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onín Leopold Dvořák -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피아노 협주곡이나 바이올린 협주곡 같은 경우에는 가장 위대한 곡을 꼽으라고 하면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옵니다.
피아노 협주곡 같은 경우는 모차르트부터 시작해서 베토벤, 쇼팽, 리스트,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곡가들의 명곡이 각축을 벌이고 있고 바이올린 협주곡의 경우에는 통칭 ‘4대 협주곡’으로 칭하는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곡에다 시벨리우스의 곡 정도가 주로 언급됩니다.
하지만 첼로 협주곡 같은 경우에는 가장 위대한 곡을 꼽으면 거의 만장일치로 이 곡이 언급됩니다. 사실상 첼로 협주곡 1위는 고정에 그 다음가는 곡을 뽑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심지어 첼로 협주곡에 한정짓지 않고 그냥 가장 위대한 협주곡을 하나 꼽으라고 해도 이 곡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당대의 대작곡가이자 드보르작의 은인이었던 브람스가 이 곡에 대해 남긴 평가가 이 곡의 위상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첼로 협주곡을 (인간이)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도 첼로 협주곡을 써 보는건데…”
브람스가 죽기 5개월 전 이 곡을 들은 후 남겼던 말입니다.
이 곡은 드보르작이 1892년 미국의 음악원 원장 스카웃 제의를 받고 미국에 가 있던 시절에 작곡한 곡입니다. 현악 4중주 12번 ‘아메리카’와 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와 함께 그의 미국 시절을 상징하는 곡 중 하나로 이 세 곡 모두 미국 시절 접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민요와 흑인 영가의 영향이 많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곡의 작곡에 영향을 준 또 하나의 요인은 빅터 허버트라는 작곡가가 작곡한 첼로 협주곡입니다. 사실 드보르작은 첼로 협주곡 작곡을 부탁하는 지인 하누스 비한의 오랜 부탁에도 첼로 협주곡이라는 장르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으로 계속 거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뉴욕에서 허버트의 첼로 협주곡 2번을 들고는 첼로 협주곡이라는 장르의 가능성을 보고 작곡에 착수했습니다. 하누스 비한은 이 곡의 초연을 매우 원했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사정으로 인해 초연은 다른 첼리스트가 맡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이 곡을 헌정 받는 영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곡의 분석
작곡 연도: 1894년 11월 ~ 1895년 2월
작곡 장소: 뉴욕
헌정: 첼리스트 하누스 비한(Hanuš Wihan)
초연 연도: 1896년 3월 19일
초연 장소: Queen's Hall, London
초연자: 레오 스턴(Leo Stern)의 첼로, 안토닌 드보르작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연주
이 곡은 곡 전반에 걸쳐 미국 시절에 접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민요와 흑인 영가, 그리고 본인의 조국 보헤미아 민속음악의 색체가 섞여 있습니다.
곡의 구성을 보면 낭만파 시대의 일반적인 협주곡들처럼 독주 악기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곡이 아니라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협주곡들처럼 관현악과 첼로가 서로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곡입니다. 이런 특징들이 개성과 완성도라는 음악의 평가에 있어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취하게 하여 이 곡을 최고의 협주곡으로 만든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1악장: Allegro, B단조, 4/4박자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나오는 주제(멜로디)는 흑인 음악에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고전파 시대의 협주곡들처럼 오케스트라의 합주가 오랫동안 이어진 뒤에 첼로가 등장하며 곡 전체적으로 독주악기와 관현악의 대결보다는 함께 곡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한 악장입니다.
2악장: Adagio ma non troppo, G장조, 3/4박자
A-B-A의 3부 형식입니다. 마음속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서정적인 1주제(A)에 이어 격렬하고 비극적인 느낌이 강한 2주제(B)가 나온 뒤 다시 1주제(A)를 반복합니다.
3악장: 3악장 Finale. Allegro Moderato - Andante - Allegro vivo, B단조, 2/4박자
자유로운 론도 형식입니다. 체코 민속 춤곡을 연상시키는 흥겨운 리듬의 멜로디로 시작하며 1악장과 비교했을 때 독주악기와 관현악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협주곡의 매력이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마지막에는 느린 속도로 첼로가 마치 추억을 회상하듯이 이전 악장들의 멜로디가 어렴풋이 나타난 이후 관현악이 이어받으며 급격하게 속도를 높여 열광적인 춤곡으로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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