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낭만파 음악

대영제국을 상징하는 곡 -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교클 2022. 6. 2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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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 Edward William Elgar - 〈Pomps and Circumstance Marches

 

에드워드 엘가(1857 - 1934)


영국은 물론 지금도 강대국이지만 19세기~20세기 초에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을 가진 세계 초강대국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명성이 무색하게 클래식 작곡 쪽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인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드디어 영국에서 자랑할 만한 작곡가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 사람은 에드워드 엘가입니다.
그리고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가 작곡한 이 곡은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는 유명한 곡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며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그 곡이 지금 소개할 위풍당당 행진곡입니다.

이 곡의 영어 제목인 〈Pomps and Circumstance〉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오셀로에서 인용한 단어로 pomp는 화려한, circumstance는 상황, 환경 정도의 의미로 사실 사전적 의미로는 위풍당당과는 좀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곡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곡은 원래 합창이 없는 관현악곡이지만 행사용으로 연주할 때는 합창단과 같이 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901년 이 곡을 들은 신임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는 이 곡에 가사를 붙여 자신의 대관식에서 연주해주기를 원했습니다. 
엘가는 1902년에 그 요청대로 합창과 가사를 붙여 〈희망과 영광의 땅(Land of Hope and Glory)〉이라는 제목으로 살짝 편곡해 발표했는데 영국인들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곡은 엄청난 히트를 치며 영국 제2의 국가 취급을 받았으며 영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행사가 있으면 자주 연주하는 곡이 되었습니다. (졸업식이나 결혼식 등...) 
더불어 이전까지 인지도가 그리 높지는 않았던 엘가는 단숨에 영국 국민 작곡가의 지위에 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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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분석
위풍당당 행진곡은 총 5곡이 존재합니다.(그리고 유작으로 남은 1곡이 더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1번곡이 압도적으로 유명하고 연주회에서도 거의 1번만 연주되는 실정입니다. 이 글에서도 2번곡 이하는 따로 설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1번. 라 장조, Allegro con molto fuoco, 2/4박자

 

처음에는 짧은 서주로 시작하며 곧이어 본격적인 행진곡을 연주하기 시작합니다(영상 0:10초). 이 행진곡은 어느 순간 잦아진 이후 트리오(세도막 형식에서 첫 주제와 대비되는 부분)로 진입하는데 이 트리오 부분이 그 유명한 Land of Hope and Glory입니다.(영상 1:50초)
다만 이 때는 사장조로 전조되어 위풍당당함 보다는 서정적인 느낌이 더 강합니다. 이는 조금 뒤에 있을 클라이막스 부분의 극적인 효과를 좀 더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트리오가 끝나면 행진곡 부분이 다시 반복 연주한 후에 점점 고조되며 다시 한번 트리오(Land of Hope and Glory) 부분이 제목처럼 정말 위풍당당하게 등장합니다. 이후 행진곡 부분을 간략하게 반복해주며 끝맺음 합니다.

가사
Land of Hope and Glory, Mother of the Free

How shall we extol thee, who are born of thee?

Wider still and wider shall thy bounds be set

God, who made thee mighty, make thee mightier yet

God, who made thee mighty, make thee mightier yet


한국어 번역
희망과 영광의 땅, 자유의 어머니이시여

당신의 소생인 우리, 당신의 이름 어찌 높이리오?

넓게 더 넓게 당신의 강역이 세워지리니

당신에게 힘을 주신 하느님, 당신을 더욱 강대하게 하시리라

당신에게 힘을 주신 하느님, 당신을 더욱 강대하게 하시리라

 

 

2번. a단조

 

3번. c단조

 

4번. G장조

 

5번. C장조

 

6번. g단조(Anthony Payne에 의해 완성)

 


기타

사실 이 곡이 영국 국민들에게 아직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영국 국민들에게 이제는 지나간 세계를 호령하던 대영 제국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가사 중간에 나오는 ‘넓게 더 넓게 당신의 강역이 세워지리니’ 부분을 보면 알 수 있죠.
비판적으로 보면 이 곡은 영국이 총칼로 남의 나라를 침략해 자기 영토로 삼은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곡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면 가끔 씁쓸한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압도되는 장엄하고 감동적인 곡인 것은 사실입니다.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온전히 감상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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