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5일, 추석 연휴를 맞아 간만에 어머니랑 같이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번에 방문할 목적지는 경상북도 북부에 있는 영양군.
사실 '육지의 섬'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방문하기에 멀고 어려운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 악명이 오히려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대구 북구에서 출발해 영양군에 진입하는 데 대략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육지의 섬이라는 별명이 있지만 사실 자차를 이용하면 오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대구 기준으로 비슷한 거리에 있는 다른 지역들과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의 차이는 없었다.
물론 영양군에 진입하는데 그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고 군 내의 여러 관광지를 가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특히 영양군의 관광지는 주로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각보다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1.영양군풍력발전소
내가 가장 먼저 가본 곳은 영양군풍력발전소.
풍력발전소의 경우 당연히 산 꼭대기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차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그래도 다행히 꼭대기까지 길이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차가 있으면 오는데 큰 문제는 없다.
이 곳으로 오려면 (네이버 지도 기준)영양풍력발전공사를 찍고 오면 되는데 실제로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계속 올라오다 보면 풍력발전기 근처까지 오게 되는데 그러면 인근 갓길이나 공터에 차를 세우고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으면 된다.
풍력발전기의 모습. 실제로 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그 규모에 위압감이 생길 정도
정상에서 보이는 산세도 정말 장엄하다. 이 날은 공기도 맑은 편이어서 더욱 좋았다.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기가 상당히 많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에 안나오는 반대편에도 빼곡히 설치되어 있다.
잠깐 차를 세우고 구경하는 도중에 어디선가 나타난 누렁이ㅋ 이 사진에서는 오른쪽 풀숲에 가려져 있지만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건물이 하나 있는데 아마도 그 곳에서 키우는 강아지로 보인다.
개는 아마 새로 온 사람이 신기해서 그냥 구경하러 온 것이겠지만 덩치가 크고 이빨이 날카로워서 좀 무섭긴 했다. 그래서 사진 조금만 더 찍고 바로 차로 피신 후 하산하였다.
2.영양읍내에서의 식사
다음으로 갈 곳은 바로 영양 자작나무숲
추운 지역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고 있는 곳들도 경기도, 강원도 쪽이 많은데 영양군에도 자작나무 숲이 있다고 해서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 전에 점심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에 우선 식사부터 해결하고 가기로 했다.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영양읍내로 변경
일단 내비로 영양군청을 찍고 갔다.
영양군청 주차장은 주말에 개방된 상태였다. 그래서 이 곳에 주차를 해놓고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된다. (다만 주차공간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온다면 주차자리는 부족할 것이다.)
주차를 해 놓은 후 인근을 돌아다니며 먹을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흰색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 순식당이라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이 근방의 음식점들 중에서 그나마 깔끔해 보이는 곳이었다. 검색해 보니 최근 확장이전을 한 듯.
여러 메뉴를 취급하던 곳이었지만 메인으로는 순두부찌개와 청국장을 파는 곳이었다.
나는 순두부찌개를 시켰고 어머니는 청국장을 시켰다. 가격은 둘 다 9000원
밑반찬으로 나오는 멸치(멸치똥(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만들었다고 어머니는 별로라고 했다)
참고로 사람이 제법 몰리는 가게로 보이는데 종업원은 많이 없어서 사람이 좀 몰리면 음식 나오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30분 조금 넘게 기다렸다.
음식 평가를 하자면 어머니는 청국장이 별로라고 했는데 내가 먹은 순두부찌개는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3.영양군 자작나무숲
식사를 해결한 이후에는 원래 목적지인 자작나무 숲으로 출발했다.
영양 자작나무 숲은 수비면 죽파리 검마산에 위치한 곳으로 1993년에 솔잎혹파리의 피해를 입은 지역에다 새로 인공조림한 30.6헥타르 규모의 숲이다.(대략 축구장 40개 정도의 크기라고 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자작나무 숲이다.)
검색을 해 보니 자작나무숲은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자작나무숲이 유명한데 사실 규모로는 영양군 쪽이 훨씬 더 크다. 그러나 이 숲을 관광지로 개척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2019년에 처음 숲길을 개척) 아직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영양군청에서 자작나무 숲까지는 자동차로 30분 정도가 걸린다.
이 곳에 갈 때는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우선 네이버 지도 기준으로 영양자작나무숲을 검색해보면 나오는 곳이 있는데 ‘절대’ 그 곳으로 끝까지 가면 안된다.
그 길대로만 가면 어느 순간부터 좁은 죽파리 마을길을 타고 가는데 어느 순간부터 차단기로 막혀서 자동차로는 진입이 불가능하다. 만일 그 곳에서 차를 세우고 자작나무숲까지 걸어간다면 숲에 도착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릴 것이다. 등산을 목적으로 미리 각오하고 온 사람이 아니라면 끝없이 걷다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버릴 수도 있다.
자작나무숲을 목적지로 찍고 인근까지 도착하면 주차장과 건물이 보이는데 그 곳에 차를 주차해 놓으면 된다. 그리고 인근의 정류장까지 걸어가면 된다.(내가 갔던 날은 안내원이 있었는데 그 분 말대로 하면 된다.)
정류장에는 자작(jajak)이라는 카페가 있고 그 바로 옆에서 전기버스를 탈 수 있다.
