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낭만파 음악

클래식 캐롤 - 차이코프스키〈호두까기인형〉

교클 2022. 12. 1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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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otr Ilyich Tchaikovsky - The Nutcraker(Щелкунчик) Op.71

 

국립발레단의 2022년 〈호두까기인형〉 공연 포스터


〈호두까기인형〉은 독일의 작가 E.T.A 호프만의 동화를 프랑스의 알렉상드르 뒤마가 각색한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발레 및 발레 음악입니다. 안무는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가 담당하였고 음악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가 담당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특히 연말에 부모와 아이들이 같이 보는 작품으로 유명한 발레단이라면 연말에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처럼 이곳저곳에서 콘서트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이 발레의 배경이 크리스마스인데다 동화 같은 스토리에 음악도 아기자기하면서 듣기 편한 곡들이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담당한 차이코프스키는 이 발레음악들 중 8곡을 추려서 별도로 발표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작품번호 71a인 〈호두까기인형〉 모음곡입니다. 발레와는 별도로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이 모음곡도 연주회에서 자주 연주되는 인기곡이죠. 

그의 3대 발레곡인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인형〉 중 가장 마지막으로 작곡한 곡으로 작곡가가 사망하기 1년 전에 발표하였습니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차이코프스키는 폰 매크 부인과의 결별로 인해 상당한 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중이었지만 음악에서는 내면의 괴로움 같은 것을 전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차이코스프키가 발레보다 앞서 발표했던 모음곡의 초연은 크게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1892년 12월 18일 마린스키 극장에서 이루어진 발레 공연은 준비 부족으로 인해 대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이 발레는 차이코프스키 생전에 다시는 공연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묻혀버린 발레가 지금처럼 세계적인 인기작이 된 것은 1954년 미국 뉴욕시티 발레단의 공연 이후입니다. 크리스마스에 많이 공연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때부터죠.
러시아에서 나온 작품이 냉전시기 적국이었던 미국에 의해 인기작품이 된 것을 보면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이 실감됩니다.


1.줄거리(마린스키-바이노넨 판본 기준)


〔제1막〕클라라의 집. 크리스마스 밤이다. 손님인 드로셀마이어 씨가 이 집의 소녀 클라라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한다. 
밤이 되자 손님들은 모두 돌아가고 클라라는 호두까기 인형을 품에 안고 잠이 든다.
그런데 한밤중에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클라라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장난감 병정이 호두까기 인형의 지휘로 한 무리의 생쥐들과 전쟁을 하는 참이다. 클라라가 인형을 도와 생쥐를 물리치자 호두까기인형은 왕자가 되며, 클라라도 설탕 요정으로 변한다. 왕자는 자신을 도와준 보답으로 그녀를 과자의 나라로 안내한다.

〔제2막〕 과자의 나라로 가는 도중. 눈의 정령들이 성대하게 송별한다. 이윽고 도착한 과자의 나라. 두 사람은 과자의 나라의 초대연에 참석한다, 초대연에서는 과자 요정들이 여러 나라의 민속춤을 선보이며 마지막으로 설탕요정으로 변한 클라라와 왕자가 ‘그랑 파드되(무용수 두 명이 추는 듀엣 춤)’를 춘다. 
다음 날 크리스마스 아침, 잠에서 깬 클라라는 호두까기 인형을 끌어안으며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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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음악
발레의 경우 2막 16곡(세부적으로 보았을 때 23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음곡의 경우 8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음곡의 경우 음악 자체는 발레와 같지만 순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2막 끝부분에 나오는 설탕 요정의 춤의 경우 모음곡의 경우에는 3번째에 위치합니다. 여러 나라의 춤곡들 역시 위치가 조금 달라졌죠.

호두까기인형 공연 실황 영상 - 뉴욕시티 발레단 공연

 

2-1.발레 순서 (진한 글시체는 연주회용 모음곡에 수록된 곡들입니다.)

