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잡설

소나타와 소나타 형식의 차이점

교클 2024. 1. 17.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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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음악 형식은 아마 소나타 형식일 것입니다. 그리고 클래식 작품을 보면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곡명으로 '피아노 소나타’, '바이올린 소나타' 등이 있죠.
실제로 많은 소나타 작품들은 소나타 형식을 채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이 글에서는 소나타와 소나타 ‘형식’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소나타
1)바로크 시대
소나타란 악기를 위한 다악장 음악(즉 기악곡)을 뜻하며 ‘울리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Sonare를 어원으로 합니다.
음악사적으로 바로크 시대인 17세기 초반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다악장 성악곡 cantata(칸타타)에 대응되는 용어였으며 이때까지는 대부분 음악이 성악곡이었기 때문에 성악곡에 대응하는 기악곡이라는 의미가 있었죠.
이 소나타라는 이름의 기악곡은 17세기 후반 바로크 시대부터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바로크 시대의 소나타는 크게 기능적으로 교회 소나타와 실내 소나타로 나누어졌고 악기의 구성적으로 트리오 소나타와 독주 소나타로 나누어집니다.(교회 소나타와 실내 소나타에 대한 설명은 너무 지엽적이라 이 글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소나타 중 가장 인기 있던 양식은 트리오 소나타입니다. 이 트리오 소나타는 이름과 달리 최소 4명 이상이 연주하는데 3명의 멜로디 연주자와 한 명 이상의 저음 반주 악기 연주자로 구성된 실내악 곡입니다. 그러니까 저음 반주자를 계산하지 않고 멜로디 연주자 3명만을 두고 트리오 소나타라 한 것이죠. 이 트리오소나타는 실내악, 특히 현악 4중주의 전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독주 소나타의 경우 트리오 소나타보다는 조금 늦은 18세기 초반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독주 소나타는 이후 고전파 시대로 계승되어 우리가 흔히 아는 독주악기를 위한 소나타 직접적인 모체가 됩니다.

바흐-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G단조. BWV1001. 사토 슌스케 연주. 바흐의 이 곡은 독주 소나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고전파 시대 이후
소나타는 고전파 시대부터 독주 악기를 위한 다악장 기악곡으로 완전히 정착되었습니다.
이 소나타라는 악곡은 고전파 시대에도 계속 이어져 내려오지만 그 구조는 조금 달라집니다.
바로크 시대의 소나타는 느림-빠름-느림-빠름의 4악장짜리 기악곡이었지만 고전파 이후 소나타는 독주 악기를 위한 빠름-느림-빠름의 3악장짜리 곡의 명칭이 되었습니다.
1악장의 경우 밑에서 설명할 소나타 형식이며 2악장은 A-B-A(세도막 형식), 3악장은 론도 혹은 소나타 형식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형화된 소나타의 구조는 낭만파 시대를 거치며 현대로 갈수록 점점 더 무너져 갑니다. 낭만파 후기에 접어들면 이게 소나타 형식이라고는 하는데 악보 들고 분석하지 않으면 도저히 구조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으로 난해해지죠.
(사실 고전파 시대에도 이런 정형화 된 형식을 파괴하는 곡들이 존재하기는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터키 행진곡〉으로 잘 알려진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1번. 소나타지만 소나타 형식으로 작곡한 악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가장 유명한 피아노 소나타 중 하나인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16번 C장조. K.545. 손열음 연주



현대까지 작곡되어진 소나타 중 가장 많은 작품이 창작된 악기는 단연 피아노입니다.
일반적으로 소나타 하면 피아노소나타를 일컫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러나 소나타에 피아노소나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악기들은 소나타 작품들이 있으며 바이올린이나 첼로 소나타 같은 경우에는 작품성에서 피아노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작품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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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소나타 형식
소나타 형식은 소나타에서 많이 사용된 형식이기 때문에 소나타 형식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역시 고전파 시대에 확립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나타 형식은 소나타를 넘어 현악4중주, 협주곡, 교향곡 등 서양음악의 거의 모든 기악곡에 적용되어 클래식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형식이 되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기악곡들의 1악장은 대부분 소나타 형식을 채택하고 있죠.

