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annes Brahms-Symphony No.2 in D Major Op. 73 (Die Sinfonie Nr. 2 D-Dur Op. 73)
브람스의 음악은 흔히 가을과 어울린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확실히 그의 음악에 녹아있는 쓸쓸함과 은은하게 느껴지는 열정은 가을의 적막한 분위기와 어울리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이 곡은 그런 사람들의 말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브람스의 교향곡 제2번은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고도 부르는 곡인데 그 명칭처럼 브람스의 4개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상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곡입니다.
브람스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곡의 목가적이고 밝은 분위기를 듣고 자연을 연상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곡은 그가 오스트리아 남부의 휴양지 푀르차흐에서 여름 휴가를 지내던 때 작곡을 시작하였습니다.
베토벤의 그늘 아래에서 오랜 기간 고통받았던 첫 교향곡의 중압감에서 해방된 덕분인지 이 2번 교향곡은 반대로 상대적으로 빠르게 작곡을 완료하였습니다.
바로 1년 전에 완성한 그의 첫 교향곡이 거의 20여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수도 없이 고치고 또 고치며 작곡했던 것에 비해 이 곡은 1877년 6월에 작곡을 시작하여 12월 30일에 초연을 하였으니 길게 잡아도 반년만에 완성한 것이죠. 그조차도 초고는 10월~11월에 완성하였고 이후 첫 공연때까지는 조금의 수정만 있었을 뿐입니다.
브람스에게 있어 교향곡과 같은 대곡을 이정도로 빠르게 작곡한 것도 흔치 않았던 일입니다. 이 곡에서 느껴지는 상쾌한 분위기는 브람스가 여태 겪었던 중압감에서 해방된 기쁨도 들어있을 것입니다.
원래 12월 9일에 첫 공연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연기되어 12월 30일에 빈에서 실시한 첫 공연은 청중들의 커튼콜까지 받으며 크게 성공하였고 1878년 9월에는 브람스의 고향 함부르크에서 연주하였습니다. 이후 현재까지도 이 곡은 꾸준히 청중들을 공연장으로 불러오는 브람스의 대표적인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곡을 두고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브람스가 가장 존경하고 많은 영향을 받은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과 연계된 별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표제음악인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비교하면 밝고 목가적인 분위기이긴 하지만 명백히 절대음악인 이 곡은 큰 차이가 있는 곡입니다. 따라서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는 타이틀에 너무 얽매여 억지로 자연 등의 이미지를 의식하여 감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곡의 분석
작곡 연도: 1877년 6월 착수하여 그 해 완성
초연 연도: 1877년 12월 30일
초연 장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빈 무지크페라인 홀(Musikvereinsaal)
초연자: 한스 리히터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편성: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파곳 2, 호른 4, 트럼펫 2,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현 5부(제1 바이올린,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D장조 3/4박자, 소나타 형식
서주 없이 바로 저음 현들이 곡을 시작하며 뒤이어 목관과 호른이 제1주제를 연주합니다. 뒤이어 다른 악기들이 참여하며 점점 고조되다 마침내 포르테로 터집니다.
이 1주제가 잦아들면 비올라와 첼로가 브람스의 자장가(Wiegenlied, Op.49)를 연상시키는 2주제를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제시부가 끝나고 등장하는 발전부에서는 1주제를 호른이 연주하며 시작하고 이후 재현부를 거쳐 코다에서는 1주제를 포함한 1악장에서 등장한 여러 멜로디들이 등장하며 조용히 매듭짓습니다.
제2악장: Adagio non troppo, B장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1악장에서의 들뜬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느린 악장입니다. 장조로 시작하지만 밝고 활기찬 분위기는 아니며 차분함 속에 약간의 애수가 섞여 마치 여름날 저녁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나른함과 적막감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곡은 초반부터 서서히 고조되다 중후반부에는 감정이 폭발하는 부분도 나오는데 이 곡에서 가장 감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후 다시 초반부의 멜랑꼴리한 느낌으로 가라앉으며 마무리합니다.
제3악장: Allegretto grazioso-quasi andantino, G장조 3/4박자, 론도 형식의 스케르초
2악장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시 살리는 악장입니다. 스케르초이지만 일반적인 스케르초의 세도막 형식이 아닌 론도 형식을 채택하였습니다. 오보에가 소박한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시작하며 얼마 안가 현악기들이 주도하는 신나는 춤판이 시작됩니다.
제4악장: Allegro con spirito, D장조 2/2박자, 소나타 형식
마지막 악장은 1악장의 들뜬 느낌을 뛰어넘는 휘몰아치는 환희의 악장입니다.
처음에는 현과 목관이 p로 멜로디를 연주하며 차분히 진행을 하는가 싶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급변하여 모든 악기들이 포르테로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2주제에서는 조금 흥분을 가라앉히고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우아한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이후 발전부와 재현부를 거쳐 마지막 코다에서 트럼펫과 호른의 팡파르가 주도하는 가운데 모든 악기들이 질주하며 끝나는 장면은 브람스의 모든 관현악곡들 중 가장 화려하고 장쾌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타
1. 브람스는 1877년 11월 22일에 출판사에 보낸 편지에 “이 교향곡은 너무 우울해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다.” 라고 적었습니다.
이 교향곡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실제 곡의 분위기와 완전 정반대의 평을 하였는데 브람스의 다른 교향곡들과 다르게 상쾌하고 가벼운 분위기의 이 교향곡처럼 평소의 진중하고 내성적인 그의 성격과 다르게 이때는 가벼운 농담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 앞서 이 곡의 초연이 원래 12월 9일이었다가 한 차례 연기되어 12월 30일로 변경되었다고 했는데 사실 그 이유는 빈 필하모닉이 바그너의 오페라 '라인의 황금'을 연습하는데 몰두하느라 시간이 부족해서였다고 합니다. 바그너의 대항마 포지션에 있던 브람스로서는 굴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당시에 음악계에서 바그너의 위상이 워낙 드높았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면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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