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ann Pachelbe - Canon and Gigue for 3 violins and basso continuo P.31
카논 양식
캐논(카논)이란 원래 곡 이름이 아니라 음악의 한 형식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카논은 음악시간에 배웠던 돌림노래와 같은 것으로 여러 악기들이 같은 멜로디를 순차적으로 연주하는 방식,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작곡된 곡입니다.
이 양식이 처음 등장하고 가장 유행했던 시기는 바로크 시대이긴 하지만 그 이후에도 꾸준하게 작곡되던 양식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카논은 위에서 본 돌림노래 방식의 카논(병행카논)이지만 복잡하게 작곡을 하려면 이중카논, 역행카논(주 멜로디를 거꾸로 연주), 자리바꿈 카논(멜로디 상·하행 진행방향을 반대로), 음표의 길이를 배수로 늘이거나 줄이는 카논, 이들을 모두 섞어놓은 방식의 카논 등 온갖 방법으로 복잡한 곡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파헬벨 – 세 대의 바이올린과 통주저음을 위한 캐논과 지그 D장조
파헬벨의 〈캐논〉을 안 들어본 사람은 이 세상에 거의 없을 겁니다.
이 곡은 〈운명〉 교향곡, 〈사계〉 등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음악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클래식 원곡은 물론이고 크로스오버, 대중음악, 국악 등에서의 수많은 편곡과 인용 등으로 인해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도 즐겨 듣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파헬벨의 캐논은 오랫동안 잊혀진 작품으로 남아있었습니다.
동시대 대부분의 바로크 작곡가들과 마찬가지로 파헬벨 역시 사후부터 20세기 이전까지는 도서관 고문헌에서나 볼 수 있는 작곡가였습니다. 당연히 그의 곡이 19세기에 연주되는 일도 별로 없었습니다. 심지어 파헬벨이 생전에 작곡하였던 악보들까지 상당수가 유실될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잊혀진 곡으로 남아있던 이 작품이 다시 세상에 드러난 건 1919년 음악학자 구스타프 배크만이 이 곡을 출판하면서부터며, 음반이 출시된 건 1940년 지휘자 아서 피들러에 의해서입니다.
그리고 1968년 장 프랑수아 파야르 지휘의 음반이 출시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대중들이 주목하기 시작하였으며 1980년 영화 《보통 사람들》에 이 곡이 사용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1982년에는 미국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인 조지 윈스턴이 4번째 음반 December에〈캐논 변주곡〉을 수록하여 발표하는데 이후로 이 곡은 클래식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찾아 듣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음악이 되었고 이후로는 국악, 대중음악, 록음악 등 수많은 타 장르의 뮤지션들도 리메이크하는 곡이 됩니다.
음악 분석
조성: D장조
박자: 4/4박자
이 곡은 다성음악이라서 복잡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음악적으로 크게 복잡한 음악은 아닙니다.
바이올린 3대와 통주저음용 악기 한 대, 총 4대의 악기로 연주하는 실내악곡으로 저음악기가 4분음표 8개로 이루어진 2마디의 반주를 끝없이 반복하는 동안 3대의 바이올린이 두 마디 간격으로 완전히 똑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짧고 간단한 3성 병행카논 형식입니다.
하지만 구조가 간단하다고 해도 그 감동이 작은 곡은 절대 아니며 각 악기들이 돌아가며 연주하는 멜로디를 집중해서 들으면 4대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조화에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곡 제목에 있는 지그는 바로크 시대에 주로 작곡하였던 춤곡의 이름으로 원래 명칭이 카논과 지그인 만큼 유명한 카논이 끝난 후 뒤이어 지그가 따라오지만 실제로 지그가 연주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여러가지 편곡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곡은 정말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은 음악가들이 편곡하였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이름을 〈캐논 변주곡〉으로 표기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조지 윈스턴의 〈캐논 변주곡〉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사실 파헬벨의 원곡은 변주곡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파헬벨의 곡을 〈캐논 변주곡〉이라고 부르면 안됩니다.
물론 원곡이 아닌 조지 윈스턴의 곡 같은 경우 정식 명칭은 〈요한 파헬벨의 카논 주제에 의한 변주곡(Variations on the Kanon by Johann Pachelbel)〉으로 실제로 이 곡은 파헬벨의 카논 멜로디를 가지고 만든 변주곡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습니다. 여러 음악가들의 수많은 편곡 버전들도 조지 윈스턴의 작품처럼 원곡의 멜로디를 인용한 변주곡 형식의 곡들이기 때문에 〈캐논 변주곡〉이란 제목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음악 분석 > 바로크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 대하여... (0) | 2024.07.28 |
---|---|
전설의 접대음악 – 헨델의 〈수상 음악〉 (2) | 2024.01.06 |
서양음악의 구약성서 -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0) | 2023.03.13 |
악마의 바이올린곡 - 타르티니의<악마의 트릴> (4) | 2022.09.26 |
비발디는 사계만 작곡한 게 아니다 - 합주 협주곡〈조화의 영감〉 (0) | 2022.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