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연주, 명음반 리뷰

백두산 2집 《King of Rock‘N Roll》 리뷰

교클 2023. 9. 1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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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헤비메탈 밴드 백두산이 1987년에 발매한 2집 앨범 《King of Rock‘n Roll》 음반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 소감과 간단한 평가글입니다. 개인적으로 하드락-메탈 음악도 좋아하긴 하지만 몇몇 듣는 곡들만 듣고 클래식 만큼의 지식은 없는지라 마니아들이 보기엔 글이 빈약해 보일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ㅠ

 


글을 시작하기 앞서 우선 언급할 것은...이 음반은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헤비메탈 중에서도 명반으로 취급받는 음반인데도 시나위나 부활의 앨범들과는 다르게 LP 리마스터링 재발매는커녕 CD로도 재발매되지 않았다. 단지 이 중 몇 곡들이 90년대에 백두산 베스트 골든 앨범에 수록되었을 뿐.
나는 이 음반을 꽤 오랫동안 중고장터에서 잠복하며 찾았다. 중고 매물 자체를 찾는 것도 어려웠고 올라와 있는 음반도 10만원까지 부르는 것들이었다.
한참 후에야 매물을 하나 찾을 수 있었는데 3만원짜리 매물이었고 안타깝게도 커버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내용물인 음반은 멀쩡하다고 적어놓았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있나. 이 분에게 연락해서 구매를 하였다.

 

앨범아트는 80년대 음반임을 감안해도, 당대 다른 앨범들과 비교해 봐도 참 구리다;;

 

그나마 뒷커버는 좀 괜찮은 편


설명대로 커버의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기대반 걱정반의 심정으로 음반을 꺼내어 LP 플레이어에 올려놓았다.
다행히 음반은 튀는 소리도 없이 잘 재생이 되었고 무사히 감상할 수 있었다.

 


Side A
A면은 헤비메탈 밴드 백두산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파트이다.
당대 한국 밴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강렬한 헤비메탈 사운드가 인상적이며 해외진출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모든 가사를 영어로 작사하였다.

1번곡: The Moon on the Baekdoo Mountain

음반의 시작부터 기선제압을 제대로 한다. 김도균이 연주하는 기타의 짧은 서주로 시작하여 유현상의 샤우팅으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2번곡: Up in the Sky

이 곡은 이 음반의 타이틀곡이자 헤비메탈 밴드 백두산을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곡이기도 하다.
수없이 많이 들었지만 롭 헬포드를 연상시키는 유현상의 샤우팅은 언제나 놀랍다.

 


3번곡: Women Driving Highway

1, 2번곡에서의 신나게 달렸는데도 쉬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하게 나가는 3번곡이다.
이 분위기는 다음 곡에서야 전환이 된다.

 


4번곡: Revelation

김도균이 작곡한 곡으로 이 음반에서 유일하게 보컬 없는 밴드 연주곡이다. 연주곡이기 때문에 유현상의 인기에 힘입어 92년도에 CD 재발매한 백두산 골든앨범에도 수록되지 않은 곡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음반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애초에 이 음반을 중고장터를 싹 뒤져가며 구매한 이유가 바로 이 곡을 듣고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곡을 클래식적으로 분석해보면 A-B-A의 세도막 형식의 곡이라고 할 수 있다.
A파트는 김도균의 블루스 감성이 진하게 풍기며, 중반부인 B에는 분위기를 바꾸어 기타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후에 다시 A로 돌아와 마무리한다.
사실 이 곡에서는 김도균의 현란한 기타뿐만 아니라 기타의 멜로디 사이사이를 파고들어오는 김주현의 베이스 또한 정말 인상적이다.



Side B
B면에서는 2번곡을 제외하면 전부 유현상이 작곡하였다. A면과는 달리 2번곡을 빼고는 한국어 가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적으로 A면보다는 훨씬 가볍고 대중 친화적인 7080 감성의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당시에 이미 중견가수였던 유현상의 대중적인 감각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번곡: 주연배우(Main Character)

B면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자 검열이 심했던 80년대 음악방송에서 영어가사로 이루어진 A면의 헤비메탈 넘버들 대신 부르고 다녔던 또 다른 타이틀 곡이다. 유현상이 작곡한 곡으로 A면의 헤비메탈 곡들보다는 순하지만 이 곡 역시 유현상의 샤우팅이 듬뿍 들어간 하드록 작품이다.

 


2번곡: And I Can’t Forget

이 곡의 유일한 락발라드 곡으로 7분 가까이 하는 대곡이다. B면에 있지만 A면의 헤비메탈 사운드와 유사한 곡이다.
참고로 이 곡의 경우 내가 산 LP버전과 이후 재발매된 골든앨범 버전의 마무리가 다르다.
골든 앨범은 페이드 아웃으로 서서히 끝나지만 이 엘범에서는 뒷부분이 조금 더 나오며 페이드아웃으로 끝나지 않는다.

 


3번곡: Rock’N Roll Dance

이 곡부터는 헤비메탈의 색채는 약해지고 80년대 대중가요 스타일로 바뀐다.
당시에는 대중 취향에 맞춘 선곡이었겠지만 현재는 이 앨범을 80년대 대중음악 음반이 아니라 한국 헤비메탈의 명반으로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인지도는 낮은 곡이다...

 


4번곡: Korean Dream

이 곡은 건전가요다. 따라서 헤비메탈의 색채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이 곡은 백두산 1집의 정식 수록곡 〈우리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곡으로 그냥 의무적으로 넣어야 하니 대충 아무 곡이나 집어넣은 당시의 음반들과는 달리 비록 건전가요지만 나름 음악성을 챙기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1987년 백두산이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던 레전드 공연인 ‘한강! 젊은 그대여 록콘서트’에서 출연진 전원이 나와서 부른 엔딩곡이 바로 이 곡이다.



총평: 이 음반은  《King of Rock‘N Roll》 이란 앨범명에 걸맞는 명반이다.

당시에 헤비메탈을 표방한 뮤지션들은 아마추어에서 막 음악시장에 발을 내딛은 어린 or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메인보컬 유현상을 포함한 3인은 이미 베태랑 가수들이었고 그나마 신인에 가까웠던 기타의 김도균은 나중에 대한민국 역사상 손에 꼽을 수 있는 레전드 기타리스트가 되었다. 베테랑 뮤지션들이 각잡고 헤비메탈 음반을 만들었고 앨범명처럼 클래스의 차이를 보여준 작품이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대중취향의 7080곡들로 이루어진 B면의 곡들도 A면처럼 헤비메탈 곡들로 채워서 완벽한 헤비메탈 음반으로 만들었으면 지금보다 더욱 레전드 음반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이들의 연주력이나 곡의 퀄리티로 보아서는 충분히 가능했던 일이다.

 

1987년 '한강! 젊은 그대여' 록콘서트. 여기서 백두산은 1시간 9분에서 등장하여 1집 수록곡 '말할 걸'과 2집의 Up in the Sky를 연주한다. 백두산의 레전드 라이브 중 하나로 음원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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