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낭만파 음악

즉흥곡이지만 즉흥곡이 아닌-슈베르트〈즉흥곡〉

교클 2023. 8. 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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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Peter Schubert-Impromptu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

슈베르트의 피아노를 위한 4개의 즉흥곡은 이름과 다르게 진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곡은 아닙니다.
마치 즉흥곡처럼 즉흥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진 곡이라고 해서 1827년 이 곡을 처음 출판할 당시 출판업자가 이름 붙인 명칭입니다. 
즉흥으로 작곡되었으면 일정한 형식이 없어야 하지만 당연히 이 곡에는 각 악장들에는 론도, 변주곡, 세도막 등의 형식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슈베르트의 장점인 멜로디 만드는 능력이 잘 발휘되어 즉흥곡이라는 이름처럼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특징입니다.

슈베르트의 즉흥곡은 4악장으로 이루어진 2개의 곡이 있는데 첫 번째 곡이 Op.90 D.899번이고 두 번째 곡이 Op.142 D.935입니다. 
인지도는 Op.90이 조금 더 높은 편인데 슈베르트 생전에는 Op.90의 1, 2번곡만 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Op.142는 슈베르트 생전에 출판되지 않았으며 작곡가가 죽은 지 10년이 지난 1839년에 출판되었으며 Op.90의 3,4번 곡은 무려 사후 28년이 지난 1857년에 출판되었습니다.

 


곡의 분석


1)Op.90 / D.899
Op.90의 1,2번 곡은 슈베르트 생전에 출판된 단 두 개의 즉흥곡입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3번곡과 4번곡은 출판에서 제외시켰고 이 두 곡은 무려 1,2번 곡이 출판된 지 30년이 지난 1857년에야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슈베르트-즉흥곡 Op.90/D.899, 크리스티안 짐머만 연주

1악장: 4/4박자, Allegro molto moderato, c minor

슈베르트-즉흥곡 Op.90 1번곡. 백건우 연주

소나타 양식이 혼재된 변주곡입니다. 
옥타브가 다른 4개의 '솔' 음을 길게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후 오른손 단선율로 주제를 연주하며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이 주제는 이후로 자유롭게 변주되며 아름답게 곡을 만들어 갑니다. 마지막에는 C장조로 전조되어 길게 이어졌던 긴장이 해소되며 곡을 마무리합니다.

 


2악장: 3/4박자, Allegro, E flat Major

슈베르트-즉흥곡 Op.90 2번곡.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 연주

오른손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무궁동 스타일의 A-B-A의 복합 3부 형식 곡입니다.
A형식은 물 흘러가듯이 유려하게 움직이는 오른손 선율이 특징이며 B형식은 b단조로 과감한 전조를 하며 분위기를 확 전환시킵니다. 이 부분은 춤곡 리듬이 특징입니다.
다시 A형식으로 돌아온 후 마지막에는 B를 변주한 코다로 마무리하는데 장조로 시작한 곡이 단조로 끝나버립니다. 이렇게 장조→단조로 마무리하는 방식은 모든 클래식 작품을 찾아보아도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마무리인데 어찌보면 즉흥곡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3악장: 4/2박자, Andante, G flat Major

슈베르트-즉흥곡 Op.90 3번곡.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 연주

플렛이 6개나 붙은 곡이다 보니(거의 모든 음들을 검은 건반으로 연주하여야 합니다.) 처음 출판할 당시에는 난이도를 낮추기 위하여 F장조(플렛 하나)로 바꾸어 출판하였던 곡입니다. 하지만 이 곡 특유의 아지랑이같은 몽롱함을 날려버린 만행이었죠. 
왼손의 펼침화음을 반주로하여 오른손이 아름답게 멜로디를 연주하는 세도막 형식의 무언가(無言哥)입니다.

 


4악장: 3/4박자, Allegretto, A flat Major

슈베르트-즉흥곡 Op.90 4번곡. 임동혁 연주

단조로 들리는 멜로디로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조로 바뀝니다.
전반적으로는 단조의 우울한 멜로디로 진행하지만 마지막에는 A flat 장조로 마무리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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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Op.142 / D.935
Op.142의 4곡은 1839년에 출판되었으며 이때 출판업자 디아벨리가 프란츠 리스트에게 헌정하였습니다. 
슈만은 이 4곡 중에 1,2,4악장이 피아노 소나타와 같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슈베르트가 진짜로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작곡하였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f단조-Ab장조-f단조로 세 곡이 나란한조이며 빠름-느림-빠름의 3악장 소나타의 구조와도 일치하는 것을 보면 이 세 곡이 긴밀한 연관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이 Op.142의 4곡을 Op.90번의 4곡에 이어 No.5~8로 번호를 붙였습니다.

슈베르트-즉흥곡 Op.142/D.935. 알프레드 브렌델 연주

1악장: 4/4박자, Allegro Moderato, f minor

슈베르트-즉흥곡 Op.142 1번곡, 그리고리 소콜로프 연주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론도 형식으로 보기도 합니다)의 곡입니다. 형식도 그렇고 곡의 길이로 봐도 그렇고 일반적인 피아노 소나타의 1악장을 연상시키는 곡입니다. 

 


2악장: 3/4박자, Allegretto, A flat Major

슈베르트-즉흥곡 Op.142 1번곡, 다니엘 바렌보임 연주. 프랑스의 시라크 前 대통령 장례식에서의 추모연주 입니다.

세도막 형식의 미뉴에트 스타일의 곡입니다. 
빠르기말은 Allegretto(조금 빠르게)라고 적혀있지만 실제로 A형식은 차분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구성된 부분입니다. B형식(트리오)부분은 분위기를 반전하여 오른손의 셋잇단음표로 끊임없이 노래하며 지속적인 전조로 긴박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이후 다시 A형식으로 돌아오며 마무리합니다. 

 


3악장: 4/4박자, Andante, B flat Major

슈베르트-즉흥곡 Op.142 3번곡, 발렌티나 리시차 연주

슈베르트가 이전에 작곡한 오페라〈로자문데(D.797)〉의 멜로디를 이용하여 작곡한 변주곡입니다.슈베르트는 자신이 이전에 작곡한 작품에서 멜로디를 가져와 변주곡을 만든 경우가 많았는데 그 유명한 피아노 5중주〈송어〉, 현악 4중주〈죽음과 소녀〉도 이런 식으로 작곡하였습니다
주제와 총 5개의 변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1변주는 부점이 두드러지고, 2변주는 장식음, 3변주에서 단조로 분위기를 확 전환시켰다가 4변주에서 다시 돌아옵니다. 5변주에서는 오른손의 화려한 움직임이 인상적인데 마지막 코다에서는 주제를 느리고 차분하게 한번 반복해주며 마무리합니다. 

 


4악장: 3/8박자, Allegro scherzando, f minor
자유로운 3부 형식의 곡입니다. 고음부의 리드미컬한 진행이 두드러지는 곡입니다.

슈베르트-즉흥곡 Op.142 4번곡, 조주연 연주

기타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슈베르트의 즉흥곡, 특히 Op.90의 2번곡은 대체적으로 슈베르트의 입문곡인 경우가 많습니다. 적당한 길이, 적당히 높은 난이도, 손가락 연습을 하기 좋은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인 듯싶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매력적인 멜로디로 피아노에 대한 재미를 붙이기 좋은 곡이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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