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인상파 음악, 현대 음악

홀로코스트의 증언 - 쇤베르크의 〈바르샤바의 생존자〉

교클 2022. 8. 1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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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nold Schönberg- 〈A Survivor from Warsaw〉

 

독일 태생의 유대계 미국인 작곡가 쇤베르크가 작곡한 칸타타인 바르샤바의 생존자1943년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 봉기의 유대인 생존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라 불리는 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저항음악입니다.

(이 곡의 배경이 된 바르샤바 게토 봉기에 대해서는 링크 참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1141497747450)

 

곡을 듣고 있으면 금관악기들의 무겁고 날카로운 불협화음으로 만들어낸 억압적인 분위기, 독일인 장교의 폭력이 동반된 강압적 명령, 그리고 그 아래에서 공포에 떨며 합창을 하는 유대인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집니다.

99마디로 구성된 1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길이의 곡이지만 많은 것이 압축되어 있는 음악으로 비록 일반적인 음악처럼 뚜렷하게 각인되는 멜로디는 없어도 그 강렬한 분위기만으로도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곡입니다.

쇤베르크 본인 역시 나치의 칼날을 가까스로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유대계 독일인이었기 때문에 이런 생생한 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르놀트 쇤베르크(1874-1951)

 

곡의 분석

 

이 곡의 경우 12음기법으로 작곡된 무조음악입니다. 무조음악이란 이름처럼 다장조, 가단조 같은 특정 조성이 없는 음악입니다.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절대다수의 음악은 특정 조성을 두고 작곡을 하는 것이 기본중의 기본인데 이 조성이 사라졌으니 무조음악은 굉장히 이상하게 들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12음 기법은 무조음악을 작곡하는 방법 중 하나로 한 옥타브 내에 있는 12개의 음을 골고루 사용하여 작곡한 음악을 말합니다.

이 무조음악 그리고 12음기법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로 설명하겠습니다.

 

편성은 오케스트라와 내레이터, 그리고 남성 합창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형식은 칸타타 혹은 멜로드라마입니다.

곡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1- 서주(1-11마디)

2- 내레이터가 곡을 이끌어가며 생존자의 증언을 영어로 이야기하는 부분과 나치 독일 하사가 독일어로 명령하는 부분을 연기합니다.(12-80마디)

3- 남성 합창, 유대인 수용자들이 히브리어로 된 유대인들의 기도문(Shema Yisrael)(81-99마디)을 합창합니다.

 

바르샤바의 생존자 - 사이먼 래틀 지휘, 버밍햄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트럼펫의 날카로운 외침으로 시작하는 짧은 서주 후 내레이터는 한 생존자의 증언을 이야기하며 시작합니다. 그는 새벽이 오기도 전에 강제로 일어나 구타를 당하는 죄수들 무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나치 하사관은 그들에게 큰 목소리로 번호를 세도록 명령하여 가스실로 몇 명을 더 몰아넣어야 하는지를 파악합니다. 하사관의 목소리와 함께 곡은 점점 더 고조되어 가며 어느 순간 무력하게 번호를 세던 유대인들이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승리에 대한 고대 히브리 노래인 셰마 이스라엘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가사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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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not remember everything. I must have been unconscious most of the time.

I remember only the grandiose moment when they all started to sing, as if prearranged, the old prayer they had neglected for so many years the forgotten creed!

But I have no recollection how I got underground to live in the sewers of Warsaw for so long a time.

The day began as usual: Reveille when it still was dark. "Get out!" Whether you slept or whether worries kept you awake the whole night. You had been separated from your children, from your wife, from your parents. You don't know what happened to them How could you sleep?

The trumpets again "Get out! The sergeant will be furious!" They came out; some very slowly, the old ones, the sick ones; some with nervous agility. They fear the sergeant. They hurry as much as they can. In vain! Much too much noise, much too much commotion! And not fast enough! The Feldwebel shouts: "Achtung! Stillgestanden! Na wird's mal! Oder soll ich mit dem Jewehrkolben nachhelfen? Na jut; wenn ihrs durchaus haben wollt!"

The sergeant and his subordinates hit

young or old, strong or sick, guilty or innocent .

It was painful to hear them groaning and moaning.

I heard it though I had been hit very hard, so hard that I could not help falling down. We all on the ground who could not stand up were then beaten over the head .

I must have been unconscious. The next thing I heard was a soldier saying: "They are all dead!"

Whereupon the sergeant ordered to do away with us.

There I lay aside half conscious. It had become very still fear and pain. Then I heard the sergeant shouting: "Abzählen!" ("Count off!")

