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석/바로크 음악

광란의 춤곡 - 〈라 폴리아〉

교클 2021. 10. 8.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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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ngelo Corelli - Violin Sonata Op.5 No.12 La Folia

 

클래식 음악을 찾아보면 라 폴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곡들을 여럿 찾을 수 있습니다.

라 폴리아는 스페인-포르투갈의 춤곡에서 유래하였는데 포르투갈어로 광란정도의 뜻으로 특정한 멜로디(정확히는 화성 진행)를 가지고 작곡한 음악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15~16세기 즈음부터 라 폴리아에 대한 기록이 존재하며 현재 우리가 아는 멜로디와 화성진행을 갖춘 완벽한 형태의 곡을 최초로 작곡한 사람은 프랑스의 장 밥티스트 륄리입니다. 이후 코렐리, 비발디 등이 라 폴리아를 작곡하였고 스카를라티, 바흐, 헨델 등의 작곡가도 라 폴리아를 인용한 곡을 작곡하였습니다.

라 폴리아 자체는 바로크 시대에 주로 작곡되었지만 라 폴리아의 주 선율은 바로크 시대가 지나간 이후에도 수많은 작곡가들을 매혹시켜 리스트나 라흐마니노프 같은 낭만파 시기 작곡가들까지 이 멜로디를 이용하여 피아노 곡을 작곡하였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바로크시대부터 현대까지 150명이 넘는 작곡가가 이 멜로디를 인용하여 작곡하였다고 합니다.

 

(헨델-하프시코드 모음곡 4번 중 사라방드. 여러 영화, 드라마에서 BGM으로 사용하여 유명한 곡인데 이 곡도 〈라 폴리아〉의 일종입니다.)

 

(리스트-스페인 랩소디, 손열음 연주)

 

(라흐마니노프-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반젤리스-영화 〈1492 콜럼버스〉 중 〈Conquest of paradise〉. 심지어 이 유명한 영화음악도 라 폴리아의 화성진행을 이용하여 작곡하였습니다.)


 

 

코렐리의 라 폴리아는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Op.5 12번으로 조성은 라단조이며 소나타라는 명칭과는 달리 실제로는 주제와 23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변주곡입니다.

주제는 느리고 장중하지만 광란이라는 이름답게 뒤로 갈수록 당시 음악 치고는 상당히 격렬하고 정열적으로 변하는 곡입니다.

이 곡은 코렐리의 곡 중에서 가장 유명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작곡가들이 작곡한 라 폴리아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으로 라 폴리아라고만 해도 코렐리의 곡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위에서 언급한 라흐마니노프가 대표적. 코렐리가 작곡한 멜로디가 아닌데도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아르칸젤로 코렐리(1653-1713)

 

현재 찾아볼 수 있는 코렐리의 라 폴리아는 크게 3가지 버전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코렐리가 작곡한 악보 그대로의 원전연주로 바이올린과 통주저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통주저음 악기는 기본적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악기를 임의로 사용 가능한데 현재 가장 많이 보이는 악기구성은 바이올린+비올라 다 감마(현재는 쓰지 않는 악기라 첼로로 대체하기도 합니다.)+하프시코드입니다. 주로 원전연주를 지향하는 연주자들이 이 버전을 연주합니다.

코렐리 - 라 폴리아. 조르디 사발 연주

 

두 번째는 크라이슬러 편곡 버전으로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려운 기교들을 많이 추가했고 원곡에 없는 카덴차까지 추가해서 난이도가 매우 높아짐과 동시에 원곡과는 별개의 곡 수준으로 달라진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크라이슬러 버전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원곡의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싹 사라지고 그저 그런 낭만파 바이올린 곡이 되어버린 편곡이라 생각함). 원전연주에는 딱히 관심이 없는 일반적인 현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많이 연주하곤 합니다.

코렐리-라 폴리아(크라이슬러 편곡),이자크 펄만 연주

 

세 번째는 바이올린 교본으로 유명한 스즈키 신이치 편곡 버전으로 스즈키 교본 6권에 수록되었습니다. 원곡에 비하면 쉬운 편이며(물론 쉬워졌다 해도 바이올린 꿈나무들을 고생시키는 난곡입니다;;) 실제 연주회장보다는 학생용 콩쿠르에서 많이 연주됩니다. 교육용 답게 학생들이나 강사들이 주로 연주합니다.

코렐리-라 폴리아(스즈키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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