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낭만파 음악

표제음악의 정석-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서곡

교클 2022. 8. 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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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 Bartholdy - The Hebrides(Fingal's Cave) overture

 

독일의 전기 낭만파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의 연주회용 서곡인 〈핑갈의 동굴〉은 그야말로 아주 모범적인 표제음악의 전형을 보여주는 곡입니다. 
1829년 4월 영국으로 여행을 떠난 멘델스존은 절경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북쪽 헤브리디스 제도를 들렸습니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한참을 항해한 끝에 마침내 눈앞에 드러난 핑갈의 동굴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광경이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짧은 악상을 스케치하였고 이후 여행에서 돌아와 본격적으로 그 때의 광경을 떠올리며 곡을 작곡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곡이 바로 핑갈의 동굴(헤브리디스) 서곡입니다.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 제도에 위치한 핑갈의 동굴


핑갈의 동굴 서곡은 파도의 물결을 연상케 하는 현의 선율과 바람과 바위를 나타내는 목관악기의 선율들이 교묘하게 어울리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멘델스존만의 낭만적이면서도 기품 있는 고전적인 특성이 가미되어 이상적인 구성과 화음으로 멋진 음악의 풍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저절로 바다 위에 우뚝 솟아있는 해식동굴의 모습과 그 안으로 새차게 들이치는 거친 파돗소리,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머릿속에 그려지죠.
이러한 표제음악은 낭만주의 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 장르 가운데 하나였고, 그 중에서도 ‘핑갈의 동굴‘처럼 단악장으로 이루어진 ‘연주회용 서곡’은 1850년대 리스트가 창시하게 되는 ‘교향시’의 원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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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분석: Allegro moderato. 4/4박자, B단조, 소나타 형식

존 엘리엇 가디너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별도의 서주 없이 바로 잔잔한 파도가 일렁거리듯 제1주제가 제시됩니다. 첼로, 비올라, 바순이 갈매기 떼가 날아다니는 스테파 섬의 절벽 위로 가파르게 솟아 있는 언덕과 넘실대는 파도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의 모습을 절묘하게 스케치하고 있습니다. 
바위에 부딪치는 흰 물방울의 파도와 동굴 속의 음산한 적막감이 눈에 보이는 듯 그려지면서 아름다운 선율의 제2주제가 첼로와 바순에 의해 잔잔해진 바다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의 모습을 그립니다. (영상 1:45 이후)
다시 바다는 거칠어지면서 제3주제가 밝은 햇살아래 파도가 부셔지듯 여러 갈래의 선율이 자유롭게 퍼져나갑니다. (영상 2:57 이후)
음악은 계속해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바다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그리다가 마지막에는 서늘한 바닷바람과 함께 갈매기의 울음소리와 파돗소리가 서서히 멀어지며 막을 내립니다. 


기타

그 유명한 독일의 대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는 이 곡을 듣고서 멘델스존을 ‘일류 풍경화가’ 라고 평가하였습니다. 

이 말은 얼핏 들으면 멘델스존의 뛰어난 작곡솜씨를 칭찬하는 것으로 들리지만 사람에 따라 이 발언을 양면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바그너는 자신과 달리 평생 금수저로 살았던 멘델스존을 싫어했던 걸로 유명했으니까요. 개인적인 느낌으로도 저 표현이 칭찬과 동시에 가시가 돋혀있는걸로 느껴지는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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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포스트-표제음악에 관한 글: https://schoolclassical.tistory.com/44
참고문헌: https://www.pure.ed.ac.uk/ws/portalfiles/portal/30278329/seascape_in_the_mist.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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