보면 알겠지만 15: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버스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자작나무숲 입장가능 시간은 오후 3시30분까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내비게이션만 믿고 목적지까지 달려갔지만 앞서 말했듯 결국 차단기에 막혀버렸다.
결국 근처 공터에다 대충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올라갔는데 한참을 걸어도 자작나무숲은 나오지 않았다.
한 20분쯤 걸었을 때 운이 좋게도 앞서 정류장에서 올라오는 전기버스가 우리를 태워줘서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당연히 빈 자리가 있었으니 얻어 탈 수 있었던 것이지 만석이었으면 그냥 계속 걸어가야 했을 것이다.
중간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좀 더 올라가다 중간 지점에서 버스는 승객들을 내려주었다. 여기서부터는 셔틀버스를 타고 왔어도 걸어올라가야 했다.
하차지점을 기준으로도 20분 정도를 더 걸어 올라가야 했다. 다행히 이 곳의 경치도 좋았고 코스가 힘들지는 않았다.
어느정도 걷다 보니 드디어 흰색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직접 본 자작나무 숲은 정말 화려했다.
30년 전 30cm의 작은 묘목으로 시작한 나무들이 세월이 지나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인스타용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장소도 여러 곳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곳에 오래 머무르지는 못했다.
애초에 막차 바로 전 버스를 타고 올라왔었고 내려가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4:30분에 끊기는 하행선 막차를 타기 위해서는 4시쯤 되면 탑승장소로 내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영양군 자작나무숲의 규모는 상당히 크기 때문에 한참을 더 올라가며 구경할 수 있었지만 시간관계상 입구 근처 일부 구역만 잠깐 맛보기만 보고 나와야 했던 것이 참 아쉬웠다.
내려가려고 보니 아까전에 타고 올라왔던 전기버스가 자작나무숲 바로 앞까지 올라와 있었다.
올라갈 때는 자작나무숲 한참 전에 승객들 내려주던 전기버스가 왜 자작나무숲 바로 앞까지 올라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버스를 타고 내려갔다.
올라올 때 처럼 내려갈 때도 사람들을 보면 태워줄 지 물었다. 다만 내려가는 사람들은 등산을 목적으로 왔는지 그냥 걸어가겠다고 했다.
정류장까지 가는 버스이지만 정류장에서 차를 타지 않은 나는 내려가는 도중 맨처음에 차를 세운 곳까지 왔을 때 먼저 내려달라 했다. 역시 친절한 버스기사님은 우리를 내려주었다.
기타 사항들
1.전기버스의 경우 지붕은 있지만 창문이 없기 때문에 창가 쪽에 앉으면 비를 맞을 수 있으며 여름의 경우 큰 상관은 없지만 겨울에는 많이 추울 것이다.
2.자작나무 숲에도 화장실이 있기는 하지만 임시화장실이기 때문에 냄새나고 더러울 뿐만 아니라 모기가 우글거리는 끔찍한 곳이다. 웬만하면 화장실을 갈 일을 만들지 말자.
참고로 자작나무숲 밖에 있는 화장실의 경우 새로 지은 곳에다 관리도 잘 되어 엄청 좋다. 내가 지금껏 가본 화장실 중에 가장 좋았던 것 같다.
3.전기버스의 경우 현재는 시범운행중이기 때문에 따로 요금을 받고 있지는 않는 중이다. 시범운행이 끝나면 요금을 받을 수 있으며 그게 언제가 될 지는 알 수 없다. (참고로 자작나무숲 전기버스가 운행을 시작한 지도 이미 몇 년이 지났다.)
4.전기버스의 운행시간은 시간표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자작나무숲에 있는 인원이 많은 것으로 보이면 운전기사가 정류장에 전화해 추가 배차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았다.
5.내가 그랬듯이 셔틀버스는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이나 내려가는 사람이 있으면 타고 갈 생각 있냐고 물어보고 태워준다. 하지만 태워주고 말고는 어디까지나 운전기사의 재량이니 웬만하면 정류소에서 타고 올라오는 것을 추천한다.
여행 후기
영양군의 경우 국내 최고의 오지 중 하나로 유명한 곳이다.
사실 교통의 경우 영양군으로 직접 이어진 고속도로가 없긴 하지만 그것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으며 현재 군내 도로는 잘 닦여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있으면 이동에 데 큰 문제가 없다. 다만 대부분의 관광지가 산속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차 없이 관광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영양군 여행을 계획하는 분은 자차를 끌고 오자.
개인적으로 영양군 자작나무 숲 같은 곳은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높은 곳이라고 생각한다.(사진찍기 너무 좋은 장소이다.)
이런 곳이 왜 관광지로 크게 유명하지 않은 지 의문이 든다.
PS(잡소리). 과거 KBS 예능 프로그램 <스펀지>에서 영양군에는 신호등이 단 하나만 존재한다는 내용이 나온 적이 있다.
현재는 그 시절보다 더 늘기는 했지만 이 신호등들은 모두 영양군 최외곽 쪽에 위치한지라 실질적으로 지금도 크게 다른 건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시골의 인구가 가면 갈수록 줄어들며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도 더이상 늘어나지 않는 지금 시점에서는 앞으로도 달라질 일은 없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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