소나타 형식은 크게 (서주), 제시부, 전개부(발전부), 재현부로 구성됩니다.
일부 소나타는 본격적인 곡의 시작 전에 서주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흔하지는 않습니다.
본격적인 곡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제시부는 곡의 주 멜로디를 제시하는 부분으로 1주제와 2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주제는 곡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곡의 제목 뒤에 붙는 X장조, X단조의 기준이 바로 1악장의 1주제 조성입니다. 그리고 이 1주제에서 나온 멜로디가 악장 내내 이리 저리 변화하며 등장하고 때로는 다른 악장에까지도 인용되기도 합니다.
1주제와 2주제는 대비 효과를 위해 서로 다른 분위기로 만드는 게 규칙입니다. 1주제는 화려하고 웅장한데 비해 2주제는 온화하고 서정적이며 장조곡의 경우 1주제가 장조였으면 2주제는 1주제 조성의 딸림조가 나옵니다(으뜸조의 완전5도 위의 조성. 다장조였으면 사장조로 전환). 
반면 단조곡의 경우 2주제는 나란한조인 장조이죠(가단조였으면 다장조로 전환).

전개부(발전부)는 앞서 나온 두 주제들을 조바꿈, 리듬, 멜로디의 변주 등의 온갖 음악적인 테크닉을 이용하여 변화무쌍하게 구축해 나갑니다. 이 전개부는 작곡가의 실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작곡가가 거대한 곡을 쓰려고 마음먹으면 전개부가 엄청나게 길어지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재현부는 이름처럼 제시부에서 나왔던 1,2주제가 다시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차이점으로 2주제가 1주제와 다른 조가 나왔던 제시부와 달리 재현부에서는 1주제와 2주제가 같은 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재현부까지 끝마치면 곡을 정리하는 코다가 등장하여 한 악장을 완전히 마무리합니다.

소나타 형식은 한 악장 안에서 대조되는 두 가지의 멜로디가 등장한 후 변화무쌍하게 변화하며 발전하다 다시 본래 주재를 다시 한 번 상기하며 마무리하는 구성이 굉장한 안정감을 주면서도 쉽게 지루해 지지도 않은 완성도 높은 양식이기 때문에 서양음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형식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앞서 들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6번 C장조. K.545의 1악장 악보.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을 지킨 곡입니다. 이 악보를 분석해 보면 1~12마디까지가 1주제입니다. 그리고 13마디 경과구를 지나 14마디부터는 2주제죠. 위에서 본 것처럼 2주제는 C장조의 나란한 조인 G장조입니다.



기타
1.소나타와 비슷한 이름의 소나티네라는 음악도 존재합니다. 아마도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서 한 번 씩은 쳐봤을 것입니다. 소나티네란 작은 소나타라는 뜻으로 이름처럼 소나타보다 간단하고 쉬운 곡입니다. 구성은 소나타와 같지만 길이는 매우 짧고 전개부도 쉽게 구성되어 있죠. 따라서 소나타 형식을 공부할 때 소나티네를 참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2.소나타 형식의 곡들의 악보를 제시부 끝에 도돌이표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악보대로 연주하면 1주제와 2주제를 반복하여 두 번 듣게 되죠.
하지만 연주나 음반 녹음에서는 도돌이표를 무시하고 반복을 생략하는 연주자들이 있습니다. 주제가 불필요하게 반복되어 곡이 길어지며 지루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축음기와 음반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같은 음악을 여러 번 듣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따라서 한 번의 감상만으로도 멜로디를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도돌이표를 넣었지만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현대에는 불필요한 요소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반면 이러한 행태를 극혐하며 작곡가가 표시해둔 도돌이표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주자나 감상자도 존재합니다. 작곡가가 그러한 것까지 다 계산하여 작곡을 한 것인데 연주자들이 멋대로 도돌이표를 생략하는 것은 작곡가의 의도를 무시하고 곡을 망치는 행위라는 것이죠.
둘 중 어떤 것이 정답인지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판단을 하면 됩니다. 

3.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악보를 분석하는 공부가 필요하지만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분석하려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잘 만들어진 작품은 분석 없이 들어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 마련입니다. 

 

리스트-피아노 소나타 b단조. 조성진 연주. 낭만파 후기로 가면 이렇게 거대하고 난해한 피아노 소나타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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