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연주, 명음반 리뷰

2022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니벨룽의 반지 공연 후기

교클 2022. 10. 26. 22:52
반응형

리하르트 바그너 -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 관람 후기

일시: 2022년 10월 16일, 17일, 19일, 23일
장소: 대구오페라하우스
지휘자: 알렉산더 소디(Alexander Soddy)
관현악단: 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Nationaltheater Orchester Mannheim)
연출: 요나 김(Yona Kim)

주요 배역: 
보탄-바리톤 토마스 예자코(Thomas Jesatko)
알베리히-바리톤 요아힘 골츠(Joachim Goltz)
미메-테너 우베 아이쾨터(Uwe Eikotter)
보글린데-소프라노 알렉산드라 슈타이너(Alexandra Steiner)
벨군데-메조소프라노 레베카 블란츠(Rebecca Blanz)
플로스힐데-메조소프라노 마리아 폴란스카(Maria Polanska)
프리카-메조소프라노 옐레나 코르디치(Jelena Kordic)
파프너-베이스 앤드류 해리스(Andrew Harris)
브륀힐데-소프라노 다라 홉스(Dara Hobbs)
지그프리트-테너 크리스티안 프란츠(Christian Franz, 지그프리트), 테너 요나단 스타우튼(Jonathan Stoughton, 신들의 황혼)
하겐-베이스 전승현(Attila Jun)


참고글:  바그너의 일생

 

클래식 계의 스티브 잡스 - 리하르트 바그너의 일생

독일 출신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는 it업계에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입니다. 스티브 잡스처럼 바그너는 매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이었습니다. 바그너는 여러 후원자들의 후원

schoolclassical.tistory.com

 

공연 설명
2022년 10월 16일 〈라인의 황금〉부터 시작하여 17일 〈발퀴레〉, 19일 〈지그프리트〉, 23일 〈신들의 황혼〉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콘서트(이하 링 사이클)은 2005년 게르기예프/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의 세종문화회관 공연 이후 무려 17년만에 이루어진 링 사이클 전곡 공연이다.
한 번 보려면 20여년은 기다려야 하는 공연인데다 마침 장소도 내가 사는 곳 대구라 거금 28만원을 태워서 예매하였다.
이번 콘서트는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 공연 프로그램 중 하나였는데 그 중에서도 메인 공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개인적으로 언어 문제와 최소 2~3시간에 이르는 길이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오페라는 자주 듣는 장르가 아니었고 그 중에서도 바그너는 이 문제가 좀 더 심각해서 〈니벨룽의 반지〉의 음악사적인 중요성에도 링 사이클 전 곡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 꼭 전곡 감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실연을 감상하기 힘든 이 곡의 연주회 일정이 잡히자 고민 끝에 예매를 하였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1부 라인의 황금이 2시간 30분으로 상대적으로 짧은 것을 제외하면(하지만 이마저도 단막극이라 일체의 쉬는 시간(인터미션) 없이 2시간 반을 다이렉트로 다 감상해야 한다.) 나머지 3작품들은 4~5시간동안 하는데다 인터미션 2번을 포함하면 한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데 무려 5~6시간 가량을 잡아먹는다. 연주자와 성악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듣는 사람조차 체력과 인내력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의 경우 〈라인의 황금〉이 일요일 오후3~5시 반, 〈발퀴레〉가 월요일 오후 7시~12시, 〈지크프리트〉가 수요일 오후 7시~12시 5분, 〈신들의 황혼〉이 일요일 오후3시~8시30분 이런 일정이었다. 
〈발퀴레〉와 〈지크프리트〉의 경우 타 지역 사람들은 공연 당일과 다음날 휴가를 내는 등 일정을 비워두지 않으면 관람이 불가능했고 대구에 사는 사람들도 공연 다음날은 많이 피곤했을 것이다. 그나마 일요일에 한 〈라인의 황금〉과 〈신들의 황혼〉은 타 지역에서 KTX타고 공연 보러 오는 열성팬들이 좀 있었다.

