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크로스오버, 대중음악 등

〈비목〉- 호국영령들의 넋을 달래는 가곡

교클 2023. 9. 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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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곡 중 하나인 비목은 적막하면서 애절한 멜로디가 매력적인 곡으로

작사가 한명희 선생님이 쓴 시에 작곡가 장일남 선생님이 곡을 붙인 후 1969년 발표되어 지금까지도 한국 가곡의 대표작 중 하나로 널리 불리우고 있습니다.

민가곡이라고 칭할 만큼 많은 인기를 끈 이 가곡의 명성으로 인하여 강원도 화천군에는 전쟁에서 희생된 무명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비목공원이 조성되었고, 매년 현충일을 전후하여 비목문화제가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강원도 양구 비목공원에 있는 나무십자가 위에 얹혀진 철모를 촬영한 사진.  유주영 作

 

현재는 잘 쓰지 않는 고풍스러운 표현이 가사에 많이 나오기 때문에 짐작을 하기 힘들겠지만 사실 이 곡은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음악입니다.

제목인 비목은 나무로 만든 비(비석, 묘비에 사용되는 한자 )를 뜻하는 단어이며 가사 맨 앞에 나오는 단어 초연은 다름아닌 화약의 연기(硝煙)를 뜻합니다.

작사가인 한명희 선생님은 6.25 참전용사로 젊은 나이에 전장에서 죽어간 전우들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썼다고 합니다.

비목의 가사는 긴박한 전투의 상황에서 급하게 전우의 시신을 파묻은 후 오랜 세월이 지나 팻말의 이름이 비바람에 없어지는 바람에 이름을 알 수가 없게 된 무명용사(전투 중에 사망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군인)들의 한을 기리는 내용입니다.

저는 배경을 모르고 들었을 때는 조금 난해했던 이 곡의 가사가 이런 배경을 알고 나니 곧바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Qfog1ZAdpk 국방 TV 전선야곡)

https://www.youtube.com/watch?v=XeeKRRMC1N8 유튜버 가야금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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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1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2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가곡-〈비목〉, 바리톤 고성현

곡의 분석

작사: 한명희

작곡: 장일남

4/4박자, D장조, Andantino lamentoso(조금 느리고 슬픈 듯이)

전체 16마디로 이루어진 A(ab)B(cb’) 두도막 형식입니다.

조성은 라장조이지만 중간에 감정이 격해지는 부분에서는 나단조로 전조가 이루어집니다.

아주 여리게(pp)로 시작되어 점차 상승하여 11~12마디, ‘두고 온 하늘가에서 최고음이 나오며 악상기호 점점 세게(crescendo), 강하게(f), 음을 충분히(tenuto) 등을 사용하여 감정이 절정에 이릅니다. 이후 다시 처음의 차분한 분위기로 돌아오며 곡을 마무리합니다.

 

곡 자체는 겨우 16마디의 짧은 곡이지만 그 안에서 전조도 이루어지며 셈여림과 크레센도 - 데크레센도의 섬세한 사용으로 감정의 변화가 매우 다채로운 곡입니다

 

 가곡-〈비목〉, 소프라노 신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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