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낭만파 음악

스타워즈 OST에 영향을 준 곡 -홀스트의 〈행성 모음곡〉 분석

교클 2021. 11. 28. 17:11
반응형

Gustav Theodore Holst - "The Planets" Op.32

 

클래식 음악 중에는 역사적 사건 혹은 신화, 미술, 문학 등을 음악으로 묘사한 음악들이 많이 존재합니다.(이를 표제음악이라고 합니다.) 이후 산업혁명과 뒤이은 기술의 발전으로 과학과 관련된 소재도 음악으로 나오게 되었고 결국 행성을 주제로 한 음악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곡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구스타브 홀스트의 모음곡 행성입니다.

 

홀스트는 이 곡을 1914년에 작곡하기 시작하여 1916년에 완성을 하였습니다. 50분 내외의 곡을 작곡하는데 2년이나 걸린 것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홀스트는 이 곡을 작곡하는데 매우 공을 들였습니다.

초연은 1918년 지휘자 아드리안 볼트 경에 의해 비공개로 이루어졌는데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고 1920년에 공개 초연이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이 곡은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정작 홀스트는 이 곡을 대표작이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초연부터 높은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이 곡은 천문학과 관련된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 덕분에 20세기 천문학의 발전에 힘입어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관현악법과 우주를 소재로 했다는 점으로 인해 이 곡은 현대 SF 영화음악이나 게임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스타워즈의 메인 테마와 임페리얼 마치는 직접적으로 행성 모음곡을 참고하였습니다. 때문에 이 곡을 처음 들은 사람들 중에는 스타워즈를 떠올리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고 스타워즈 OST와 행성 모음곡을 같이 수록한 음반도 존재합니다.

 

SF 영화음악처럼 들리는 화려한 사운드와 행성이라는 주제 때문에 이 곡을 천문학을 배경으로 작곡했다고 생각하지 쉽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홀스트가 행성을 작곡하게 된 계기는 점성학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고 점성학에 영감을 얻어 이 곡을 작곡하게 된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실제 행성이 아니라 행성 이름들의 모티브가 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행성 모음곡에 지구가 없고 곡의 순서가 수성이 아니라 화성부터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곡을 감상할 때 우주 탐사선이 촬영한 행성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감상하는 건 엄밀히 따지면 작곡가의 의도와는 관련 없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 곡을 작곡가의 의도처럼 점성술의 관점으로 감상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실제 천문학의 행성 관점으로 감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중에 발매되는 앨범 커버들이나 유튜브 영상 섬네일만 봐도 실제 행성 혹은 우주 사진을 걸어놓은 경우밖에 없죠.

 

구스타브 홀스트(1874-1934)

 

곡의 분석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이 곡은 실제 태양계 행성의 배치 순서인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의 순이 아니라 화성-금성-수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구성은 유년 시절부터 노년 시절까지 펼쳐지는 인간의 삶을 표현하였다는 분석도 있으며 이 중 앞의 4(화성-금성-수성-목성)은 일반적인 교향곡의 4개 악장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 곡은 거대한 편성을 자랑하며 매우 많은 악기들이 필요합니다.

한번 제대로 연주를 하려면 4관 편성에 하프 2, 첼레스타, 실로폰, 글로켄슈필, 오르간에다 심지어 합창단까지 필요하며 이 편성을 구성하려면 엄청난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좀처럼 연주회에 올리기 힘든 곡입니다.

만일 이 곡의 연주회를 놓친다면 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연주 소식을 듣는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추천합니다.

 

반응형

 

1-화성, 전쟁을 불러오는 자(Mars, the Bringer of War)

샤를 뒤투아 지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이하동일

1악장 화성은 4악장 목성과 함께 가장 유명한 곡입니다. 화려한 금관악기들와 행진곡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리듬이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집요하게 반복되며 매우 무시무시한 인상을 남깁니다. 전쟁의 신 마르스(아레스)를 생각하면 곡의 이해가 쉬울 듯합니다. 홀스트가 제1차 세계대전을 예언하고 이 곡을 작곡하였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2-금성, 평화를 불러오는 자(Venus, the Bringer of Peace)

1번 화성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느긋하고 평화로운 악장입니다. 전통적인 교향곡의 2악장 역할을 하는 곡으로 아름다움의 신 비너스(아프로디테)의 이미지를 가진 곡입니다.

