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고전파 음악

베토벤 필생의 역작 - 합창 교향곡 분석

교클 2021. 12. 30.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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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wig van Beethoven - Symphony No.9 in d minor Op.125 'Choral'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은 클래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으로 평가받는 곡입니다.

1824년 완성된 이 곡은 베토벤이 20대 청년 시절부터(무려 1번 교향곡을 작곡하기도 이전 시기입니다.) 구상하기 시작해서 완성에 무려 20년이 걸린 곡으로 그야말로 베토벤 필생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20년 동안 계속 이 곡의 작곡에 몰두한 것은 아니고 실질적인 작곡은 1817년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완성하는 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이는 외적으로는 귓병의 악화와 조카 양육 소송 때문에 한동안 작곡에 전념하기 힘든 환경이었기 때문이고, 내적으로는 평생의 숙원이었던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이용한 최고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끝없는 고심과 수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끝에 1824년에 곡을 완성하였지만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귀가 완전히 멀어버렸기 때문에 베토벤이 지휘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필생의 역작이었던 이 곡을 어떻게든 본인의 지휘로 초연을 하고 싶었던 베토벤은 결국 해결책으로 베토벤이 지휘대에 서서 지휘를 하였지만 실제 악단이 보는 지휘는 미하엘 움라우프가 베토벤 옆에서 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합창 교향곡의 초연은 대성공하였습니다.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대작곡가에게 화답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듣지 못하는 베토벤은 곡이 끝났음에도 지휘대에 우두커니 서 있었고 알토 독창자 카롤리네 웅거가 베토벤을 관객석으로 몸을 돌려주자 그제야 청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베토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베토벤의 곡들, 특히 9합창 교향곡은 후배 작곡가들의 거대한 산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베토벤 이후로 교향곡은 작곡가들의 혼을 쏟아 부어 만들어야 하는 핵심 장르가 되었고 베토벤 이전 작곡가들이 수십 개씩 작곡하던 교향곡은 평생을 작곡해도 10개가 나오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후배 작곡가인 브람스와 바그너는 둘 다 베토벤을 가장 존경했지만 브람스 같은 경우는 베토벤을 너무 의식해서 40대가 되어서야 첫 교향곡을 발표했고 바그너는 아예 교향곡으로 베토벤을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오페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됩니다.

루트비히 반 베토벤 (1770-1827)

 

곡의 분석

이 곡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제목처럼 합창이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정확하게는 4악장에 독창자 4명과 4부 합창이 들어갔는데 이는 교향곡에 합창을 넣은 최초의 시도입니다. 원래 교향곡의 정의가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소나타인데 여기에 합창이 들어갔다는 것은 이 곡은 장르를 초월하였다는 말이죠.

그 외에도 음악적 효과를 위해 2악장과 3악장의 배치를 바꾸는 시도도 하였고 전체 곡의 길이도 엄청나게 늘어나 당시 일반적인 교향곡 길이의 2배인 1시간이 넘어가는 등 온갖 새로운 시도를 하였습니다. 베토벤 필생의 역작이라는 평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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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 d단조, 2/4박자

합창 교향곡 1악장. 마시모 자네티 지휘,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저 어려운 이태리어의 뜻은 빠르지만 지나치지는 않게, 약간 장엄하게라는 뜻입니다.

조용한 서주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고조되는 이 도입부는 브루크너 등의 후배 작곡가들이 영감을 받아 써먹은 방식입니다. 형식은 소나타 형식입니다만 기존의 곡들에 비해 엄청나게 거대해졌습니다. 전반적으로 상당한 긴장감을 주는 치밀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악장: Molto vivace(매우 매우 빠르게), d단조, 3/4박자

합창 교향곡 2악장. 마시모 자네티 지휘,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A-B-A3부 형식. 기존 교향곡들과는 달리 스케르초가 느린 악장 앞으로 갔습니다. 이것 역시 베토벤이 처음 시도한 이후 후배 작곡가들이 이러한 방식을 많이 취하였습니다.

사족이지만 예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XP에 이 곡의 초반 1분 정도가 샘플용 음악으로 수록되었었죠. 아직까지 윈도 XP를 쓰시는 분들은 지금 한번 찾아보세요.

 

 

3악장: Adagio molto e cantabile(매우 느리며 노래하듯이), B flat장조

합창 교향곡 3악장. 마시모 자네티 지휘,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변형된 변주곡 형식으로 일반적인 교향곡들의 느린 악장들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길어졌으며 굉장히 정적이면서 심오한 곡입니다.

시종일관 긴장감이 흐르던 1악장, 정신없이 빠르고 격렬했던 2악장 이후에 나오는 느리고 서정적인 곡으로 거대한 4악장에 진입하기 전에 앞선 악장들의 심각했던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4악장: Presto, d단조. (사실 4악장은 속도와 조성, 박자가 매우 다채롭게 변화하는 곡이기 때문에 다 적으면 3줄을 넘게 써야 합니다. 굳이 그런 거 몰라도 이 곡의 감동을 느끼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시작할 때의 템포와 조성만 적겠습니다.)

합창 교향곡 4악장. 마시모 자네티 지휘,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소프라노 이정혜, 메조소프라노 아야 와키조노, 테너 김우경, 베이스 우경식

이 곡에서 가장 유명하면서 핵심이 되는 악장입니다. 길이도 가장 길어서 혼자서 무려 20분을 넘게 잡아먹습니다. 매우 요란하게 시작한 후 갑작스레 잠잠해 졌다가 그 유명한 환희의 송가멜로디가 아주 작은 소리로 시작해 점점 고조되며 6분정도 지나면 이전 40분 넘게 관현악단 뒤에서 가만히 서 있던 합창이 드디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 악장에 대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 곡의 위대함은 직접 들어보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희의 송가

독일어 한국어
O Freunde, nicht diese Töne! Sondern laßt uns angenehmere anstimmen und freudenvollere.

