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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분석/낭만파 음악

슈베르트 - 완성작보다 더 유명한 <미완성 교향곡>

by 교클 202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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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Peter Schubert-Symphony No.8 in B Minor, D 759 〈Unfinished(Unvollendete)〉

프란츠 패터 슈베르트(1797-1828)

클래식 작품 중에는 미완성으로 남은 작품들이 여럿 존재하며 그중에서 미완성된 교향곡 역시 존재합니다.(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말러 교향곡 제10번 등...)

그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바로 이번에 소개할 이 작품일 것입니다.

 

슈베르트의 8번 교향곡, 흔히 <미완성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이 작품은 클래식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완성 작품 중 하나로 위에서 언급했듯이 미완성된 교향곡들이 여럿 존재함에도 미완성 교향곡이라고 하면 보통 이 작품만을 칭하는 명칭이 되었을 정도입니다.

 

다만 오해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처럼 죽기 직전에 작곡을 시작하여 완성하지 못하고 죽어서 미완성 교향곡이 된 작품은 아닙니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작품이 아닐뿐더러 마지막 교향곡조차 아닙니다.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은 9번 <그레이트>라는 교향곡이며(해당 작품에 대한 설명은 링크: https://schoolclassical.tistory.com/137 참조) 그 이전 작품 중에도 7번 교향곡은 피아노 초고만 남아 있어 연주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작품입니다. 때문에 이 7번을 슈베르트의 교향곡에서 아예 제외시켜 버리고 8,9번을 7,8번으로 부르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위의 <그레이트> 교향곡 글에 관련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 슈베르트는 이 교향곡 말고도 쓰다가 때려치운 곡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창작을 한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생긴 것이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의뢰를 받아 작곡한다는 것은 결국 계약 관계가 성립되었다는 의미이니 현실적인 이유에서라도 작곡을 완료해야 합니다. 하지만 의뢰를 받은 게 아니면 그냥 작곡하다 내키지 않으면 포기해버리면 그만입니다.)

 

슈베르트는 1822년 슈타이어마르크 음악협회에 명예회원으로 추대받았습니다. 그는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교향곡을 작곡하여 헌정을 하려하였습니다.

작곡가는 2악장과 3악장의 9마디까지 완성된 악보를 협회에 소속된 친구 휘텐브레너에게 보내주었는데 어째서인지 더 이상의 진척은 없었고 슈베르트는 6년 후인 1828년 사망합니다. 생전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작곡가 슈베르트의 이 미완성 작품도 덩달아 잊혀지고 맙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1865년, 죽기 3년 전의 휘텐브레너는 지휘자 요한 폰 헤르베크에게 이 작품의 존재를 알렸고 헤르베크는 그 해 12월 17일, 이 작품을 세상에 처음으로 발표합니다.

 

발표 이후 이 교향곡은 큰 화재가 되었으며 4악장으로 구성되는 통상적인 교향곡과 달리 이름처럼 1, 2악장만 존재하는 미완성 작품이지만 지금까지도 슈베르트의 가장 유명한 교향곡이며 완성도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요하네스 브람스가 이 곡을 이렇게 극찬한 것이 유명합니다.

 

“이 곡은 양식적으로는 분명히 미완성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결코 미완성이 아니다. 이 두 악장은 어느 것이나 내용이 충실하며, 그 아름다운 선율은 사람의 영혼을 끝없는 사랑으로 휘어잡기 때문에 누구라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온화하고 친근한 사랑의 말로 다정하게 속삭이는 매력을 지닌 교향곡을 일찍이 들은 적이 없다."

슈베르트-교향곡 제8번 '미완성 교향곡'. 이택주 지휘, KT 챔버 오케스트라 연주

 


곡의 구성

 

작곡 연도: 1822년

첫 연주: 1865년 12월 17일, 오스트리아 빈, 요한 폰 헤르베크 지휘

악기 구성: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2, 트럼펫 2, 트롬본 3, 팀파니, 현 5부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이 곡은 2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단 완성한 1, 2악장은 통상적인 교향곡처럼 소나타 형식, 느린 악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이 작품을 1822년에 작곡하기 시작했는데 2악장까지는 문제없이 작곡하였지만 3악장 작곡에 착수한 뒤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작곡을 그만두었습니다. 3악장은 피아노 기초작업은 대부분 완성하였지만 오케스트레이션은 2페이지만 완료하였으며 4악장은 전혀 만들지 않았습니다.

