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낭만파 음악

신이 완성을 허락하지 않은 작품 –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교클 2022. 9. 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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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f Anton Bruckner-Symphony No.9 in d minor, WAB 109

 

안톤 브루크너(1824-1896)

브루크너 최후의 역작인 교향곡 제9번은 제목으로 알 수 있듯이 작곡가가 4악장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어서 미완성으로 남은 교향곡입니다. 때문에 클래식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 번 쯤 들어본 ‘9번 교향곡의 저주에 해당하는 곡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1887년에 9번 교향곡을 작곡을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4악장을 완성하지 못하고 18961011일에 죽고 맙니다. 브루크너가 교향곡을 작곡할 때 보통 2~3년을 걸려 한 곡을 작곡한 것에 비해 이 곡은 무려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쏟아부었음에도 4악장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은 겁니다. 그만큼 이 작품은 거대한 규모에다 심오한 깊이를 담고 있는 명작입니다.

(사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전작인 8번 교향곡의 초연을 부탁받은 지휘자가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 초연을 거절하자 귀 얇은 브루크너는 바로 대대적인 수정작업에 들어감과 동시에 시키지도 않은 자신의 이전 교향들까지 뜯어고칩니다. 이 과정에서 3년 정도의 시간을 잃었습니다. 이 기간을 온전히 9번 교향곡의 작곡에 쏟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비록 4악장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이 곡의 완성도는 남은 1~3악장만으로도 완전한 4악장 곡들에 뒤지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 곡은 미완성 교향곡임에도 현재까지 브루크너 교향곡 중에서 8번과 더불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며 빈번히 연주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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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구성

작곡 연도: 1887년 9월 12일~1896년 10월 11일

헌정: 하느님

초연 연도: 1903년 2월 11일

초연 장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빈

초연자: 페르디난트 뢰베(Ferdinand Löwe),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이 곡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처럼 d단조입니다. 단지 조성 뿐만이 아니라 곡의 여러 부분에서 베토벤의 9번을 많이 의식한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완성하지 못한 4악장의 경우도 브루크너의 의중을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합창곡인 테 데움을 대신 사용하라고 유언을 한 것을 봐서는 합창 교향곡처럼 4악장에 합창을 집어넣을 생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1악장 - Feierlich, Misterioso (신비적이고 장중하게)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이하 3악장까지 동일)

소나타 형식이지만 규모는 엄청나게 커져서 20분을 훌쩍 넘고 지휘자에 따라서는 30분 가까이 하는 거대한 악장입니다.

이전 브루크너 교향곡들과 마찬가지로 현악기의 작은 트레몰로를 이용하여 마치 안개가 자욱하게 낀 숲 속에 있는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서주로 시작합니다. 이 서주는 점점 고조되어 마침내 포르티시시모(fff)의 강렬한 1주제가 등장합니다. (이 구성 역시 베토벤 9번 교향곡의 서주와 유사합니다.)

 

1악장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코다는 세상의 종말을 묘사한 것 같은 부분입니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현악기와 팀파니의 혼돈의 트레몰로 속에서 장엄한 악상을 연주하는 트럼펫과 호른 등의 금관악기가 하늘 위에서 세상의 종말을 내려다보는 신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2악장 - Scherzo. Bewegt, Lebhaft (가볍고 쾌활하게) - Trio. Schnell (빠르게)

1악장 코다의 그 강렬한 분위기에서 이어지는 굉장히 난폭하고 거친 스케르초입니다. 아마도 브루크너의 모든 곡 중에서 가장 격렬한 악장일 것입니다. 중간의 트리오 역시 이전 브루크너 교향곡들과는 달리 밝은 느낌은 전혀 없고 초반부의 긴장감을 그대로 끌고 갑니다.

 

3악장 - Adagio. Langsam, Feierlich (느리고 장중하게)

브루크너가 완성한 마지막 악장으로 30분 가까이 하는 장대한 악장입니다.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장엄하게, 때로는 난폭하게 이어지며 곡의 심오함은 인간 세상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마지막 코다 부분에서는 마치 모든 걸 내려놓았다는 듯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무리하는데 이 아름다운 코다가 전 곡을 마무리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4악장을 만들려고 시도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4악장

위에서 말하였듯이 브루크너는 이 곡의 4악장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사실 그는 4악장을 완전히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이 작곡을 하기는 했습니다. 보통 이정도까지 곡을 완성하였으면 제자나 다른 작곡가들이 이어받아 곡을 완성한 후 완성본으로 연주되는 것이 일반적인데(Ex: 모차르트 레퀴엠, 푸치니 투란도트) 이 곡은 그런 과정이 없이 완성된 3악장까지만 연주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는 죽기 전 유언으로 자신이 이전에 작곡하였던 종교 합창곡 테 데움4악장으로 대체하여 연주하라고 지시를 하였습니다. 다만 그런 유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두 곡을 이어서 연주를 하는 일은 잘 없는데 아무리 작곡가가 공식적으로 지시를 했다고 해도 엄연히 다른 두 곡을 같이 연주하는 건 어울리지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브루크너가 남긴 스케치를 가지고 작곡가들이 완성한 판본도 여럿 존재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여러 작곡가들의 4악장 완성본을 들어보았지만 솔직히 성에 차는 것은 없었습니다. 결국 저 역시 3악장까지만 듣습니다.

작곡가 본인조차 10년이라는 시간을 들이고서도 이 거대하고 복잡한 곡을 마무리 짓는 것을 결국 실패하였는데 다른 사람이 그걸 완벽하게 성공시킨다는 것은 역시 불가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4악장(사말레, 마추카, 필립스, 코어스 완성판) - 사이먼 레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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