      1막      
    작은 서곡
1 1 크리스마스 트리
2 행진곡
3 아이들의 갤럽과 부모님의 입장
4 드로셀마이어의 도착
5 할아버지의 왈츠
6 클라라와 호두까기인형
7 전투
2 8 소나무 숲
9 눈송이 왈츠
      2막     
3 10 과자 나라의 마법의 성
11 클라라와 호두까기왕자
여러 나라의 춤(디베르티스망)



12


a. 초콜릿, 스페인 춤
b. 커피, 아라비아 춤
c. , 중국 춤
d. 트레팍, 러시아 춤
e. 갈대 피리의 춤
f. 지고뉘 아주머니와 삐에로
13 꽃의 왈츠
파 드 되
 
14
a. 서주: 설탕 요정과 그녀의 기사
b. 변주 I: 타란텔라
c. 변주 II: 설탕 요정의 춤
d. 코다
15 마지막 왈츠



2-2.연주회용 모음곡 분석

 

1)작은 서곡(Miniature Overture)

헤르베르트폰 카라얀 지휘-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이하동일)

서곡은 서곡인데 길이가 3분정도 되는 짧은 서곡이라 ‘작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일반적인 서곡의 경우 대략 10분 내외의 길이는 됩니다.

 


2)행진곡(March)

아이들의 행진곡입니다. 이름은 행진곡이지만 위풍당당하기보다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곡이죠.

 


3)설탕 요정의 춤(사탕 요정의 춤, Dance of the Sugar-Plum Fairy)

발레에서는 2막 끝자락에 있는 파드되에서 나오는 곡인데 모음곡에서는 앞부분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이 음악은 첼레스타라는 악기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 첼레스타는 건반으로 금속 판을 때려 연주하는 악기로 글로켄슈필(학교 음악시간에 배웠던 악기 실로폰의 실제 이름입니다)과 비슷한 음색을 가진 악기입니다. 설탕 요정이라는 이름에 정말 잘 어울리는 감미로운 음색으로 유명한 곡입니다.

 


4) 러시아 춤(트레팍) Russian Dance (Trepak)

트레팍은 러시아 농민들의 전통 춤으로 매우 쾌활한 음악입니다.
제목과 전혀 매치가 안 되는 밑의 두 곡들과는 달리 제목에 걸맞게 러시아 음악의 영향이 상당한 곡으로 이 곡을 들으면 차이코프스키도 역시 러시아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5)아라비아 춤(커피 요정) Arabian Dance (coffee)

제목은 아라비아 춤이지만 사실 아랍 음악의 느낌은 크게 나지는 않습니다.  인식하고 들으면 조금 이국적이다고 느껴질 정도죠. 실제로 이 곡은 아랍 지방의 민속 음악과는 전혀 관계없는 곡입니다.

참고로 최초로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유럽에 전파한 곳이 중동 지방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커피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곳이 아라비아였습니다. 

 


6)중국 춤(차 요정) Chinese Dance (tea)

아라비아 춤과 같이 중국 음악의 요소는 전혀 없고 단지 차이코프스키가 상상한 중국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든 춤곡일 뿐입니다. 플루트의 오르락 내리락 하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인데 서커스를 하는 중국인을 상상하면 그래도 좀 중국이라는 이미지가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7)갈대 피리의 춤 (Dance of the Reed Flutes(Mirlitons))

갈대로 만든 장난감 피리의 춤입니다. 이름처럼 플루트가 주 멜로디를 연주하는 곡으로 가볍고 경쾌한 음악입니다.

 


8)꽃의 왈츠 (Waltz of the Flowers)

목관악기와 하프의 서정적인 도입부로 시작하여 열정적인 왈츠로 마무리하는 곡으로 발레에서는 마지막 곡이 아니지만 모음곡에서는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엔딩에 굉장히 어울리는 멋진 음악으로 차이코프스키의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잘 발휘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기타


이 발레는 수많은 버전들이 존재합니다. 버전들에 따라 안무는 물론 스토리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도 자주 채택되는 그리고로비치-볼쇼이 버전의 경우 주인공 이름부터가 클라라가 아닌 마리인데 이는 호프만 & 뒤마의 원작 소설에서의 설정을 가지고 온 것입니다.
그밖에도 예전에 한국에서 했던 공연들 중에는 원작에 들어있을 리가 없는 한국 춤이 들어있던 경우도 존재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버전은 1934년에 나온 바실리 바이노넨의 마린스키 극장 버전입니다. 많은 공연들이 바이노넨 판을 기본으로 조금씩 변형한 버전들이죠.
그리고 1966년에 나온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볼쇼이 극장 버전 역시 많이 공연되는 버전입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유니버셜 발레단의 경우에는 마린스키 버전을 채택하여 공연하지만 국립발레단의 경우에는 볼쇼이 버전을 채택하여 공연합니다. 2022년 올해 역시 마찬가지고요. 두 버전은 생각보다 다른 점이 상당히 많은 만큼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마린스키 버전과 볼쇼이 버전의 차이점을 설명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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