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낭만파 음악

실패와 좌절을 극복한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교클 2023. 11. 8. 16:07
반응형

Sergei Vasilyevich Rachmaninoff - Piano Concerto No.2 Op.18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라흐마니노프 최고의 인기작 중 하나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곡은 1900년대 초반에 작곡하여 출판한 곡으로 유명 피아노 협주곡들 중에선 비교적 최근에 작곡된 음악이지만 아름다운 멜로디와 당대의 음악에 비해 덜 난해한 구성으로 초연 때부터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곡이죠.

 

1900년대 초반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

 

이 곡은 작곡가 본인에게도 의미가 깊은 곡입니다.

이 곡의 작곡 배경을 설명하려면 이 곡을 작곡하기 몇 년 전부터 보아야 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1897년 교향곡 1번의 대실패로 인하여 작곡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이 우울증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그는 무려 3년 가까이 작곡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수소문 끝에 19001월부터 라흐마니노프는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 박사를 찾아갔고 그는 자기암시 기법을 이용한 최면치료로 라흐마니노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한 작곡가는 새로운 피아노 협주곡의 작곡에 박차를 가하였습니다.

 

우선 1900년에 2, 3악장부터 먼저 완성을 하였고 뒤이어 1901년에 남은 1악장을 완성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리하여 190111월에 이루어진 이 곡의 초연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라흐마니노프는 이전의 실패로 인한 좌절감을 완전히 떨쳐내고 이후로도 수많은 명곡들을 작곡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곡의 헌정은 당연히 은인 니콜라이 달 박사에게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들 역시 그 덕분에 이런 명곡을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달 박사가 음악사에 큰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응형

 


 

곡의 분석

작곡 기간: 19006~ 19014

작곡 장소: 모스크바(Moscow)

헌정: 니콜라이 달(Nikolai Dahl) 박사

초연 연도: 2-3악장: 1900122, 전곡: 19011027

초연 장소: 모스크바(Moscow)

초연자: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알렉산더 질로티(Alexander Siloti) 지휘,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관현악 구성: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 2, 트롬본 3(테너2, 베이스1), 튜바 1, 팀파니, 베이스 드럼, 심벌즈, 5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전곡 실황연주. 선우예권 피아노, 윌슨 응 지휘, KBS 교향악단 연주

 

 

1악장. Moderato, C단조 2/2박자, 소나타 형식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크리스티안 짐머만 피아노, 세이지 오자와 지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이하 동일)

 

묵직한 피아노 독주로 출발합니다. 낮고 어두운 화음과 그것보다 더 낮은 베이스 음이 교대로 울려 퍼지는 이 전개는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상징하는 요소인 종소리를 나타냅니다. 종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분위기가 고조되다 현악이 제1주제를 연주하며 본격적인 곡의 시작에 들어갑니다.

이 음울하고 강렬한 흐름이 일단락되면 피아노가 중심이 된 제2주제가 등장합니다. Eb장조 선율은 음계를 보다 빠르게 오르내리며, 현악 파트의 선율과 어우러져 작품에 서정적 이미지를 더해줍니다.

이어서 장엄한 금관의 화음 연주와 함께 발전부로 진입하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는 한층 유동적이고 변화무쌍한 흐름을 타고 격렬한 드라마를 구축합니다.

재현부 이후의 흐름은 더욱 흥미로운데, 1주제는 피아노가 반주 역할을 하면서 행진곡 풍으로 재등장하고, 2주제는 길게 늘어져 호른의 나직한 소리로 노래합니다.

카덴차는 생략되어 있으며, 종결부는 이완된 분위기에서 출발하여 모호한 분위기로 흐르다가 서서히 속도를 내어(poco a poco acceler) 관현악과 피아노가 함께 c단조 으뜸화음으로 강렬하게 막을 내립니다.

작곡가가 많은 영향을 받았던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1악장처럼 곡이 완전히 끝난 것 같은 강렬한 마무리 덕분에 공연장에서는 종종 박수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2악장. Adagio sostenuto Più animato Tempo I , E장조 4/4박자, 3부 형식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A-B-A3부 형식으로 된 곡입니다.

시작 부분에서 1악장의 조성과 같은 c단조로 된 오케스트라에 의한 짧은 경과구가 나타난 이후 본 악장의 조성인 E장조로 이행하며 플루트 및 클라리넷 솔로를 이용하여 A 주제를 제시한합니다. 이 부분은 서정적이면서 살짝 우울한 느낌이 드는 멜랑콜리한 부분입니다.

B 주제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민첩하게 진행되며 점점 고조되다가 어느 순간 관현악단이 등장하며 폭발합니다, 곧이어 피아노를 위한 카덴차로 이어집니다.

짧은 카덴차가 마무리되면 A 주제를 반복하며 마무리합니다.

 

 

3악장. Allegro scherzando, C장조 2/2박자, 소나타 형식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3악장

 

먼저 춤곡 풍 리듬을 바탕으로 한 오케스트라의 전주로 시작하는데 2악장처럼 앞선 악장의 E장조에서 본 악장의 c단조로 움직입니다.

계속해서 피아노가 현란한 연결구를 연주한 다음 격앙된 제1 주제가 제시됩니다. 긴박하면서 약간은 혼란스러운 1 주제 제시가 마무리되면 제2주제를 오보에와 비올라를 이용하여 제시하는데 이 2주제는 제1악장의 2주제에서 모티브를 따왔으며 3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감동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멜로디입니다.

이후 발전부와 재현부를 긴박하고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 후에, 마지막 절정부에서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혼연일체가 되어 격앙된 합주로 제2주제를 웅장하고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이 부분은 30분이 넘는 기나긴 협주곡의 클라이맥스로 이 부분을 기점으로 음악은 환한 C장조로 완전히 전환되고, 그 기세를 그대로 몰고 나가 C장조 으뜸화음으로 이루어진 행진곡풍 리듬으로 막을 내립니다.


 

기타

1. 보통 피아노 전공자들이나 클래식 마니아들은 이 곡을 라흐 2이라고 줄여서 이야기합니다.

2. 이 곡은 피아노 협주곡 최고의 인기작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여러 미디어에서 등장하였습니다.

일본의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 한국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외국 영화 밀회 등에서 사용되었습니다.

3.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도 이 곡의 1악장이 연주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러시아의 문화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라는 증거이기도 하죠. 이 공연의 피아니스트는 현재 러시아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데니스 마추예프입니다.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폐막식.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은 1:43:16초부터 나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