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낭만파 음악

숭어 VS 송어. 무엇이 정답일까?

교클 2021. 2. 17. 00:02
반응형

이 곡은 미완성 교향곡, 죽음과 소녀, 마왕 등과 함께 슈베르트의 대표곡 중에 하나인데 우리나라에서 제목을 헷깔려 하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바로 슈베르트의 숭어가 맞냐 송어가 맞냐...정답은 무엇일까요?

 

참고로 이름이 비슷한 건 한국어만 그런 거니 외국에서는 당연히 둘을 혼동하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이건 순전히 우리나라만의 문제입니다ㅋ

 

 

(작곡가 슈베르트의 초상)

 

슈베르트의 숭어냐 송어냐? 이 혼동은 정말로 오래된 것으로 무려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ㄷㄷ

일제강점기 시절 어떤 분이 잘못 번역한 것이 수십년을 이어져 온 거죠.

혹시 나이 지긋하신 불페너 분들은 아실 수도 있는 트윈폴리오라는 옛날그룹에서 이 곡의 멜로디를 가져와 <숭어>라는 노래를 부른 적도 있습니다.

 

 

일단 이 곡의 소개를 하면 이 곡은 슈베르트가 강에서 헤험치는 활기찬 숭어 or 송어의 모습과 그 물고기를 잡으려는 낚시꾼의 모습을 묘사한 가곡입니다..

나중에 슈베르트가 피아노 5중주 곡을 쓰면서 앞서 작곡한 가곡의 멜로디를 가져와 썼고 그래서 그 곡에도 같은 제목이 붙었다. 일반적으로는 피아노 5중주 곡으로 더 많이 알려진 편.

 

(가곡 버전. 슈베르트 가곡의 최고 권위자 피셔 디스카우의 노래)

 

(피아노 5중주 버전. 앙상블 디토의 연주)

 

 

이제 이름의 진실에 대한 추리를 해 보겠습니다.

우선 역사, 지리적 상식으로 봅시다.

슈베르트는 19세기 초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입니다. 오스트리아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

사실 당시에 오스트리아는 지금같은 작은 나라가 아니라 넓은 영토를 가진 유럽의 강대국으로 어느정도 바다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슈베르트는 바다와 한참 떨어진 빈에서 활동한 작곡가입니다.

그러면 바다와는 한참 떨어진 곳에 있던 슈베르트가 묘사한 생선은 민물고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시에서도 산지직송으로 바다물고기를 마음껏 볼 수 있는 현대가 아니니...

반응형

 

다음으로 물고기 숭어와 송어를 알아보겠습니다.

숭어는 숭어목 숭어과의 바닷물고기로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까지 있을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물고기이며 회로도 많이 먹는 물고기입니다.

 

 

(좋은 예시...)

 

송어는 연어목 연어과의 민물고기로 얘도 회로 먹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그리 높은 물고기는 아니며(흙냄새가 난다고...) 자연산 고기를 바로 먹으면 기생충 감염의 위험도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산천어가 더 유명할 듯

(이 오래된 혼동에는 송어가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물고기라는 것도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

 

아무튼 결론은 슈베르트가 묘사한 물고기는 민물고기인 송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숭어와 송어)

 

 

결정적으로 슈베르트가 붙인 독일어 제목을 번역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작품 제목은 Die Forelle. (Die는 영어의 The 같은 관사)

숭어는 독일어로 : Meeräsche

송어는 독일어로 : Forelle

 

결론은 나왔습니다. 정답은 슈베르트의 가곡 & 피아노5중주 <송어> 가 맞습니다.

 

 

참고로 이 유서깊은 혼동은 교과서에까지 오류를 냈는데 수십년동안 피아노5중주 <숭어>라는 제목으로 적혀저 우리에게 잘못된 정보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무려 2000년대 후반까지도 이런 잘못된 제목으로 떡하니 적혀있었죠.(저도 당시 숭어로 배움)

다행히 요즘 교과서에서는 드디어 교정이 된 상태.

 

(위: 7차교육과정, 아래: 2015 개정교육과정. 당신이 이 곡을 숭어라고 배웠다면, 당신은 아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