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바로크 음악

악마의 바이올린곡 - 타르티니의<악마의 트릴>

교클 2022. 9. 2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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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useppe Tartin - Violin Sonata in g minor B.g5 〈Il trillo del diavolo


“1713년 그는 어느 날 밤 악마와 계약을 하는 꿈을 꾸었다. 
악마는 모든 조건을 들어주기로 약속했고,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소원은 모두 실현되었고, 새로운 시종은 그의 욕망을 모두 충족시켜 주었다. 그는 악마가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지 알고 싶어 악마에게 자신의 바이올린을 건네주었다. 
악마가 솔로 바이올린을 월등한 기량으로 정확하게 연주하며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평생토록 꿈꾸어 왔거나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그러한 음악이었다. 순간 그는 몹시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기쁜 나머지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그는 충격에서 벗어나 즉시 바이올린을 들고 방금 전 자신이 들은 것을 악보로 옮겨 보았다. 그러나 결국엔 헛된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인 〈악마의 트릴〉을 작곡할 수 있었지만 꿈에서 들었던 악마의 감동적인 음악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 그는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자신의 악기를 깨부수고 영원히 음악을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Louis-L&eacute;opold Boilly가 그린 '타르티니의 꿈'

 

이 이야기는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인 타르티니(1692-1770)의 대표작인 바이올린 소나타  〈악마의 트릴〉에 얽혀있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신기에 가까운 곡을 썼다.”
상당히 매력적이고 흥미를 끄는 이야기이긴 한데 이 이야기가 진짜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악마와의 계약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후대의 바이올리니스트인 파가니니를 포함해 여러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당시의 마케팅 수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뻔한 이야기가 아직까지도 이어져 내려올 수 있던 이유는 악마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무시무시한 난이도와 매혹적인 멜로디의 조화로 만들어진 이 곡의 뛰어난 음악성 덕분일 것입니다. 
(덧붙이면, 이 곡은 타르티니의 사후 30년이 지난 1798년 혹은 1799년에 출판이 되었습니다. 악마와의 계약 같은 이야기는 타르티니 본인이 지은 이야기는 아닐 가능성이 높죠. 아마도 타르티니가 악보 중간에 ‘악마의 트릴’이라고 써놓은 것을 가지고 출판사에서 살을 덧붙인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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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분석
트릴이라는 단어는 악상 기호중의 하나로 기준음과 그 음의 2도 위의 음(ex 도-레 or 레-미)을 빠르게 번갈아가면서 연주하는 꾸밈음을 뜻합니다.

이 곡은 3악장(사람에 따라서는 4악장으로도 인식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주시간은 대략 10분 초~중반 정도입니다.
곡에 엄청난 숫자의 트릴이 들어있기 때문에 지금 기준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곡이고 이 곡이 처음 나왔던 당시에는 이름처럼 정말 악마적인 난이도의 난곡이었습니다. 

 

타르티니-'악마의 트릴', Fumiaki Miura 연주


1악장: g단조, Largetto(라르게토, 라르고보다 조금 빠르게), 12/8박자 (0:10~2:49)

서정적인 악장입니다. 언뜻 듣기에는 그리 난이도가 높지 않아 보이는 악장입니다만 바로크 당시에는 즉흥적으로 많은 꾸밈음들을 넣어서 화려하게 연주를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전연주들은 그렇게 연주하는 경우가 많죠.

2악장: g단조, Allegro Energico(알레그로 에네르지코, 빠르고 생기있게), 2/4박자 (2:50~6:11)
곡의 제목에 어울리게 어마어마한 숫자의 트릴로 도배가 된 악장입니다. 곡의 대부분이 16분 음표로 이루어진 무궁동 형식인데 한 마디에 한두개씩은 트릴이 꼭 들어가 있습니다. 다 합치면 수백개는 될 것입니다. 따라서 악보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연주를 하면 엄청나게 힘이 드는 곡이죠.

3악장: g단조, Grave(그라베, 장중하게) → Allegro assai(알레그로 아사이, 매우 빠르게), 4/4 → 2/4박자 (6:12~7:08, 7:09~14:04)
맨 처음에는 느리고 장중한 서주가 나오는데 이를 독립된 악장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독립된 악장이라기에는 너무 짧고 간략하지만 독립된 악장이라고 치면 느림-빠름-느림-빠름의 전형적인 4악장 바로크 소나타 형식이 됩니다.
4악장에 들어오면 분위기가 급변하여 긴박하게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중간에 <악마의 트릴>이라는 제목의 유래가 된(실제로 악보에 trillo del diavolo al pie del letto라는 문장이 적혀있습니다. 영상 7:42 부터) 기다란 트릴이 나오는데 악마의 트릴이라는 이름답게 매혹적이면서 악마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어려운 부분입니다. 두 개의 현을 동시에 연주하는데 한 현은 멜로디를 연주하고 다른 현은 트릴을 해야하기 때문에 손 꼬이기 딱 좋은 부분이죠.
곡이 끝날 때 즈음해서는 카덴차가 나옵니다. 이 곡의 카덴차는 여러 작곡가들이 작곡을 하였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연주자들이 20세기 초의 바이올리니스트 프리츠 크라이슬러가 작곡한 것을 사용하는데 이 카덴차 역시 바이올린 한 대로 연주가 가능한가 싶을 만큼 음이 빼곡하게 들어간 악마적인 난이도의 파트입니다.
카덴차가 끝나면 4마디의 짧은 종결부로 끝을 맺습니다.


기타
사실 현재 들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연주는 타르티니가 작곡한 원곡 버전이 아니라 크라이슬러가 피아노 반주와 카덴차를 붙인 편곡 버전입니다. 원곡의 경우 피아노 반주대신 간단한 저음 반주밖에 없죠.
정말 찾기 어렵지만 타르티니의 원곡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피아노 반주 없이 연주합니다. 연주자에 따라서는 반주 없이 바이올린 독주만으로 연주하는 경우도 있죠(타르티니가 꿈에서 들었던(?) 악마의 연주 역시 당연히 무반주였을 테니까요.)

 

바로크 바이올린과 첼로, 하프시코드, 기타로 연주한 오리지널 버전.  당연히 원곡에 없는 크라이슬러의 카덴차도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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