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인상파 음악, 현대 음악

반복의 미학 - 라벨의 〈볼레로〉

교클 2021. 9. 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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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rice Ravel - Boléro

 

라벨(1875-1937)

 

이 곡은 프랑스의 인상파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1928년 작곡한 발레곡으로 라벨의 곡 중에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많은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볼레로란 캐스터네츠를 반주로 한 스페인의 3/4박자 춤곡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쇼팽을 비롯한 여러 작곡가들이 볼레로를 작곡하기도 하였지만 이 곡이 너무 유명해졌기 때문에 현재는 아무 말 없이 볼레로라고 하면 모두가 라벨의 곡만 생각하는 실정입니다.

원래 발레곡으로 작곡된 곡이고 초연도 발레와 함께 이루어졌지만 현재는 음악만 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략적인 발레의 스토리는 스페인의 한 술집에서 여성 무용수가 볼레로를 추기 시작하는데 한 두 사람씩 춤에 가세하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다 함께 춤을 춘다는 내용입니다.

 

라벨의 볼레로는 이전까지의 클래식 작품을 모두 뒤져봐도 볼 수 없던 굉장히 독특한 형식의 곡입니다.

곡의 구성은 극히 단순합니다. 하나의 주제를 주고 그 멜로디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동안 악기 구성과 셈여림만 바꾸면서 아주 천천히 고조시켜 끝까지 끌고 가다가 마지막에 급하게 끝나버립니다.

십 몇 분 동안 집요하게 반복되며 멜로디를 청중들의 머리에 완전히 박아버리기 때문에 한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중독성 높은 곡으로 초연 당시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며 라벨의 대표작 위치에 올랐습니다.

이런 독특한 곡의 형식은 후배 작곡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소련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는 멜로디와 리듬 하나를 반복하며 점차 고조되는 이 곡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여 그의 7번 교향곡 레닌그라드1악장에서 써먹습니다.

 

이 곡은 수많은 대중매체에서 인용되었던 곡이라 많은 사람들이 들으면 아는 곡입니다. 대표적으로 2000년대 초반에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에 이 곡이 BGM으로 나왔었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인기 있던 애니메이션인지라 클래식을 전혀 찾아듣지 않는 사람들도 제목은 몰라도 디지몬에 나왔던 그 곡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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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분석

작곡 연도: 1928년

헌정: 루빈스타인 부인(곡의 위촉자)

초연 연도: 1928년 11월 22일

초연 장소: 파리 오페라 극장

초연자: 루빈스타인 무용단, 발터 스트라람(Walter Straram) 지휘

 

2×169+2=340

알 수 없는 이 수학공식의 뜻은 2마디로 구성된 리듬을 169번 반복한 후 단 2마디의 간결한 엔딩으로 끝나는 총 340마디로 이루어진 이 곡의 리듬구성을 숫자로 표현해 본 것입니다.

 

볼레로의 리듬. 스네어 드럼 연주자는 이 2 마디를 쉬지 않고 무려 169번 반복 연주하여야 합니다. 그것도 음량을 아주 천천히 높이면서... 만일 드럼 연주자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곡 전체가 망가져 버립니다. 작은북 연주자에게 애도를...

 

멜로디의 경우 각 16마디로 이루어진 선율 2가지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이를 여러 악기들이 독주 혹은 합주로 돌아가며 총 18번을 반복 연주합니다.

스네어 드럼의 서주 이후 개별 관악기들의 독주로 이루어지다 중반부터는 여러 관악기들의 합주로 진행되고 후반부에는 여기에 현악기까지 합세하여 최후에는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들이 연주하며 열광적으로 끝맺음합니다.

각 변주시에 나오는 악기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각 악기의 구성
1변주 플루트 독주 (첫 번째 선율)
2변주 클라리넷 독주 (첫 번째 선율)
3변주 바순 독주 (두 번째 선율)
4변주 피콜로클라리넷 독주 (두 번째 선율)
5변주 오보에 다모레 독주 (첫 번째 선율)
6변주  플루트와 약음기 끼운 트럼펫 (첫 번째 선율)
7변주 테너색소폰 독주 (두 번째 선율)
8변주 소프라니노색소폰 독주 (두 번째 선율)
9변주 호른, 피콜로 한 쌍, 첼레스타 (첫 번째 선율)
10변주 오보에, 오보에 다모레, 코랑글레, 클라리넷 한 쌍 (첫 번째 선율)
11변주 트롬본 독주 (두 번째 선율)
12변주 바순족을 제외한 모든 목관악기 (두 번째 선율)
13변주 피콜로, 플루트 한쌍, 오보에 한쌍, 클라리넷 한쌍, 1바이올린 (첫 번째 선율)
14변주 위의 악기들에 코랑글레, 테너색소폰과 제2바이올린 추가 (첫 번째 선율)
15변주 클라리넷족과 바순족을 제외한 모든 목관악기, 트럼펫, 1+2바이올린 (두 번째 선율)
16변주 바순족과 소프라니노색소폰을 제외한 모든 목관악기, 트롬본, 콘트라베이스를 제외한 모든 찰현악기 (두 번째 선율)
17변주 피콜로, 플루트 한 쌍, 피콜로트럼펫, 트럼펫 세 대, 소프라니노색소폰과 테너색소폰, 1바이올린 (첫 번째 선율)
18변주 위의 악기들에 트롬본 추가 (두 번째 선율. 여기서 갑자기 E장조로 조옮김되었다가 다시 본래 조성인 C장조로 돌아온다.)

(출처: 나무위키)

 

 

이 곡의 연주시간은 다른 곡들에 비해 유독 지휘자마다 편차가 큰 편입니다. 곡의 특성상 처음 정한 템포가 끝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처음의 적은 차이가 나중에는 꽤 많이 나게 됩니다.

작곡가가 요구한 연주시간은 17분이지만 실제 연주에서는 14~15분대가 가장 흔하고 빠르면 13분대까지 존재하지만 17분은 많이 없습니다. 실제로 17분짜리 볼레로를 들어보면 꽤 느리다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작곡가가 지시한 17분을 지킨 연주입니다. 확실히 느긋한 연주라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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