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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의 한계에 도전하다 -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교클 2023. 12. 8.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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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ltán Kodály-Sonata for Solo Cello in b minor Op.8

 

졸탄 코다이(1882-1967)


이 곡은 헝가리의 교육자이자 작곡가인 졸탄 코다이가 33살이던 1915년에 작곡한 곡입니다. 
코다이는 현재 코다이 음악 교수법으로 음악교육에 큰 업적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는 젊은 시절에는 활발한 작곡활동을 하였는데 이 곡은 작곡가 코다이를 대표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름처럼 반주 없이 첼로 단 한 대만으로 연주하는 독주곡으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지만 작품의 분위기는 매우 다릅니다.
헝가리의 민속 음악을 수집하고 체계화하는데 평생을 바친 작곡가의 곡답게 헝가리의 토속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곡입니다. 

그는 분명 바흐의 곡을 의식하였을 것이지만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작풍을 넣어 완전히 다른 곡을 만드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코다이 자신은 이 곡을 가리켜 “25년 안에 이 곡을 연주하지 않는 첼리스트는 없을 것이다.”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곡에 큰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실제로 현재 이 곡은 첼로 연주자라면 필연적으로 한 번 마주치게 되는 곡이며 콩쿠르나 입시에서도 자주 지정되는 곡이 되었습니다.
그 만큼 이 곡은 첼로의 모든 테크닉이 다 등장한다고 할 만큼 무시무시한 난이도의 곡으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첼로 작품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난도의 곡입니다. 

코다이-첼로 소나타 3악장. Sebastian Bäverstam 연주. 흥건하게 흐르는 땀을 보면 이 곡이 얼마나 연주자들의 한계를 시험하는 곡인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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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분석

작곡연도: 1915년
초연: 1918년 5월 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지연
연주자: 에뇌 케르펠리(Jenő Kerpely, 1885~1954)
헌정: 에뇌 케르펠리

코다이-무반주 첼로 소나타 Op.8 전 악장. 김두민 연주

 


곡의 길이는 대략 30분 정도에 총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 악장의 구분이 뚜렷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이 곡은 첼로의 4개 현들 중 아래의 G와 C현의 조율을 반음 낮게 하는 변칙조율(스코르다투라)를 합니다. 이 곡의 조성인 b단조의 으뜸음을 개방현으로 연주하기 위하여 이런 조율을 한 것으로 추측하는데 이 기법을 사용하여 기존 첼로 곡에서 들을 수 없는 넓은 음역대와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내었습니다. 물론 연주자들은 기존의 운지법에서 나오던 것과 다른 음이 나오니 머리가 아파집니다.

1악장: Allegro maestoso ma appassionato. b단조, 3/4박자

코다이-무반주 첼로 소나타 Op.8 1악장. 야노스 슈타커 연주

 

헝가리 전통 음계와 화성을 적극 채용했지만 형식 자체는 소나타 형식입니다. 
주의를 집중시키는 강렬한 화음으로 시작하는 제1주제는 b단조이긴 하지만 5음 음계를 사용하여 정열적이지만 조성적으로는 모호한 분위기를 풍기며 뒤이어 서정적인 제2주제가 나옵니다. 이후로 곡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명상에 잠겨 진행합니다. 
1악장의 도입부는 1991년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인트로에 삽입되어 일반인들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 제법 있을 것입니다.

 


2악장: Adagio(ma grand'espressione)

코다이-무반주 첼로 소나타 Op.8 2악장. 야노스 슈타커 연주


자유롭고 폭이 넓은 표정을 지닌 A-B-A의 겹세도막 형식으로 환상적이고 동양적인 카프리치오 선율이 왼손의 피치카토와 함께 아름답게 나타납니다.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한 감성적이고 민속적인 선율이 등장하며 자유롭고 아름다운 짧은 코다로 막을 내립니다.

 

 

3악장: Allegro molto vivace

코다이-무반주 첼로 소나타 Op.8 3악장. 야노스 슈타커 연주

 

그야말로 첼로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표현이 모자라지 않는 악장입니다. 첼리스트가 이 악장을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서는 지구력과 테크닉이 둘 다 완벽하게 갖추어져야 합니다.
5옥타브에 이르는 엄청난 음역대와 엄청난 속도의 패시지는 3악장 전체에 도배가 된 수준이고, 생소한 여러 피치카토 주법과 이를 활과 동시에 연주하기도 하며, 살타토(활을 현 위에서 살짝 튕겨주며 빠르게 연주하는 주법), 리코셰(활을 튕기며 네 개의 현을 왕복하여 아르페지오로 화음을 연주하는 주법), 술 폰티첼로(활을 브릿지 위에서 긋는 주법), 술 타스토(활을 지판 위에서 긋는 주법) 등...이를 10분 동안 쉬지 않고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듣고 있으면 첼로 한 대 만으로 내는 소리가 정말 맞는지 신기할 정도죠.
소나타 형식에 기초한 구성으로 6개 부분으로 되어 있으며 10분 내외의 시간 동안 온갖 첼로의 기법이 등장하여 불꽃 튀는 음악을 들려줍니다. 헝가리 민속음악 베르분코시(verbunkos)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흡사 흥겨운 헝가리의 시골 춤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악장입니다. 

 




기타 사항
1.무반주 첼로 소나타로 가장 유명한 첼리스트는 같은 헝가리 출신의 첼리스트인 야노스 슈타커입니다. 그는 첼리스트들 중 가장 먼저 이 곡을 자신의 주요 레퍼토리로 삼았고 평생 동안 4번이나 레코딩을 하였습니다. 그는 이 곡에 있어서는 마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파블로 카잘스와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2.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이 곡은 프랑스의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에 등장하였습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1악장 첫부분이 사용되었고 지하철 무빙워크 장면에서는 3악장이 등장합니다.
코다이의 곡은 영화에서 굉장히 인상 깊게 등장하였으며 이 곡이 코다이의 대표 곡이 된 데에는 이 영화의 영향력도 큽니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초반부. 인트로에 나오는 음악이 첼로 소나타 1악장 첫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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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https://repository.lsu.edu/cgi/viewcontent.cgi?referer=&httpsredir=1&article=1916&context=gradschool_dissert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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