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국민악파 음악

블타바 강물과 스메타나의 애국심 - 교향시 <몰다우>

교클 2021. 9. 1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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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dřich Smetana - Symphonic Peom <Má vlast> - Vltava

 

스메타나(1824-1884)

 

체코의 아름다운 도시 프라하에서는 매년 5월 프라하의 봄 음악제를 개최합니다. 1946년부터 시작하여 2021년 현재까지 76번 개최된 유서 깊은 음악축제죠.

이 음악제의 시작일과 첫 프로그램은 항시 고정입니다. 시작일은 512, 첫 프로그램은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

512일은 체코의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기일이고 <나의 조국>은 그 스메타나의 대표곡입니다. 이만큼 체코에서 작곡가 스메타나가 가지는 위상은 높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나의 조국>의 위상 또한 말할 필요가 없겠죠. 이번 글에서는 <나의 조국>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인 <몰다우>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스메타나의 교향시 <몰다우>6곡으로 이루어진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2번 곡으로 몰다우라는 단어의 뜻은 체코에 있는 블타바 강(Vltava)의 독일어 명칭입니다.

블타바 강은 체코에서 가장 긴 강으로 수도인 프라하와 같은 주요 대도시를 가로질러 체코 전역을 흘러가는 강입니다. 체코인들에게는 우리나라의 한강과 같은 의미를 가진 강이라고 할 수 있죠. 블타바나 몰다우나 뜻은 같지만 체코 이외의 나라에서는 실제 강을 부를 때는 블타바 강으로 말하고 굳이 몰다우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대부분 이 곡을 칭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메타나가 살아있을 당시 체코는 독립된 나라로 존재하지는 않았고 오스트리아의 한 지방이었습니다. 스메타나가 연작 교향시의 제목을 <나의 조국>이라고 지었지만 스메타나가 칭한 조국이 오스트리아를 일컫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19세기 유럽의 민족주의 열풍에 힘입어 체코 지역에서도 독립을 원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스메타나도 이에 영향을 받아 이 곡을 작곡한 것입니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스메타나의 처지는 굉장히 좋지 않았습니다. 스메타나가 꿈꾸던 체코의 독립은 지지부진했고 베토벤처럼 청각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었으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었던 시기에 예술 혼을 불태워 지금까지도 스메타나를 대표하는 명곡을 작곡하였던 것입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트리아가 패배한 이후 체코는 독립을 이루게 되었고 이후 이 곡은 지금까지도 체코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라파엘 쿠벨릭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쿠벨릭은 앞서 언급한 프라하의 봄 음악제를 처음 개최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2년 뒤 1948년 체코가 소련의 입김에 의해 공산화되자 조국을 떠나 망명한 쿠벨릭은 오랜 기간 해외를 떠돌며 지휘활동을 하다 1989년 체코가 소련의 영향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이룬 이후 1990, 무려 42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와 본인이 만든 프라하의 봄 음악제에서 <나의 조국>을 지휘하였습니다.

독재정권에 반발하여 조국을 떠난 34세의 혈기왕성한 청년 지휘자가 76세의 노인이 되어 다시 고국의 지휘대에 서게 된 것입니다. 감동적인 사연을 가진 이 연주회는 지금까지도 전설적인 공연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프라하에서 바라본 블타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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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분석

이 곡의 형식은 교향시로 이 형식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세부적인 스토리가 존재하며 그 스토리를 음악으로 묘사하는 단악장 곡입니다.

맨 먼저 플루트의 독주로 곡을 시작합니다. 이는 곡의 서주에 해당하며 볼타바 강 상류의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를 묘사한 것입니다. 실제로 들어보면 단 일곱 음으로 정말 시냇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곧이어 클라리넷 등이 이 멜로디를 따라 부르며 먼저 부르던 플루트와 섞이는데 이는 시냇물들이 모여 점점 강줄기가 커지는 모습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후 현악기가 중심이 되어 연주하는 매우 유명한 멜로디가 흘러나옵니다. 이 멜로디는 곡의 주제에 해당하며 몰다우 강 자체를 상징하는 멜로디로 곡의 후반부까지 지속적으로 등장합니다.

어느 순간 분위기는 반전되어 흥겨운 춤곡을 연주하는데 이는 체코 시골의 흥겨운 결혼식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다시 분위기가 바뀌어 현악기와 관악기가 매우 조용하고 신비로운 음악을 연주합니다. 이는 밤이 되어 달빛이 일렁이는 몰다우 강 위에 물의 요정이 춤을 추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후 앞서 나왔던 메인 멜로디가 다시 반복되다 곧 음악이 거칠고 사나워지는데 강의 급류를 묘사하였습니다. 마지막에는 프라하 강변의 큰 성 앞을 지나가며(<나의 조국> 1번곡 비셰흐라트를 뜻합니다.) 장엄하게 끝을 맺습니다.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 중 2번 곡 <몰다우>

 

 

P.S.

1.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다른 나라들과 달리 체코에서는 이 곡을 부를 때 몰다우라는 명칭을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타국 사람들은 실제 강과의 구별을 위해 편의상 몰다우라고 부르지만 체코인들로서는 오스트리아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며 작곡한 이 곡을 오스트리아식 명칭으로 부른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든 일이라 그런 듯싶습니다.

 

2.유명한 이 곡의 메인 멜로디는 사실 스메타나의 창작은 아닙니다. 이 멜로디의 원형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노래 <라 만토바나(La Mantovana)>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국가 역시 이 곡에서 따온 멜로디로 만들었으며 들으면 몰다우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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