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z Joseph Haydn-Symphony No.45 in f sharp minor <Farewell>

하이든의 교향곡 제45번 <고별>은 곡에 얽힌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1772년, 평소 음악을 좋아했던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여름휴가 차 별궁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이 시간이 너무 즐거웠는지 한참이 지나도 본거지 아이젠슈타트로 복귀하지 않고 별궁에서 머물렀습니다.
1772년 5월에 머무르기 시작한 게 9월이 지나도록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후작을 따라온 궁정악단 단원들은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단원들의 고충은 궁정악장 하이든의 귀에도 들어가게 됩니다.
하이든은 평소 단원들을 자식처럼 아껴 ‘파파’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의 고용주인 에스테르하지 후작에게 음악으로 일종의 묵언시위를 하기로 합니다.
얼마 후 하이든은 새로운 교향곡 한 곡을 작곡하여 후작 앞에서 연주회를 하게 됩니다.
곡은 전반적으로 슬픈 느낌의 곡이었으며 4악장이 연주되는 도중 후작은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됩니다.
4악장이 진행되는 도중 단원들이 하나 둘씩 서서히 자리를 뜨고 무대 뒤로 사라지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바이올린 주자 두 명(하이든 본인과 콘서트마스터 루이지 토마시니)만이 남아 연주를 마무리한 후 그들마저 촛불을 끄고 퇴장을 하였습니다.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이윽고 이 퍼포먼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으며 단원들은 다음 날 아이젠슈타트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파파 하이든의 단원들을 아끼는 마음이 만들어낸 훈훈한 일화입니다.
곡의 분석
조성: 올림 바 단조(F♯ minor)
작곡: 1772년
초연: 1772년 가을
악기 구성: 오보에 2대, 바순 1대, 호른 2대, 현5부(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하이든을 포함한 고전파 시대 작곡가들은 대부분의 곡들을 장조로 작곡하였고 단조 작품은 10개 중 1개가 나올까 말까 하는 수준으로 드물게 작곡하였습니다.
하지만 고별 교향곡을 작곡하던 시기 하이든은 단조 곡을 많이 작곡하였는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이 시기 하이든이 단조 작품을 많이 쓴 건 음악계의 유행을 따라간 것이기도 하였는데 음악사에서는 이 시기의 음악양식을 가리켜 ‘질풍노도양식(Sturm und Drang)’이라고 칭합니다.
질풍노도 양식이란 본래 문학 양식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감정의 다양한 변화와 직설적인 표현을 추구하던 양식인데 이러한 표현을 위하여 단조 조성을 자주 채택하였던 것이죠.
참고로 하이든이 이 교향곡에 채택한 f#단조라는 조성은 정말 파격적인 선택이었는데 음악학자 James Webstar에 의하면 이 교향곡은 f#단조를 채택한 18세기 유일한 교향곡이라고 합니다.
1악장: Allegro Assai(매우 빠르게), F♯ minor, 3/4박자
소나타 양식으로 서주 없이 바로 제1주제가 등장하며 시작합니다. 이 주제에는 격정적인 감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질풍노도 양식의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2악장: Adagio(매우 느리게), A Major, 3/8박자
2악장의 경우 일단 장조곡이긴 하지만 중간에 장조와 단조가 지속적으로 바뀌며 미묘한 우울감이 나타나는 미묘한 느낌의 느린 악장입니다.
3악장: Minuet(미뉴에트), Allgretto(조금 빠르게), F# Major, 3/4박자
전형적인 고전파 시대의 세도막 형식 미뉴에트입니다.
4악장: Presto(매우 빠르게), F♯ minor, 2/2박자 -> Adagio(매우 느리게), A Major 및 F♯ Major, 3/8박자
이 곡이 ‘고별’이라는 재목을 갖게 된 계기가 된 악장으로 처음에는 프레스토로 빠르게 진행되지만 중반쯤부터 Adagio로 템포가 느려지는데 앞서 말했던 단원들의 퇴장 퍼포먼스는 이 아다지오 파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제1 오보에와 제2 호른 → 바순 → 제2 오보에와 제1 호른 → 현5부)
단원들의 퇴장으로 말미암아 곡은 점점 관현악에서 실내악스러운 음향으로 변하며 셈여림도 자연스럽게 데크레센도가 되어 최후에는 바이올린 두 대만 남은 채 피아니시모로 마무리됩니다.
기타
초연 때 4악장에서 단원들이 퇴장을 한 것은 고용주에게 시위를 하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연주회에서는 4악장에서 굳이 연주자들이 퇴장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제 연주회에서는 대부분 퇴장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이게 고증에도 맞고 청중들에게 음악 외에도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아이디어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곡의 연주회에 간다면 일반적인 연주회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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