(Adagio e staccato) - 3)알레그로- 안단테-알레그로 다 카포 (Allegro - Andante – Allegro da capo) - 4)알레그로(Allegro *파스피에(Passepied)라고도 함) - 5)에어(Air) - 6)미뉴에트(Minuet) - 7)부레(Bourrée) - 8)혼파이프(Hornpipe) - 9)안단테(Andante) - 10)알레그로(Allegro) –11)혼파이프(Hornpipe) 

 


2.모음곡 라장조(Suite in D major. HWV 349)

헨델- 수상음악 제2번

 

1)서곡 Overture (알레그로) - 2)알라 혼파이프(Alla Hornpipe) - 3)미뉴에트(Minuet) - 4)렌토(Lentement) - 5)부레(Bourrée) 

 


3.모음곡 사장조(Suite in G major. HWV 350)

헨델- 수상음악 제3번

 

1)사라방드(Saraband) - 2)리고동 I(Rigaudon I) - 리고동 II - 3)미뉴에트I(Menuet I) - 미뉴에트 II - 4)컨트리 댄스 I - 컨트리 댄스 II (Country Dance *지그(Gigue)라고도 함)

앞서 대충이라고 쓴 이유는 이 모음곡은 정확한 수록곡들과 그 순서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초연 당시에 연주했던 순서는 현재 남아있지 않으며 당시 기록이나 출판된 악보에도 순서는 뒤죽박죽입니다. 현대에도 연주나 음반 등에 수록되어 있는 곡들은 순서가 제각기 다르며 생략되어있는 곡들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곡 순서는 참고 정도만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 곡의 초연 당시에는 바로크 음악에서 흔히 편성되던 하프시코드가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를 타고 탁 트인 물 위에서 연주하려고 작곡한 음악이기 때문에 소리는 작은데 부피는 크고 무거운 하프시코드를 편성하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이 곡을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현재는 하프시코드가 편성된 채로 연주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악기 구성 역시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죠.

 



기타
수상 음악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은 사람은 영국의 실질적 통치자인 수상(Prime Minister)을 말하는 것인가 헷갈려 하는 사람도 있는데(본인) 곡 제목의 ‘수상’은 물 위를 말하는 것이지 영국의 총리를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국의 수상제를 처음 도입한 사람이 바로 이 곡에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 조지 1세라는 점입니다. 그는 평생 독일 하노버에서 왕 노릇을 하던 사람이라 영국의 사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의회에서 왕을 대신할 실무자를 뽑으라고 지시한 것이 수상제의 시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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