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연주에 대한 평은 주관적이므로 이 글을 너무 맹신하지 마십시오. 가장 좋은 건 본인이 직접 들어보고 비교하는 것입니다.
카라얀은 〈행성〉 모음곡 레코딩을 두 개 남겼습니다. 하나는 1961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남긴 데카 녹음이고 다른 하나는 1981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녹음입니다. 카라얀의 장기가 후기낭만주의 대편성 관현악곡인 만큼 이 두 녹음 모두 매우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녹음의 특징들과 개인적인 평가를 적어보겠습니다.
본격적인 평에 앞서 음반 평가에 있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웅장함과 색체감, 다이나믹, 그리고 음질입니다. 이 곡에서는 가장 중요한 감상 포인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살펴볼 녹음은 1961년 빈 필과의 녹음입니다. 이 연주는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의 딸이었던 이모겐 홀스트(그녀 역시 작곡가였습니다.)가 이 곡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휘자로 한창 승승장구하며 아직 젊은 패기가 남아있던 카라얀의 지휘는 매우 파워풀하고 박력이 넘칩니다. 음질 역시 61년이라는 오래된 시절의 녹음 치고는 상당히 좋은 음질입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버전은 빈 필하모닉과의 녹음 20년 후인 1981년에 나온 레코딩입니다. 카라얀과 25년동안 같이 호흡을 맞추었던 베를린 필인 만큼 합주력이 놀라운 수준이며(목성의 도입부 현악기 합주는 다른 어떤 연주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입니다...) 20년동안의 기술의 발달로 61년 녹음보다도 훨씬 좋아진 음질을 자랑합니다. 이정도면 음질 때문에 아쉬움을 느낄 일은 없을 겁니다.
두 녹음 중 일반적으로 더 좋은 평가를 받는 녹음은 61년의 빈 필하모닉과의 녹음입니다. 이 녹음은 아직 이 곡의 레코딩이 많지 않았던 그 시절 (우주 개발이 막 시작되던 시점이어서 곡의 인지도가 지금만큼 높지 않았을 뿐더러 녹음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대편성 관현악곡의 레코딩이 쉽지 않았습니다.) 행성 녹음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연주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작곡가의 딸이 최고의 연주라고 공인하기도 한 만큼 이 연주에 대한 위상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죠. 61년이라는 녹음시기를 감안하면 매우 뛰어난 레코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60여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는 우주 탐사로 인한 태양계 행성들의 인지도 상승과 스타워즈 같은 이 곡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영화음악의 등장으로 곡의 위상이 매우 높아져 무수히 많은 뛰어난 레코딩들이 출시되었고 그들과 비교했을 시에 오래된 연주라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봅니다. 음질도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뛰어났지만 현재의 최신 녹음기술로 나온 음반들과 비교할 것은 아닙니다.(이 곡은 특유의 화려함과 색채감이 매우 강조되는 곡이라 음질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61년 녹음이 지금도 최고의 평을 받는 것은 오래전 이 곡의 음반이 많이 없던 시절에 가장 멋진 연주였던 이 녹음에 대한 당시의 극찬이 지금까지 그대로 받아들여지다 보니 아직도 가장 좋은 연주로 칭송받는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두 연주를 1대 1로 비교를 한다면 81년 녹음은 웅장함과 전반적인 색채감 측면에서 61년 녹음보다 낫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더 최신 녹음이다 보니 음질 때문에 이런 쪽에서는 과거 연주가 최신 연주를 따라잡는게 어렵습니다. 음질과 색체감, 웅장함을 중시한다면 81년 베를린 필 연주가 좋을것이고 다이나믹함을 중요시 여기거나 빈 필하모닉 특유의 음색을 좋아하시면 61년 빈 필의 연주가 더욱 취향에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두 연주 모두 매우 뛰어난 연주로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는 없을 것입니다.
지휘자: Herbert von Karajan
오케스트라: Wiener Philharmoniker
합창단: Wiener Staatsopernchor
녹음: 1961/09 Stereo, Analog
지휘자: Herbert von Karajan
오케스트라: Berliner Philharmoniker
합창단: RIAS Kammerchor
녹음: 1981/01 Stereo, 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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