Freude, schöner Götterfunken, Tochter aus Elysium, Wir betreten feuertrunken, Himmlische, dein Heiligtum! Deine Zauber binden wieder Was die Mode streng geteilt*; Alle Menschen werden Brüder* Wo dein sanfter Flügel weilt.

Wem der große Wurf gelungen Eines Freundes Freund zu sein; Wer ein holdes Weib errungen Mische seinen Jubel ein! Ja, wer auch nur eine Seele Sein nennt auf dem Erdenrund! Und wer's nie gekonnt, der stehle Weinend sich aus diesem Bund!

Freude trinken alle Wesen An den Brüsten der Natur; Alle Guten, alle Bösen Folgen ihrer Rosenspur. Küsse gab sie uns und Reben, Einen Freund, geprüft im Tod; Wollust ward dem Wurm gegeben und der Cherub steht vor Gott.

Froh, wie seine Sonnen fliegen Durch des Himmels prächt'gen Plan Laufet, Brüder, eure Bahn, Freudig, wie ein Held zum siegen.

Seid umschlungen, Millionen! Diesen Kuß der ganzen Welt! Brüder, über'm Sternenzelt Muß ein lieber Vater wohnen. Ihr stürzt nieder, Millionen? Ahnest du den Schöpfer, Welt? Such' ihn über'm Sternenzelt! Über Sternen muß er wohnen.

Seid umschlungen, Millionen! Diesen Kuß der ganzen Welt! Brüder, überm Sternenzelt Muß ein lieber Vater wohnen. Seid umschlungen, Millionen! Diesen Kuß der ganzen Welt! Freude, schöner Götterfunken Tochter aus Elysium, Freude, schöner Götterfunken, Götterfunken.
오 친구들이여! 이런 곡조들이 아닌, 좀 더 즐겁고,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자.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천상낙원의 딸들이여, 우리는 정열에 취하고 빛이 가득한 신의 성전으로 들어간다ǃ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은 자들을 신비로운 그대의 힘으로 다시 결합시키는도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온화한 그대의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서.

위대한 하늘의 선물을 받은 자여, 진실된 우정을 얻은 자여, 여성의 따뜻한 사랑을 얻은 자여, 다 함께 모여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 그래, 이 땅에 단 한 명 뿐일지라도 마음을 공유할 혼을 가진 자라면 환호하라ǃ 그러나 그조차 할 수 없다면 눈물 흘리면서 조용히 떠나라!

모든 존재는 자연의 품 속에서 환희를 마신다. 모든 선인도 모든 악인도 자연이 선물한 장미의 오솔길을 걷는다. 자연은 입맞춤과 포도나무를 주고, 죽음조차 빼앗아 갈 수 없는 친구를 주었다. 하물며 벌레 같은 사람 조차 쾌락을 누리며 지혜의 천사 케루빔은 신 앞에 서있다.

태양이 수많은 별 위를 움직이듯이 광활한 하늘의 궤도를 즐겁게 날듯이 형제여 길을 달려라, 영웅이 승리의 길을 달리듯이.

모든 사람은 서로 포옹하라! 이것은 온 세상을 위한 입맞춤! 형제여 별의 저편에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으니. 억만 인들이여, 엎드리지 않겠는가? 창조주를 믿겠는가, 온 세상이여? 별들 뒤의 그를 찾으라! 별들이 지는 곳에 그는 있다.

모든 사람은 서로 포옹하라! 이것은 온 세상을 위한 입맞춤! 형제여 별의 저편에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으니. 모든 사람은 서로 포옹하라! 이것은 온 세상을 위한 입맞춤!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천상낙원의 딸들이여,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신의 광채여.

 

 

기타

이 곡의 자필악보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제되었습니다. 음악의 우열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곡만큼 서양음악사에 큰 영향을 끼친 곡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음악 CD의 수록 가능 시간이 74분으로 정해진 데는 이 합창 교향곡이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는 딱 60분으로 하려고 했는데 지휘자 카라얀이 74분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 곡의 연주시간은 지휘자마다 다른데 평균 60분 초반~ 70분 중반 정도이고 74분 정도면 대부분의 합창 교향곡 연주를 CD 한 장에 수록 가능하기 때문에 감상 중 CD를 교환하러 일어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9번 교향곡의 저주라는 가십거리로도 유명한 곡인데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한 이후 오랫동안 9번 교향곡을 작곡하지 못하거나 9번을 작곡한 후에는 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잘 찾아보면 10번 교향곡을 작곡한 작곡가도 여럿 찾을 수 있지만 이 저주는 그만큼 이 곡이 서양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다는 하나의 예시로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조)

 

이 곡은 연말 송년음악회에서 단골로 연주되는 곡입니다. 이 곡이 연말에 자주 연주되는 이유는 4악장 환희의 송가가 평화와 인류애를 주제로 한 곡이라서 다가오는 새해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추측됩니다.

다만 2020년의 송년음악회는 코로나 19 때문에 상당수가 취소되었고 2021년 올해도 갑작스러운 코로나 확진자 폭증으로 연말의 들뜬 분위기보다 찝찝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감상을 해야 했습니다.

내년에는 부디 예전처럼 코로나 걱정 없이 연말의 들뜬 기분으로 연주회 감상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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