 

3번곡-수성, 날개 달린 파발꾼(Mercury, the Winged Messenger)

스케르초 역할을 하는 악장으로 행성 모음곡 중 가장 마지막으로 작곡된 악장입니다. 신들의 전령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소식을 전하는 머큐리(헤르메스)를 연상시키는 악장입니다.

 

4번곡-목성, 즐거움을 가져오는 자(Jupiter, the Bringer of Jollity)

전곡 중에서도 1악장 화성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곡으로 신들의 왕 주피터(제우스)답게 역동적이면서 장엄한 곡입니다. 중반부에 분위기가 바뀌며 나오는 선율은 ‘Thaxted’라고 부르는데 영국의 국가 격 노래인 I vow to thee my country(내 조국이여, 나 그대에게 맹세하노라)의 멜로디로 재사용합니다.

 

5번곡-토성, 황혼을 불러오는 자(Saturn, the Bringer of Old Age)

토성을 뜻하는 새턴(크로노스)는 제우스의 아버지이자 시간의 신을 뜻합니다. 다만 이 시간이라는 개념이 추상적인 만큼 이 곡에서는 노년의 인생을 표현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음산하고 공허한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6번곡-천왕성, 마법사(Uranus, the Magician)

우라누스는 제우스의 할아버지인데 실제 곡은 우라누스의 이미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굉장히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곡으로 마치 마법사가 화려하고 요란스러운 마법을 선보이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7번곡-해왕성, 신비로운 자(Neptune, the Mystic)

마지막 곡 해왕성은 이름처럼 마치 바다 깊은 곳을 유영하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곡입니다. 곡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조용하게 연주되기 때문에 볼륨을 높여야 감상이 원활할 겁니다...

곡 후반부에는 여성 합창이 등장하는데 무대 뒤에 위치하기 때문에 관객석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이 합창단은 가사도 없이 아~하는 소리만 냅니다.(이를 보칼리제라고 합니다.) 마지막에는 서서히 음향이 줄어들며 언제 끝났는지도 모를 만큼 조용히 끝맺습니다.

 

 

명왕성

지금은 단지 134340일 뿐이지만 한 때 명왕성이라는 행성이 존재했습니다.

()행성 명왕성이 발견된 건 1930년으로 홀스트가 죽기 4년 전이었지만 홀스트는 명왕성을 새로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홀스트가 행성에서 묘사하는 대상은 밤하늘의 행성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곡이 천문학을 배경으로 하는 곡으로 큰 인기를 끌자 결국 명왕성을 주제로 한 곡도 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명왕성은 콜린 매튜스라는 작곡가가 작곡하였고 이후 몇 몇 지휘자가 행성 음반에 같이 수록합니다.

그리고 2006, 행성으로 취급해주기에는 너무 작다는 이유로 명왕성은 행성의 자리에서 쫒겨납니다...콜린 매튜스의 명왕성은 졸지에 새가 되어버렸고 홀스트의 행성은 다시 태양계 행성들을 모두 작곡한 곡이 되었습니다.

콜린 매튜스 - 명왕성, 혁신하는 자(Pluto, The Renewer)

 

매체에서의 인용

이 곡은 위에서 말한 스타워즈 외에도 여러 매체에서 인용되거나 리메이크를 했던 곡입니다.

80년대 당시 MBC 뉴스데스크 시작을 알리는 음악으로 목성의 도입부를 사용하였고 90년대에 출시되었던 삼국지 천명이라는 게임에서도 이 곡을 그대로 가져와 게임음악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저도 그랬고 30대들 중에는 이 게임으로 이 곡을 알게 된 분들이 여럿 있을 겁니다.) 그리고 락밴드 넥스트(N.EX.T) 4집의 첫 곡으로 1악장 화성을 락으로 편곡하여 수록하기도 하였습니다.

 

 

 

*유익하셨다면 댓글과 공감 부탁드립니다.

*유튜브 특성상 링크된 영상이 언제든 삭제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댓글 남겨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