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피아노와 오르간, 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 신디사이저 비교

교클 2022. 12. 2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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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교과서를 비롯한 음악 관련 책들에서는 악기들을 흔히 현악기-관악기-타악기-건반악기의 4가지로 분류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현악기-관악기-타악기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악기인데 반해 건반악기는 전 세계에서 오직 서양 음악에서만 볼 수 있는 악기입니다. 
이 건반이라는 물건은 혁명과도 같은 정말로 획기적인 물건으로 다른 악기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건반악기의 독보적인 장점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건반악기의 장점은 대표적으로
1)매우 넓은 음역대
2)연주의 편리함
3)화음 연주 가능
이 세가지가 있습니다.
건반악기의 장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이전 글에서 설명한 적이 있으므로 링크로 대체하겠습니다.

 

피아노는 어떻게 악기의 왕이 되었나?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어릴 때 부모님 손잡고 피아노 학원가서 한 번 씩은 배워보신 분 많으실 겁니다. 근데 세상에 악기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는 왜 하필 피아노를 배울까요? 오늘은 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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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기, 관악기, 타악기와 다르게 건반악기는 소리를 내는 원리로 분류한 것이 아니라 건반의 존재 유무로 분류를 하는 악기입니다. 악기마다 최소 수십 개는 붙어있는 건반은 그 독특한 형태과 상당한 덩치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물건입니다. 괜히 건반의 유무가 별도의 악기로 분류되는 기준이 된 것이 아니죠.
다만 건반의 존재 유무로 악기를 분류하다 보니 실제 소리를 내는 매커니즘은 완전히 다른 악기들이 같은 분류로 묶였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의 경우에는 건반악기라는 분류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비슷하게 생긴 건반악기들이 실제로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1.피아노

고급 피아노의 대명사 스타인웨이 사의 그랜드피아노


피아노는 ‘악기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악기로 건반악기의 마스코트이자 아마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악기일 것입니다.
피아노의 원래 이름은 ‘피아노포르테’입니다. 이탈리아어로 피아노는 ‘여리게’라는 뜻이고 포르테는 ‘세게’라는 뜻인데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악기가 건반을 누르는 세기에 따라 피아노와 포르테를 연주 가능한 악기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것이었고 이 점이 피아노가 악기의 왕이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됩니다.
피아노라는 악기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과 장점들에 대하여는 위에 있던 링크 글을 참조하면 좋을 것입니다.

다만 피아노가 단일 악기로 가장 다양한 악상 표현이 가능한 악기이긴 하지만 모든 악상 표현이 가능한 악기는 아닙니다.
가장 큰 단점은 음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피아노로 연주하는 음은 무조건 처음에 가장 큰 소리가 나고 이후로 서서히 음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셈여림 조절이나 비브라토 등의 기교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음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악기들과 비교하면 피아노도 결코 만능은 아니죠.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 3악장. 손열음 연주. 흔히 '터키 행진곡'으로 유명한 곡입니다. 근데 이 곡은 볼로도스라는 피아니스트가 매우 화려하게 편곡한 버전입니다.

 

 

 

 

2.하프시코드(챔발로)

2단 건반 하프시코드.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의 위치가 반대인 것이 눈에 띄는데 당대에는 이런 배치가 유행했습니다. 왜냐하면 흰 건반을 무지 비싼 재료인 상아로 제작했기 때문이죠.

 

피아노 발명 이전에 피아노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악기입니다.
언뜻 보았을 때 피아노와 잘 구별이 안 될 겁니다. 하지만 소리를 내는 방식은 건반을 해머로 때리는 게 아니라 건반에 연결된 기계장치가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음색도 피아노와는 전혀 다르며 기타나 류트와 같은 발현악기들과 더 비슷합니다.
이 악기는 피아노가 발명되기 이전인 바로크 시대까지는 많이 사용된 악기이지만 악기의 구조 상 음의 강약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큰 단점이었습니다. 거기에다 기본적으로 음량이 작다는 단점도 존재하였고요.
차선책으로 건반을 위아래 2단으로 달아놓은 뒤 아랫건반을 누르면 2개의 현이 동시에 울리도록 하여 2단계의 강약조절은 가능하도록 만드는 등의 시도를 하긴 했지만 그래봤자 한계가 있는데다 제작 난이도(+비용)도 높아졌습니다.
이런 단점 때문에 피아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고전파 시대 이후로 이 악기는 피아노에 밀려 사라졌습니다. 바흐와 헨델을 비롯한 바로크 작곡가들이 작곡한 하프시코드 곡 역시 그냥 피아노로 연주하였습니다. 
그러다 20세기 들어와서 하프시코드로 작곡된 바로크 곡을 고증에 맞게 연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다시 부활하였고 이후 하프시코드의 독특한 음색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지금까지도 근근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제 7번 HWV432 중 파사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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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오르간 

