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국민악파 음악

핀란드의 전원 교향곡-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

교클 2022. 12. 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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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an Julius Christian "Jean" Sibelius - Symphony No.2 in D Major Op.43 (핀란드어: sinfonia nro 2 D-duuri Op. 43)

 

장 시벨리우스(1865-1957)

 

시벨리우스의 7개의 교향곡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교향곡 제2번을 가리켜 누군가는 이 곡을 시벨리우스의 애국심을 나타낸 곡이라고 하며 누군가는 또 이 곡을 가리켜 베토벤 교향곡 6번에 빗대 핀란드의 〈전원 교향곡〉이라고도 합니다. 
저 역시 이 곡을 들으면 곡 전반에 깃들어 있는 서늘하면서도 은은히 느껴지는 따뜻함을 좋아합니다. 마치 눈 내리는 핀란드 숲 속 산장에서 난롯불을 곁에 두고 창 밖을 보는 듯하죠. 다만 개인적으로는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보다는 브람스의 교향곡 2번과 더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교향곡 번호도 같고 조성도 같습니다. 그리고 브람스 2번 역시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는 별칭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곡은 눈오는 핀란드가 아닌 따뜻한 이탈리아에서 작곡을 시작한 곡입니다. 그리고 곡에서 느껴지는 아늑함과 낙관적인 분위기와 달리 이 곡을 작곡하던 당시 시벨리우스의 개인적인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청력 문제가 그를 괴롭히고 있었고, 재정 상황도 좋지 않았던 데다 처제의 자살 같은 비극적인 사건도 이 곡을 작곡하던 시기에 일어났습니다.
시벨리우스의 애국심과 이 곡을 엮어서 해석하려는 의견 역시 이 곡의 초연 직후 시벨리우스가 딱히 민족감정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이 아니라는 반박 의견도 만만지 않게 존재했습니다. 
참고로 시벨리우스 본인은 이 곡을 두고 “나의 두 번째 교향곡은 영혼의 고백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 음악을 감상하는데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 이 곡에서 핀란드를 느끼든 이탈리아를 느끼든 애국심을 느끼든, 아니면 단지 순음악적으로만 감상하여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이 곡은 1901년 ~ 1902년에 작곡되었는데 후기낭만주의가 극에 달하여 거대한 편성과 복잡한 전개, 연주시간 1시간을 넘어가던 당시의 대작 교향곡들과 비교하면 제법 소박한 편성과 단순한 전개에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진 듣기 쉬운 곡입니다. (이 점이 시벨리우스가 20세기 작곡가들 중에서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이유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뻔한 곡은 아니며 형식적으로 그만의 독창적인 기법들도 제법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전 작품인 1번 교향곡에서 보이는 차이코프스키 같은 느낌이 많이 사라졌고 1악장 첫머리에 나오는 멜로디를 이용하여 곡 전체를 구축해 나가는 그의 개성 있는 작곡 스타일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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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숲. 이미지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Finnish_forest_in_October.jpg

 

곡의 분석
작곡 연도: 1901년 ~ 1902년
작곡 장소: 이탈리아 라팔로 → 핀란드
초연 연도: 1902년 3월 8일
초연 장소: 핀란드 헬싱키
초연자: 장 시벨리우스 지휘, Helsinki Philharmonic Society(현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시벨리우스-교향곡 제2번(전악장). 마리스 얀손스 지휘,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1악장: Allegretto. D장조, 6/4박자, 소나타 형식.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 1악장-존 바르비롤리 지휘, 할레 오케스트라 연주(이하 동일)

‘미-파-솔’의 2도 진행으로 이루어진 현악기의 서주로 곡을 시작합니다. 이 2도 진행 멜로디는 곡 전체에 걸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2번 교향곡의 핵심 멜로디입니다. 이 서주를 이어받아 클라리넷과 오보에가 1주제를 연주합니다. 이 1주제는 스타카토를 이용하여 마치 함박눈이 쌓이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이후로는 환상곡에 가까운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으로 전개합니다.

2악장: Tempo Andante, ma rubato. D단조, 4/4박자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 2악장

이 곡에서 유일하게 어둡고 무거운 악장입니다. 전원 교향곡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해가 진 밤의 숲속과 같다고 할 수 있죠. 시벨리우스 본인은 이 악장을 이탈리아 라팔로에서 읽은 푸쉬킨의 ‘석상 손님’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석상 손님은 죽음을 뜻합니다.

3악장: Vivacissimo, B♭장조, 6/8박자, 스케르초풍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 3악장-4악장. 4악장은 5:41초부터 시작합니다.

현악기가 마치 ‘왕벌의 비행’을 연상시키는 빠른 패시지를 연주합니다.(A) 중간 트리오 부분(B)에서는 현악기는 잦아들고 오보에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마지막에는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후 곡의 중단 없이 바로 4악장으로 넘어갑니다. 이 부분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3악장-4악장 연결부와 똑같은 방식입니다.

4악장: Allegro moderato, D장조, 3/2박자,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
3악장의 고조된 분위기를 바로 이어받아 현악기가 ‘도-레-미-시-도-레-도’로 이루어진 1주제를 연주합니다. 이 멜로디는 시벨리우스 곡들 중에서도 유명한 멜로디로 매우 단순하지만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이후 나오는 2주제는 1주제와 달리 어둡고 무거운 멜로디인데 이 멜로디는 자살한 처제의 대한 감정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곡 후반부에 들어가면서 이 2주제가 반복되며 점점 고조되다 어느 순간 그대로 장조로 전환되어 엔딩 부분에 돌입합니다.
마지막 마디에서는 아멘종지를 이용하여 감동적이면서 경건한 분위기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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