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tz Kreisler - Praeludium and Allegro in the Style of Pugnani
오스트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였던 프리츠 크라이슬러는 19세기 말~20세기 초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하지만 그는 10대 시절 바이올린 뿐만 아니라 헬메스베르거, 브루크너와 같은 뛰어난 스승에게서 작곡을 배웠으며 평생에 걸쳐 많은 바이올린 곡을 작곡한 작곡가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바이올리니스트로만 여겼던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았고 그의 작품을 제대로 평가를 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일을 몇 번 겪어서인지 이후 크라이슬러는 1900년대부터 자신이 작곡한 곡들을 연주하지 않고 갑자기 비발디, 타르티니, 보케리니, 쿠프렝, 푸냐니 등 바로크~고전파 시대 작곡가들의 곡을 발굴해내어 무대에 올립니다.
크라이슬러가 발굴해낸 과거 거장들의 작품들은 찬사를 받았으며 그 중 일부 곡들은 그가 연주회에 자주 올리는 레퍼토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1935년. 그는 이전에 자신이 발굴해서 발표한 옛 작곡가의 곡들은 모두 거짓이었고 사실 전부 본인이 작곡한 곡이라고 발표합니다.
그리고 크라이슬러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비난을 하는 사람들에게 크라이슬러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합니다.
"이름이 바뀌었다고 해서 가치가 바뀌지는 않는다."
이후 해당 곡들의 제목 앞에는 ‘~풍의(in the style of~)’라는 단어를 붙여 수정하였고 크라이슬러의 말처럼 작품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도 많은 곡들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곡의 분석
작곡 및 발표연도: 1905년
조성: e단조
연주시간: 5~6분
악기구성: 바이올린, 피아노(반주를 피아노가 아닌 오케스트라가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가에타노 푸냐니는 이탈리아의 초기 고전파 작곡가 및 바이올리니스트로 오늘날에는 거의 잊혀진 작곡가입니다.
크라이슬러는 곡의 제목에 ‘푸냐니 풍’이라는 문구를 적어두었지만 정작 이 곡은 고전파 시대 작곡가인 푸냐니의 진짜 곡들과는 그 느낌에서 정말로 많은 차이가 납니다.
그가 비슷한 방식으로 이름을 가져다 쓴 비발디, 타르티니 풍의 곡들은 해당 작곡가들의 작풍을 모방하였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는 반면 이 곡의 경우 진짜 이름만 가져다 쓴 것이죠. 아무래도 앞서 언급한 작곡가들은 음악사에서 많은 영향력을 끼쳤고 그들의 곡은 지금까지도 연주되고 있기 때문에 스타일을 모방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곡은 이름처럼 서주(Praeludium)과 알레그로(Allegro)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주는 A-B-A의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A부분은 4분음표로 이루어진 미-시 이 두 음만을 옥타브만 바꾸어 가면서 연주하는 극히 단순한 멜로디임에도 인상적인 도입부를 만들어냅니다. 이 부분의 경우 비브라토와 보잉에 신경을 써서 풍부하고 강렬한 음색을 만들어내야 하며 음들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느낌이 들도록 연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레그로 부분은 무궁동 형식으로 3분가량의 시간동안 쉴 틈 없이 악보에 가득 들어차 있는 16분음표들을 연주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연주하다 보면 손가락 힘이 부치기 쉬우며 후반부 트리플 스탑이 연달아 나오는 부분에서 민첩하면서도 정확한 손가락 운지가 필요합니다.
크라이슬러는 당대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그는 파가니니나 사라사테처럼 본인의 기교를 과시하기 위한 작품들보다는 듣기 좋은 멜로디의 친숙해지기 쉬운 작품들을 주로 작곡하였습니다.(대표적으로 <사랑의 기쁨>, <사랑의 슬픔>, <아름다운 로즈마린> 등)
이 곡은 그의 작품들 중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의 실력이 필요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파가니니의 곡들만큼 엄청난 테크닉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이 곡의 경우 기교적으로 크게 어려운 테크닉은 없지만 앞서 말했듯 서주의 경우 단순한 멜로디로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기 위한 강렬한 음향을 만들어내야 하며, 알레그로의 경우 3분 정도의 연주 시간동안 풀어주는 구간이 없습니다. 따라서 끊임없이 빠른 패시지를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면에서 훈련이 되어있어야 합니다.
기타
이 곡의 경우 크라이슬러가 처음 발표한 이후 꾸준히 인기를 얻었습니다.
친분이 있던 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가 1923년에 작곡하여 크라이슬러에게 헌정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4번을 들어보면 중간에 이 작품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나오기도 합니다. 해당 작품이 크라이슬러에게 헌정되었다는 것을 보면 이자이가 이 작품의 존재를 알고 의도적으로 인용한 것임을 쉽게 추측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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