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바로크 음악

비발디는 사계만 작곡한 게 아니다 - 합주 협주곡〈조화의 영감〉

교클 2022. 4. 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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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io Lucio Vivaldi - 〈L'estro Armonico〉 Op.3

비발디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단연 사계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사계는 비발디의 곡뿐만 아니라 모든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이기도 하죠.
하지만 비발디는 사계 이외에도 일평생 500여곡이나 되는 협주곡들을 작곡하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 곡 〈조화의 영감〉(혹은 화성의 영감이라고도 번역합니다.) 역시 그의 협주곡들을 대표하는 명작 중 하나이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적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 〈조화의 영감〉은 비발디가 세 번째로 출판한 작품이자 처음으로 출판한 협주곡 작품집입니다. 
글로벌 흥행을 위해 고향 이탈리아가 아닌 출판업이 발달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판한 이 곡은 비발디의 의도대로 글로벌 히트해서 비발디의 이름을 유럽에 널리 알린 엄청난 히트작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 곡은 제법 유명한 편이고 특히 6번 곡 a단조 협주곡은 바이올린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연습하게 되는 곡이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이 곡은 협주곡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작품입니다.

우선 〈조화의 영감〉 은 비발디 협주곡 특유의 독주악기와 합주의 대비와 화려한 독주악기의 연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작품입니다.

비발디는 합주 협주곡이 주로 작곡되던 당시에 이 곡을 출판하며 독주 협주곡들을 대량으로 수록했습니다. 그는 이후로 거의 독주 협주곡만을 작곡, 출판하였고 협주곡의 대세 역시 점차 독주 협주곡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이전까지의 협주곡은 주로 느림-빠름-느림-빠름의 4악장 형식으로 작곡되었는데 이 곡에서는 맨 앞의 느린 악장을 빼고 빠름-느림-빠름의 3악장 형식의 곡들을 여럿 배치하였습니다. 역시 비발디는 이후 작품들부터 4악장 형식의 협주곡을 거의 쓰지 않았고 협주곡은 3악장이 표준이 되었습니다. 

이런 특징들로 보았을 때 〈조화의 영감〉은 바로크 협주곡에서 고전 협주곡으로 한 발짝 나아가게 된 곡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곡의 뛰어난 음악성과 혁신성은 당대의 여러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는데 그 중에는 독일의 그 유명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도 있었습니다. 그는 이 곡의 악보를 열심히 연구하여 자신의 협주곡에 적극 반영하였을 뿐만 아니라 몇 몇 곡들은 아예 자신의 주특기인 건반악기를 위한 곡으로 편곡까지 합니다. 바흐의 비발디 편곡들은 사후 잊힌 작곡가가 된 비발디가 20세기 들어 다시 부활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안토니오 비발디(1678 ~ 1741)


곡의 분석

 

출판: 1711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악기 구성: 독주부 - 바이올린(1~4대), 첼로 / 합주부 - 바이올린 2부, 비올라 2부, 통주저음

 

앞서 〈조화의 영감〉을 합주 협주곡 모음집이라고 했습니다.
합주 협주곡이란 현대 협주곡의 원형 격 되는 초창기 협주곡 양식으로 모든 악기들이 연주하는 합주부(콘체르티노)와 소규모 악기군인 독주부(리피에노)가 번갈아 가면서 강약의 대비를 이루는 형식입니다. 리피에노 부분이 시간이 지나며 독주로 바뀌면서 지금의 독주 협주곡으로 정착하게 된 거죠.
다만 조화의 영감의 12곡 모두가 합주 협주곡은 아닙니다. 3번, 6번, 9번, 12번은 바이올린 1대만으로 연주하는 독주 협주곡입니다.

곡은 장조 곡 6개와 단조 곡 6개가 번갈아 가면서 등장합니다. 다만 11번곡-12번곡은 순서가 바뀌어서 마지막에는 장조 곡으로 끝나도록 배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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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곡

로베르토 미켈루치 - 이 무지치 연주(이하 동일)

D장조 RV 549. 4대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바이올린 솔로로 시작해서 여러 악기들이 점차 가세하는 방식으로 전개하는 제법 신선한 시도를 보여줍니다. (원래 협주곡은 합주가 먼저 나오고 나서 독주가 나옵니다.)

2곡

g단조 RV 578. 2대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1번곡과 달리 단조곡인데다 느린 서주로 시작하여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협주곡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협주곡 양식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느린 서주가 붙어있는 4악장 형식이었습니다. 〈조화의 영감〉은 과도기적인 곡이라 서주가 붙은 곡과 붙지 않는 곡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3곡

G장조 RV 310.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협주곡. 바흐가 이 곡을 하프시코드 협주곡(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협주곡 스타일의 독주곡입니다.)으로 편곡하였습니다. 1악장의 경쾌한 멜로디가 인상적입니다. 

4곡

e단조 RV 550. 4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2번곡처럼 1악장이 느린 서주로 시작되는 곡입니다.

5곡

A장조 RV 519.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유니즌(전체 악기가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기법)으로 연주하는 행진곡 느낌의 도입부가 인상적인 곡으로 당시에는 12곡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곡이었다고 합니다.

6곡

a단조 RV 356.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협주곡. 〈조화의 영감〉 12곡들 중 가장 유명한 곡입니다. 굉장히 매력적이면서 그리 어렵지 않은 난이도로 스즈키 바이올린 교본과 시노자키 바이올린 교본에 수록되어 바이올린을 배우는 학생들은 한 번 쯤 연주해 보는 곡이죠. 그리고 오래 전 서울시 지하철에서도 이 음악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사족: 〈조화의 영감〉에 수록된 독주 협주곡들은 바흐가 전부 쳄발로 곡으로 편곡을 했습니다.(3번, 9번, 12번) 이 곡만 빼고요. 
그는 이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을까요? 어쩌면 편곡을 했는데 악보가 유실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7곡

F장조 RV 567. 4대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이 곡은 서주가 2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연주자에 따라 이 곡을 5악장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8곡

a단조 RV 522.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바흐가 오르간 협주곡(하프시코드 협주곡처럼 실제로는 협주곡 느낌으로 작곡한 독주곡입니다.)으로 편곡한 곡으로 6번만큼은 아니지만 〈조화의 영감〉중에서 유명한 축에 드는 곡입니다.

9곡

D장조 RV 230.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3번곡처럼 바흐가 하프시코드로 편곡하였습니다. 굉장히 밝고 희망찬 도입부 멜로디가 특징입니다.

10곡

b단조 RV 580. 4대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바흐가 4대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으로 편곡을 한 적이 있는 작품으로 원곡은 물론 편곡된 바흐의 곡 역시 상당히 유명한 곡입니다. 특유의 낭만적이고 정열적인 멜로디가 상당히 매력적인 곡으로 〈조화의 영감〉 중에서 6번 다음으로 인기 있는 곡입니다.

11곡

d단조 RV 565. 2대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바흐가 오르간 협주곡(8번곡처럼 역시 실제로는 독주곡)으로 편곡한 곡입니다. 
특이하게도 〈조화의 영감〉 12곡 중 유일하게 푸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푸가는 1악장 초반부의 짧은 서주 이후 나옵니다.) 때문에 11번곡은 다른 곡들에 비해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이 강한 곡입니다.

12곡

E장조 RV 265.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도입부에서부터 대미를 장식하는 곡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곡입니다. 이 곡 역시 바흐가 하프시코드로 편곡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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