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stav Mahler - Symphony No.6 in A minor <Tragic(Tragische)>

말러의 교향곡 제6번은 <비극적>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무겁고 비극적인 악상이 도드라지는 곡입니다.
말러의 중기 교향곡을 대표하는 걸작 중 하나로 말러의 교향곡에서는 보기 힘든 4악장 구성의 고전적인 교향곡 형식과 카우벨 등의 수 많은 타악기와 80분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 해머 타격으로 대표되는 극적인 전개가 돋보이는 뛰어난 완성도의 걸작이기도 합니다.
그가 이 교향곡 작곡에 착수한 시기인 1903년의 1년전인 1902년에는 아내 알마 쉰들러와의 결혼 및 그녀와의 사이에서 첫째 딸 마리아 안나 말러를 보았고 그 이듬해인 1904년은 둘째 딸 안나 유스티네 말러를 얻었던 시기입니다. 외적으로 봤을 때에도 1897년에 취임한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 자리가 아직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보면 알겠지만 이 작품을 작곡하던 시절 말러의 삶은 비극적이긴커녕 인생의 최정점이라고 할 만큼 가장 잘나가고 행복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가장 행복한 시절에 이런 비극적인 작품을 작곡하였으며 이후 거짓말처럼 몇 년 뒤인 1907년, 첫째 딸을 성홍열로 떠나보내고 본인은 치명적인 심장병 진단을 받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반유대주의자들의 공격에 빈 국립 오페라극장에서도 쫓겨나듯 사임하게 됩니다.
훗날 아내 알마는 말러가 이 교향곡에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두려워했다고 진술했으며, 실제로 말러 본인 역시 피날레에 등장하는 3번의 해머 타격이 자신의 세 가지 비극을 예언한 것이라며 두려움에 떨어 초연 직전 타격 횟수를 2번으로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1903년, 말러는 이토록 완벽한 행복 속에서 어떤 운명의 그림자를 보았던 것일까요?
곡의 분석
작곡연도(Composed): 1903~1904년
첫 연주(Premiere): 1906년, 독일 에센
지휘자: 구스타브 말러
악기 편성
-목관악기: 플루트 4 (3·4번은 피콜로 겸함), 오보에 4 (3·4번은 잉글리시 호른 겸함), 클라리넷 4 (1번은 Eb 클라리넷 겸함), 베이스 클라리넷 1, 바순 4, 콘트라바순 1
-금관악기: 호른 8, 트럼펫 6, 트롬본 4 (테너-베이스 3, 베이스 1), 튜바 1
-타악기: 팀파니 6(2세트), 해머(나무 망치), 카우벨(소방울), 루테(Rute), 실로폰, 글로켄슈필, 탐탐(공), 큰북, 작은북, 심벌즈, 트라이앵글, 탬버린
-건반/현악기: 첼레스타 1대, 하프 2대, 현 5부
이 작품은 형식을 기준으로 봤을때 말러의 작품 중 가장 고전적인 교향곡의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1악장 소나타 형식-2악장 느린 악장-3악장 스케르초-4악장 소나타 형식)
물론 이는 형식으로 분석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곡의 내용으로 보면 성악만 들어가지 않았을 뿐 온갖 독특한 타악기들이 등장하며 말러의 곡 중 가장 거대한 기악 편성을 가진 곡이며 길이도 보통 80분 내외로 말러의 작품들 중에서도 긴 편에 속하는 연주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성도 베토벤 이후 표준이 된 투쟁에서 승리로 끝나는 구성이 아닌 오히려 투쟁 끝에 패배를 하는 압도적인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곡입니다.
1악장. Allegro energico, ma non troppo. Heftig, aber markig
1악장은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연주하는 강렬한 행진곡풍의 리듬으로 시작됩니다. 이후 서정적인 2주제, 일명 '알마의 테마'가 등장해 분위기를 반전시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서정적인 순간에도 긴장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습니다. 격렬한 리듬과 불안한 분위기가 끊임없이 되살아나며, 음악은 투쟁과 갈등 속에서 나아갑니다. 그러나 치열한 전개 끝에 1악장에서는 결국 알마의 테마가 승리하듯 화려한 장조로 끝맺습니다.
2악장. Andante moderato
2악장은 80분에 달하는 거대한 비극 속 오아시스 같은 악장입니다. 유명한 5번 교향곡 4악장 ‘아다지에토’와도 어느정도 유사한 느낌이 들며 말러 특유의 처연하고 아름다운 서정성이 돋보입니다, 멀리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카우벨 소리가 세속을 벗어난 완벽한 안식을 느끼게 합니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일상을 회상하는 듯하지만, 동시에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평화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이 악장의 경우 2,3악장의 배치와 관련된 오래된 논쟁이 존재하는데 배치에 따라 이 악장이 곡에서 부여받는 역할 및 성격이 매우 달라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추가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이번 글에서는 2악장을 느린 악장으로 보고 작성하였습니다.