기원전 1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오래된 오르간

오르간은 바람을 불어넣어서 소리를 내는 건반악기로 최초의 등장은 무려 기원전 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악기입니다.
오르간이라는 이름이 붙은 악기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 파이프오르간이 가장 유명하고 옛날에 학교 등에서 많이 사용하였던 패달을 밟아 바람을 불어넣는 풍금(하모니움)이라는 악기 역시 오르간의 일종입니다.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기 때문에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보았을 때 관악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건감과 타건 방식 역시 피아노와는 좀 다르며(오르간 연주 영상을 보면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의 모습이 피아노와는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오르간 건반 누르는 방식으로 피아노를 치면 피아노 선생님한테 혼날 겁니다;;) 오르간 역시 하프시코드처럼 건반을 누르는 것으로는 강약 조절이 불가능합니다. 
해결책 역시 하프시코드처럼 건반을 더 놓는 것으로 해결하였는데 그 건반의 숫자는 하프시코드보다 훨씬 많습니다. 파이프오르간에는 무려 3~4단 건반이 달려있는데다 아래쪽에는 패달 건반까지 달려있습니다.
파이프오르간의 경우에는 각 건반 하나마다 배정되어있는 파이프가 있고 또 스톱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음색을 변화시키면 다른 파이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 오르간의 경우 수천 개의 크고 작은 파이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큰 것들은 몇 미터씩 하죠. 
그 뿐일까요? 수많은 파이프들에 바람을 불어넣기 위하여 별도의 지하실에 거대한 풀무 장치까지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파이프 오르간은 일반적인 악기와 다르게 건물을 지을 때 ‘설치’해야 하는 악기입니다.

파이프오르간은 가톨릭에서 공식 지정한 악기라는 특수성 덕분에 피아노가 등장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하였습니다. 파이프오르간은 그 거대한 덩치에 걸맞는 엄청난 효과를 보여주는데 성당이나 콘서트홀에 설치된 대형 파이프오르간의 엄청난 음향을 듣고 있으면 저절로 경외감이 들고는 합니다.

바흐의 푸가 g단조 BWV578. 톤 쿠프만 연주



4.클라비코드

클라비코드. 굉장히 아담합니다.


바로크 시대에 하프시코드와 공존하며 널리 사용되었던 건반악기입니다. 
이 악기의 음색은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사이 정도 되는 음색입니다. 
소리를 내는 방식도 건반을 치면 탄젠트라는 이름의 막대기가 현을 때려서 내는 방식으로 피아노와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하프시코드와 달리 강약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악기입니다. 
그런데도 왜 피아노와 달리 하프시코드를 밀어내고 못했는가?
왜냐면 이 악기는 음량이 하프시코드보다도 더 작아서 방에서나 연주 가능했고 콘서트 홀과 같은 큰 무대에서는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악기의 크기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피아노와 비교하면 차별성도 적으면서 단점만 크기 때문에 고전파 시대에 들어와서 피아노가 대중화되자 그대로 사라져버린 악기이며 하프시코드와 달리 20세기에 다시 부활하지도 못했습니다.

바흐의 협주곡 d단조 BWV 596. 원래는 오르간을 위한 곡인데 클라비코드로 연주하였습니다.



5.첼레스타

첼레스타의 내부 구조. 겉모습은 업라이트 피아노와 잘 구별이 가지 않습니다.

첼레스타는 19세기 말에 개발된 건반악기입니다.
첼레스타는 건반을 누르면 망치가 철판을 때려 소리를 내는 악기로 위에서 본 피아노, 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가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보았을 때 현악기라면 첼레스타는 타악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머로 철판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방식은 타악기 중 글로켄슈필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첼레스타가 조금 더 부드러운 소리를 냅니다.
이 악기를 사용한 곡들 중 가장 유명한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호두까기인형〉 중 〈설탕 요정의 춤〉입니다. 거의 첼레스타 하면 바로 따라붙는 간판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비록 독주악기로 사용되는 악기는 아니지만 〈설탕 요정의 춤〉 말고도 첼레스타의 독특한 음색을 이용하여 대편성 관현악곡들에서 색채감을 입히기 위한 용도로 많이 사용되었던 악기입니다.(ex: 말러의 〈대지의 노래〉, 홀스트의 〈행성〉 등...)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호두까기인형〉 중 〈설탕 요정의 춤〉. 곡에서 들리는 감미로운 종소리 같은 악기가 바로 첼레스타입니다.



6.신디사이저

Roland사의 XP-30 신디사이저

20세기 전자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새로 만들어진 악기로 생긴 모습만 보았을 때는 그냥 전자 피아노의 일종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보기에는 일반 디지털 피아노와는 지향점이 좀 다른 악기입니다.
디지털 피아노는 말 그대로 전기 신호로 소리를 내는 피아노이기 때문에 피아노처럼 건반에 해머를 달아놓아 실제 피아노와 유사한 타건감을 만들었고 스피커를 내장하여 피아노에서 직접 소리를 출력합니다.
디지털 피아노의 경우도 여러 악기들의 음색을 갖추어 놓은 경우가 많지만 사실 그냥 구색 맞추기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신디사이저는 연주 자체보다는 소리를 변형, 조합해서 새로운 소리를 만들고 최종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악기입니다. 건반이 달린 것은 피아노의 대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용도에 적합한 도구를 만들다 가장 효율적인 건반을 달아놓은 것 뿐이죠. 디지털 피아노에는 필수적으로 내장된 스피커가 있는 것과 달리 신디사이저에는 별도의 스피커를 연결해야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사용 용도가 실내에서 조용히 피아노 연습을 하고 싶다 혹은 이동하기 쉬운 피아노를 원한다 이런 목적이면 디지털 피아노를 사는 것이 맞습니다.
신디사이저 건반에도 피아노의 해머 건반을 달아놓은 제품이 있지만 필수는 아니며 스프링으로 만든 웨이티드 건반을 사용한 제품도 많습니다.
해머가 달린 제품이 물론 타건감은 좋기는 하지만 대신 무겁기 때문에 잦은 이동이 필요할 때나 피아노 대용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웨이티드 건반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신디사이저를 능숙하게 사용하려면 보통 피아노는 칠 줄 아는 게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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