 

 

제1악장. Allegro Moderato, B단조, 3/4박자, 소나타 형식

슈베르트-교향곡 제8번 '미완성'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이하 동일)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짧지만 무거운 서주 후에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1주제가 등장합니다.

1주제와 대비되는 2주제는 장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첼로로 시작하여 뒤이어 바이올린이 이어받아 진행합니다.

발전부에서는 서주, 1주제, 2주제의 3개 멜로디가 자유롭게 어우러져 진행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재현부에 들어와서는 고조된 분위기가 약간은 가라앉습니다. 코다에서 처음 서주 멜로디가 잠깐 등장한 후 비극적으로 마무리됩니다.

 

 

제2악장. Andante con moto, E장조, 3/8박자, 발전부 없는 소나타 형식

슈베르트-교향곡 제8번 '미완성'

2악장은 발전부가 없는 소나타 형식으로 A-B-A'-B'의 2부 형식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현이 연주하는 1주제의 경우 동요 <옹달샘>의 멜로디(솔시레파미레도, 옹달샘 가사의 "누가 와서 먹나요~" 부분)와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동요의 경우 원곡이 독일 민요이기 때문에 슈베르트가 이 멜로디를 인용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 해당 멜로디와의 유사성은 한국에서만 나오는 주장입니다.

2주제는 1주제와는 대조되는 단조 멜로디로 클라리넷이 시작하여 오보에가 이어받습니다. 이 2주제는 점점 고조되다 한 번 강렬하게 터트려 준 후 가라앉은 뒤 다시 1주제의 변주로 이어지며 2주제의 변주까지 끝난 이후에는 코다로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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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을 중단한 이유?

슈베르트가 작곡을 중단한 이유를 생전에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에 왜 작곡을 멈추었는지는 미스테리로 남아있습니다.

위의 브람스의 말처럼 1,2악장만으로도 완벽하기 때문에 여기에다 더 이상 음을 추가하는 것이 불필요하여 작곡을 중단했다는 낭만적인 의견도 있으며 비슷한 시기에 <방랑자 환상곡>의 작곡을 위해 잠시 접어두었다 그대로 잊어버렸다는 추측, 1악장이 3/4박, 2악장이 3/8박으로 되어 있는데 3악장에 또 3박 계통(3/4박)으로 이루어진 스케르초 악장을 작곡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악상 전개가 도저히 안되어 포기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작곡을 포기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덧붙여 원래 작곡하던 4악장을 극부수음악 로자문데의 간주곡으로 대신 사용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곡 역시 미완성 교향곡과 같은 B단조에 간주곡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나온 의견이죠. 물론 이것 역시 근거는 없지만 스케치만 남은 3악장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완성하고 4악장은 로자문데 간주곡을 이용하여 완전한 교향곡으로 만든 시도도 존재합니다.

 

미완성 교향곡 3악장. 영상의 악보 기준으로 1페이지의 9마디만이 슈베르트가 완전히 작곡한 부분이고 나머지는 피아노 초고를 바탕으로 하여 후대에 오케스트레이션을 완성한 것입니다.

 

사실 작곡가가 작품을 작곡하다 중지하는 경우는 종종 생기는 일입니다. 때로는 그대로 미완성으로 남아버리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착수해서 완성하는 경우도 존재하죠.

슈베르트의 경우 미완성 교향곡의 작곡을 그만둔 후 6년 뒤에 사망하였는데 6년이라는 기간은 다른 작곡가들의 평균적인 작곡 중단 기간보다는 길지만 때로는 수십 년이 지난 뒤에 다시 착수하여 완성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ex: 바그너의 연작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중 <지크프리트>의 경우 2막 작곡 후 12년이 지난 후에야 3막을 작곡하여 완성합니다.)

만일 슈베르트가 31살이라는 짧디 짧은 삶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만큼 살았다면 '완성된' 미완성 교향곡을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의 사용

 

애니메이션 <꼬마유령 캐스퍼>의 에피소드 중 미완성 교향곡을 완성하려는 슈베르트의 유령을 도와주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스머프>의 악역 마법사 가가멜의 테마곡이 바로 미완성 교향곡 1악장 1주제입니다.(미완성 교향곡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작품 <세헤라자데> 앞부분이 잠깐 등장한 이후에 나옵니다.)

 

 

2002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미완성 교향곡 1악장이 테마곡으로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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