They start slowly and irregularly: one, two, three, four "Achtung!" The sergeant shouted again, "Rascher! Nochmals von vorn anfange! In einer Minute will ich wissen, wieviele ich zur Gaskammer abliefere! Abzählen!" ("Faster! Once more, start from the beginning! In one minute I want to know how many I am going to send off to the gas chamber! Count off!")

They began again, first slowly: one, two, three, four, became faster and faster, so fast that it finally sounded like a stampede of wild horses, and (all) of a sudden, in the middle of it, they began singing the Shema Yisrael!"

 

“Shema Yisrael, Adonai Eloheinu, Adonai Echad.

V'ahavta eit Adonai Elohecha b'chawl l'vav'cha uv'chawl nafsh'cha, uv'chawl m'odecha. V'hayu had'varim haeileh, asher anochi m'tsav'cha hayom, al l'vavecha. V'shinantam l'vanecha, v'dibarta bam b'shivt'cha b'veitecha, uvlecht'cha vaderech, uv'shawchb'cha uvkumecha. Ukshartam l'ot al yadecha, v'hayu l'totafot bein einecha. Uchtavtam, al m'zuzot beitecha, uvishare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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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번역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단지 그 위대한 순간뿐이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오랫동안 소홀히 했던 옛 기도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주 긴 시간동안 잃어버렸던 신앙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내가 바르샤바의 하수관에서 견딜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오랜 시간동안 말이다.

그날도 다른 날과 똑같이 시작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에 기상나팔이 울렸다.

밖으로 나와

당신이 자고 있든 걱정근심으로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든 상관없이 밖으로 나가야 했다.

당신은 아내, 자식, 부모로부터 분리되어 있었다. 당신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는가?

트럼펫이 다시 울렸다. “밖으로 나와! 하사관이 화내겠다.” 그들은 밖으로 나왔다.

늙은이와 병자들은 천천히 나왔고 빠른 걸음으로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하사관에 대한 두려움으로 모두들 최선을 다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엄청난 소음, 정신없이 분주한 움직임, 그럼에도 충분치 않았다.

중사가 고함쳤다.

집중! 똑바로 서! 아니면 내가 개머리판으로 도와줄까? 그래 좋아 너희들이 그렇게도 원한다면 말이야

하사관과 그의 병사들이 마구 때렸다. 젊었거나 늙었거나, 건장하건 아프건, 잘못이 있건 없건 가리지 않고...

울부짖는 소리와 신음소리가 듣기에도 고통스러웠다

나는 매우 세게 얻어맞았고,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쓰러져 일어날 수 없는 우리 모두는 머리통을 얻어맞았다.

나는 정신을 잃은 것이 틀림없다. 그 다음 나는 한 군인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모두 죽었습니다.”

그리고 하사관은 우리를 치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나는 정신을 반쯤 잃은 체 가장자리에 누워있었다.

주위가 아주 조용해졌다. 두려움 그리고 고통.

그리고 하사관이 명령하는 소리가 들렸다.

점호!

그들은 천천히 그리고 불규칙적으로 번호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집중!”

하사관이 다시 소리를 쳤다.

더 빨리! 다시, 처음부터 시작! 몇 놈이나 가스실에 보낼 수 있는지 일 분 안에 알아야겠다! 점호!”

그들은 다시 세기 시작했다.

처음엔 느린 속도로 하나 둘 셋 넷 빨라지고 더 빨라지고 점점 빨라져 마침내 야생마들의 거친 말발굽소리처럼 들릴 정도였다.

그리고 한꺼번에, 아주 갑자기, 그 도중에 셰마 이스라엘을 찬송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너는 또 그것을 네 손목에 매어 기호로 삼으며 네 미간에 붙여 표로 삼고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문에 기록할 지니라” (쉐마 이스라엘, 신명기 64- 9)

 

 

기타

쇤베르크는 자신의 12음기법으로 만들어진 무조음악을 두고 생전에는 자신의 음악이 홀대받더라도 다른 위대한 작곡가들처럼 미래에는 자신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소비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아이들이 무조음악을 흥얼거리며 다닐 것이라고 말이죠...

그는 무조음악이 단지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고 익숙해지면 기존의 조성음악처럼 아름답게 들릴 것이라 생각한 듯 싶습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도 대중들이 무조음악을 흥겹게 감상하는 일은 없습니다.

저 역시 무조음악을 흥겹게 듣지는 못합니다. 무조음악은 언제 들어도 충격적이고 불편하죠.

하지만 이 곡처럼 충격과 불편함이 필요한 곡에서만큼은 12음기법과 무조음악의 존재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혹했던 비극적 역사의 한 순간을 표현하는데 단지 아름답고 슬픈 멜로디를 가지고 만든 우아한 음악은 오히려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수백만명이 죽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은 이 난해한 음악보다 수백만 배는 더 끔찍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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