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5년 5월 10일 토요일 오후 5시(약 75분간 진행)
장소: 대구광역시 달서구 달서아트센터 와룡홀(문화회관길 160)
연주자: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타라소프
2025년 5월 10일 대구 달서아트센터에서 The 8th <Piano Week> in 2025 프로그램의 마지막 회차인 세르게이 타라소프의 공연을 관람하였다.
주말에만 대구에 오는 나는 이런 공연을 하는 줄 몰랐는데 우연히 공연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운좋게 형수님이 표를 구해주셔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형수님 감사합니다!)
이번 공연은 앞서 설명했듯 <피아노 위크>라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공연 중 하나로 이 <피아노 위크>는 올해로 8회째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피아노 위크>는 4일간 4개의 피아노 공연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마치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클래식 작품을 연상시키는 구성이다.
마지막 공연인 오늘 연주에 나서는 피아니스트는 세르게이 타라소프인데 이 분은 과거 몬테카를로 국제 콩쿠르, 부조니 국제 콩쿠르 1등,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4등을 포함해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였고 현재는 계명대 피아노과 교수로 활동하시는 분이다.
달서아트센터 와룡홀에 방문하였다.
달서아트센터의 메인홀 청룡홀이고 와룡홀은 실내악, 독주용이라 그렇게 크지 않았다. 계산을 해보니 대략 200석 조금 넘는 수준.
(참고: https://www.dsac.or.kr/main/contents.do?idx=6013)
좌석 수가 많은 홀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좌석을 채웠다.
무대 위에 놓여있는 피아노는 뜻밖에도 파지올리(FAZIOLI)였다.
파지올리 피아노를 여기서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검색을 해 보니 2024년 5월에 국내 공식 론칭을 했다고 하니 기껏해야 도입한 지 1년밖에 안 된 피아노이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대부분 공연장에 비치되어있는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비교해 체감상 더 길어 보였다.
내가 앉은 자리는 D열 14번 자리. 이 곳에서의 시야는 대략 이렇다.
오늘 연주할 곡은
1. 브람스의 Intermezzo(간주곡) Op.117
2. 슈베르트의 Impromptu(즉흥곡) Op.90의 3,4악장
3. 차이코프스키의 The Seasons(사계) Op. 37a 중 6, 10, 12월
4.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 모음곡(플레트네프 편곡) 중 <사탕 요정의 춤>, 안단테 마에스트로소
이렇게 4개의 곡을 연주하며 쉬는 시간(인터미션) 없이 1시간 정도 진행된다.
오후 5시가 되자 공연이 시작되었고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타라소프가 무대로 등장했다.
이윽고 피아노 의자에 앉아 첫 곡인 브람스의 Intermezzo를 연주하려 하는데 누군가가 동영상 촬영음이 연주 전 정적을 깨웠다.
그 소리 때문인지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시작하는데 뜸을 조금 들였다.
첫 번째 곡인 브람스의 Intermezzo Op.117은 이번 공연에서 유일하게 전 악장을 연주한 작품이다.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곡이었지만 실연을 들으니 매력적인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곡인 슈베르트의 즉흥곡 4악장의 경우 독특한 해석을 보여주었는데 처음에는 첫 멜로디에서 뜸을 들이는게 실수로 그런 줄 알았다. 일관되게 해당 멜로디를 그러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걸 보고 의도한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이러한 해석은 개인적으로 불호였다.
세 번째 곡 차이코프스키의 사계의 경우 달서아트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보로는 12개 중 3개의 곡을 연주한다고 하였지만 그 중에 무슨 곡을 연주하는 지는 알지 못해서 사전에 들어보지를 못했다. 가장 유명한 6월 '뱃노래'는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다른 두 곡은 짐작이 안 갔었다. 현장에서 받은 팜플렛에는 6, 10, 12월을 연주한다고 적혀있었지만 사실 각 계절에 해당하는 악장에도 부제가 달려있는데(6월-<뱃노래>, 10월-<가을의 노래>, 12월-<크리스마스에서>) 해당 부제는 팜플렛에도 적혀있지 않았다. 팜플렛에 부제가 있었으면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곡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 세 곡 중 가장 인상적인 연주는 12월이었다. 힘이 넘치는 파워풀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포르테를 연주할 때는 피아노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정도였다.
마지막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모음곡을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한 곡이었다.
이 곡은 7개의 개별 곡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설탕 요정의 춤은 2번 곡이며 Andante Maestroso는 마지막 7번 곡이다.
마지막 Andante Maestroso의 화려한 연주가 매우 인상깊었다. 세르게이 타르소프는 이러한 연주에서 강점을 드러내는 것 같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왔다.
타르소프는 두 개의 앵콜곡을 연주했는데 첫 번째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Op.3-2, 일명 <모스크바의 종>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작품이었다. 찾아보니 이 피아니스트가 자주 연주하는 앵콜곡으로 보이는데 역시나 피아노와 피아노 의자가 부서질 것 같은 강력한 연주였다.
두 번째 앵콜곡은 역시 라흐마니노프의 곡으로 보칼리제라는 작품이었다.
보칼리제란 가사 없이 부르는 노래를 뜻하는데 사실 원곡은 성악곡이지만 원곡보다 기악 편곡판이 더 유명하며 여러 악기들 중 제일 인기있는 조합은 첼로와 피아노 버전이다. 이번에는 피아노 독주회인 만큼 피아노 독주 버전으로 연주했다.
결론
타르소프는 연주 시작전에 울리던 동영상 촬영음이나 피아노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에 방해를 받았을 지 궁금하다. 연주에 몰입하느라 그런 외적인 방해요소는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수많은 무대경험으로 그러한 돌발상황에도 자연스럽게 연주를 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어찌되었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멋진 공연을 보여준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타르소프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특히 강렬한 타건이 매우 인상깊었다.
'연주회 및 음반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 스타즈 온 스테이지 김해 공연 후기 (0) | 2024.12.29 |
---|---|
경남A&B오케스트라 제11회 정기연주회 후기 (2) | 2024.12.24 |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힐러리 한 연주 LP 후기 (0) | 2024.07.31 |
국립합창단 〈카르미나 부라나〉경남문화예술회관 공연 후기 (4) | 2023.12.22 |
백두산 2집 《King of Rock‘N Roll》 리뷰 (2) | 2023.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