 

공연 팜플렛

반응형


개인적인 감상평
이번 오페라에서의 연출에 대해 요약을 하면 간소화, 은유, 현대화. 이 세 개였다.
우선 거대한 무대장치 같은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미니멀한 무대 구성에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이것은 금세 적응이 되었다.
이번 오페라에서의 연출은 은유적인 표현이 많았는데 특히 악기를 이용하여 무기나 용의 모습 등을 묘사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 예를 들면 라인의 황금에서 알베리히가 변신한 용의 모습은 악기를 용의 형상으로 배치한 후 카메라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묘사하였다. 
그리고 이 오페라는 북유럽 신화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유럽 전통의상을 입지 않고 상당수의 등장인물이 정장과 현대복을 입고 연기를 하였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없는 예산으로 최대한 무대를 꾸미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생각중이다.
대구 오페라하우스가 그리 큰 무대도 아니고 시설이나 예산이나 풍족했을 리가 없으니 이해는 한다. 많은 소품으로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공연을 위해서 따로 주문제작을 해야 하는 고대 전통의상, 갑옷, 무기들보다는 양복과 악기가 훨씬 저렴할테니...
하지만 단지 제작비 절감 차원의 축약과 간소화 뿐만이 아니라 은유적인 연출이 많이 들어갔다는 점이 문제였는데 특정 장면들에서 이게 어떤 걸 의미하는지 사고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니벨룽의 반지의 스토리를 모르고 영상으로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여럿 있었다.
연출이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 작품은 〈지그프리트〉.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무대에서 관객석으로 빨간 빛을 쏴대던 장면이 있었는데 거기에 제대로 눈뽕 당해서 공연의 상당 부분을 손으로 빛을 가리면서 공연을 보아야 했다. 
그리고 이번 연출의 특징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것은 성적인 코드와 선정적인 연출이 제법 있었다는 것이다. 이 연출에 대한 호불호는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몇 몇 장면에서는 높은 수위의 베드신에 흠칫하기도 하였다(물론 옷은 입었다;;). .

그리고 이번 링 사이클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요소로는 라이브캠. 
이 라이브캠의 활약으로 마치 영화같은 느낌을 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비추어 주는 것은 좋았지만 카메라맨의 존재 자체가 몰입에 방해가 된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장점과 단점이 모두 존재하였다. 라이브캠으로 비추어 주는 장면들 중에는 ‘왜 비춰주는 거지?’ 싶은 장면들도 있었는데 이것들도 연출에 대한 아쉬움에 포함될 듯

안 좋은 이야기는 이쯤하고...이번 공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오케스트라였다. 
특히 한국 오케스트라의 빈약한 금관 파트와는 달리 금관 연주자에게 엄청난 힘과 체력을 요구하는 바그너 곡도 충분히 소화할 만큼 금관의 파워가 출중했다. 뿐만 아니라 합주력도 뛰어난 데다 무대 위 성악진과의 조화도 문제없었다. 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젊은 지휘자 알렉산더 소디 님에게 가장 큰 박수를 보낸다.


성악진의 경우 오케스트라만큼은 아니어도 크게 불만은 없었고 정말 잘 부른다 싶은 분도 여럿 있었다. 내가 곡을 많이 안 들어보았기 때문에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몰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특히 찬사를 보내고 싶은 분들로는 브륀힐데 역을 맡은 소프라노 다라 홉스 님. 그 두터운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뚫고 나오는 목소리는...정말 나올 때마다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
그리고 하겐 역할을 맡은 베이스 전승현님도 압도적인 성량을 보여주셨다. 신들의 황혼에서만 나온 게 아쉬울 뿐

전체적으로 만족하지만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던 공연이었다. 하지만 감상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바그너의 16시간짜리 4부작 대작 오페라를 라이브로 직접 들을 수 있는 내 생에 다시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을 기회였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도저히 친숙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바그너의 음악을 드디어 좋아하게 된 경험이었기에...

그럼 이번 공연에 감동을 받고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분들이나 여건이 안 되어 감상하지 못한 분들은 20년 후에 있을 다음 공연을 기다리자...

 

마지막 작품  〈신들의 황혼〉이 끝난 후의 커튼콜. 모든 등장인물들과 지휘자, 카메라맨, 연출자와 무대 밑에서 연주하던 오케스트라 단원들까지 모두 올라왔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하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