3악장. Scherzo, Wuchtig
3악장은 1악장 도입부와 유사하게 시작하며 스케르초 형식에 걸맞은 리듬감을 지니면서도, 일반적인 스케르초의 경쾌함과는 거리가 먼 독특한 악장입니다. 강한 악센트와 불규칙한 리듬,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악구가 어우러지며 익살스러움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때로는 장난스럽게 들리다가도 어느 순간 무겁고 위압적인 분위기로 바뀌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기묘한 양면성은 말러 특유의 독창적인 관현악법과 어우러져 음악에 묘한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1악장의 마무리가 밝게 끝난것과 달리 3악장은 2악장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흔들어 놓으며, 마지막 악장에서 펼쳐질 거대한 투쟁을 향해 나아갑니다.
4악장. Finale: Sostenuto – Allegro moderato – Allegro energico
약 30분에 이르는 거대한 피날레는 어둡고 불안한 서주로 시작됩니다. 이후 관현악 전체가 가세하면서 음악은 점차 격렬해지고, 앞선 악장들에서 나타났던 긴장과 갈등이 한데 모여 폭발합니다.
이 악장은 강렬하게 돌진하다가도 갑자기 힘을 잃고, 희망적인 선율이 등장한 뒤 다시 절망적인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러한 극적인 전개를 상징하는 장면은 바로 그 유명한 해머 타격입니다. 마치 운명이 내려치는 일격과도 같은 이 타격은 작품 전체의 비극성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긴 시간동안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 뒤 결국 피날레는 전통적인 교향곡에서 기대하는 승리의 결말을 거부합니다. 끝까지 저항하고 투쟁하지만, 음악은 마침내 어둡고 비극적인 종결에 도달합니다.
2,3악장의 순서
이 곡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 중 하나가 바로 2악장과 3악장의 배치 문제입니다.
말러가 처음 구상한 순서는 스케르초가 2악장, 안단테가 3악장이었습니다. 악보의 출판 과정에서도 이 순서로 진행하였지만 지속적으로 두 악장의 순서를 고심한 말러는 결국 1906년 에센 초연에서 마음을 바꾸어 안단테를 2악장, 스케르초를 3악장으로 배치했습니다. 이후 출판본에서도 이 순서로 악장 배치가 변경되었으며 말러는 생전에 변경 없이 이 배치에 따라 지휘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말러 사후 작곡가의 진짜 의도에 대한 논쟁이 일며 스케르초-안단테가 정설이 되었다 다시 바뀌는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며, 현재까지도 지휘자와 연주 단체에 따라 서로 다른 순서가 채택되고 있습니다.
일단 현재 국제 말러 협회에서 채택한 순서는 안단테-스케르초이며 이 글도 거기에 맞추어 작성했습니다만 아직도 논쟁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두 악장의 배치에 따라 음악적 흐름에서 극적인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우선 안단테가 2악장에 배치되는 경우, 격렬한 1악장 뒤에 서정적이고 평온한 음악이 등장하며 잠시 긴장을 풀어줍니다. 그러나 뒤이어 다시 1악장과 유사한 느낌의 위압적인 스케르초가 이러한 평화를 깨뜨리며 불안감을 다시 불러옵니다.
반대로 스케르초가 2악장에 배치되는 경우, 1악장의 긴장감이 유사한 분위기의 2악장까지 그대로 이어지다가 3악장 안단테에서 비로소 평온함을 얻습니다. 이때 서정적이면서 처연한 안단테는 30분에 이르는 거대한 비극의 4악장을 앞두고 찾아온 마지막 안식처가 됩니다.
또한 말러가 처음 작품을 구상, 작곡할 당시에는 분명 스케르초-안단테 순서였다는 점에서, 이 배치가 작품의 초기 구상과 음악적 흐름을 더 잘 반영한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배치 중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악장 순서의 차이를 넘어, 말러 교향곡 제6번의 비극을 어떤 흐름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관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타
곡의 제목인 ‘비극적(Tragic)'은 처음부터 붙은 제목은 아닙니다. 남아있는 자료를 보면 에센에서의 초연 당시에는 별도의 재목이 붙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출판한 악보에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제목이 처음으로 등장한 건 1907년 빈에서의 초연 당시입니다.
Sechste Sinfonie-Tragische(제6 교향곡 ― 비극적)이라는 제목이 이 공연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 공연의 지휘도 작곡가 말러가 직접했기 때문에 말러는 이 사실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말러가 사석에서 이 곡을 ‘비극적’이라고 불렀다는 증언을 말러의 제자였던 브루너 발터가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발터의 증언과 달리 말러가 공식적으로 이 곡을 ‘비극적’이라고 지칭한 다른 자료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유로 이를 부정하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사실이 어떻든 ‘비극적’이라는 별칭은 이 음악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제목이었고 결국 지금까지 살아남아 이 곡의 제목으로 정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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