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음악 분석 63

홀로코스트의 증언 - 쇤베르크의 〈바르샤바의 생존자〉

Arnold Schönberg- 〈A Survivor from Warsaw〉 독일 태생의 유대계 미국인 작곡가 쇤베르크가 작곡한 칸타타인 〈바르샤바의 생존자〉는 1943년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 봉기의 유대인 생존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라 불리는 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저항음악입니다. (이 곡의 배경이 된 바르샤바 게토 봉기에 대해서는 링크 참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1141497747450) 곡을 듣고 있으면 금관악기들의 무겁고 날카로운 불협화음으로 만들어낸 억압적인 분위기, 독일인 장교의 폭력이 동반된 강압적 명령, 그리고 그 아래에서 공포에 떨며 합창을 하는 유대인들의 모습이..

표제음악의 정석-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서곡

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 Bartholdy - The Hebrides(Fingal's Cave) overture 독일의 전기 낭만파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의 연주회용 서곡인 〈핑갈의 동굴〉은 그야말로 아주 모범적인 표제음악의 전형을 보여주는 곡입니다. 1829년 4월 영국으로 여행을 떠난 멘델스존은 절경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북쪽 헤브리디스 제도를 들렸습니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한참을 항해한 끝에 마침내 눈앞에 드러난 핑갈의 동굴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광경이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짧은 악상을 스케치하였고 이후 여행에서 돌아와 본격적으로 그 때의 광경을 떠올리며 곡을 작곡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곡이 바로 핑갈의 동굴(헤브리디스) 서곡입니다. 핑갈의 동굴 서곡은 파..

졸고 있는 청중을 깨우는 곡 - 하이든의〈놀람 교향곡〉

Franz Joseph Haydn - Symphony No.94 in G Major H.1/94 〈Surprise〉 이 곡은 100개가 넘는 교향곡을 작곡하며 교향곡 형식을 확립시킨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의 가장 유명한 교향곡이며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특히 재미있고 기발한 곡으로 유명합니다. 놀람이라는 제목은 2악장 중간에 포르티시모(ff.매우 세게)로 크게 연주하는 부분 때문에 붙은 별명인데 그 전에 정말 조용하게 연주하다 갑자기 음량이 커지기 때문에 처음 듣는 사람은 제목 그대로 깜짝 놀라게 되죠. 저 역시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이 곡을 들으며 깜짝 놀랐던 기억을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이든은 온화하면서 유머감각 있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그의 성향이 잘 들어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노르웨이 협주곡 -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

Edvard Hagerup Grieg - Piano Concerto in a minor Op.16 강렬한 도입부로 유명한 이 곡은 페르 귄트 모음곡과 더불어 그리그의 양대 대표작 중 하나이자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유명하고 자주 연주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리그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인 이 곡은 겨우 25살 때 작곡하였습니다. 그리고 초연 후 엄청난 인기를 끌어 신예 작곡가였던 그의 이름을 널리 알렸고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유명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이 곡은 당대 피아노계의 최고 권위자였던 프란츠 리스트의 극찬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대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그의 후원은 아직은 신인 작곡가였던 그리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죠. 이 곡은 작곡가 본인의 목표였던 노르웨이 고유의 민속음악을 ..

대영제국을 상징하는 곡 -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Sir Edward William Elgar - 〈Pomps and Circumstance Marches〉 영국은 물론 지금도 강대국이지만 19세기~20세기 초에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을 가진 세계 초강대국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명성이 무색하게 클래식 작곡 쪽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인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드디어 영국에서 자랑할 만한 작곡가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 사람은 에드워드 엘가입니다. 그리고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가 작곡한 이 곡은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는 유명한 곡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며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그 곡이 지금 소개할 위풍당당 행진곡입니다. 이 곡의 영어 제목인 〈Pomps and Circumstance〉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오셀로에서 인용한 단어로..

5.18을 묘사한 클래식 음악 - 윤이상의〈광주여 영원히〉

Isang Yun – 〈Exemplum, in memoriam Kwangju〉 윤이상 - 〈광주여 영원히〉 1980년 5월 전라남도 광주시에서 전두환의 군사독제에 맞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납니다. 안타깝게도 이 시위는 결국 계엄군의 총칼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으며 잔혹하게 진압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그 유명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입니다. 당시 서독에 있던 작곡가 윤이상은 이 소식을 듣고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비극이 조국에서 일어나고 있음에 경악하다 못해 잠을 이루지도 못하고 정신을 잃을 뻔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서독 쾰른의 WDR방송으로부터 작품을 위촉받았는데 그는 이 때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곡을 쓰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윤이상 선생은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정의와..

비발디는 사계만 작곡한 게 아니다 - 합주 협주곡〈조화의 영감〉

Antonio Lucio Vivaldi - 〈L'estro Armonico〉 Op.3 비발디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단연 사계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사계는 비발디의 곡뿐만 아니라 모든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이기도 하죠. 하지만 비발디는 사계 이외에도 일평생 500여곡이나 되는 협주곡들을 작곡하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 곡 〈조화의 영감〉(혹은 화성의 영감이라고도 번역합니다.) 역시 그의 협주곡들을 대표하는 명작 중 하나이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적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 〈조화의 영감〉은 비발디가 세 번째로 출판한 작품이자 처음으로 출판한 협주곡 작품집입니다. 글로벌 흥행을 위해 고향 이탈리아가 아닌 출판업이 발달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판한 이 곡은 비발디의 의도대로 글로벌..

손가락 테스트(?)용 작품 - 림스키코르사코프의〈왕벌의 비행〉

Никола́й Андре́евич Ри́мский-Ко́рсаков - 〈Сказка о царе Салтане〉 'Полёт шмеля́' Nikolai Andreyevich Rimsky-Korsakov - 〈The Tale of Tsar Saltan〉 'Flight of the Bumblebee' 일반인들에게는 빠르고 어려운 클래식 곡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이 곡은 러시아의 국민악파 작곡가 모임 ‘러시아 5인조’중의 한 명인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곡입니다. 이 곡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술탄 황제 이야기〉의 3막 1장에 수록된 간주곡입니다. 곡이 등장하는 장면은 백조가 벌떼의 공격을 받는 상황으로 벌떼의 윙윙거리는 모습과 긴박한 백조의 모습을 잘 묘사한 곡입니다. 사실 오페라 자체는 인기..

우아한 슬픔 -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Wolfgang Amadeus Mozart-Symphony No.40 in g minor K.550 “이 곡에는 천사의 음성이 들린다!” 이 곡을 들은 슈베르트는 이렇게 말을 하였다고 합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대표하는 명곡인 40번은 특유의 우아한 멜로디로 많은 인기를 끄는 곡입니다. 이 곡은 41번 교향곡까지 작곡한 모차르트의 단 둘 뿐인 단조 교향곡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두 개가 그의 교향곡 중 가장 인기 많은 곡들이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단 두 개 뿐인 단조 교향곡이라는 희소성이 신선하게 느껴져 곡의 인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지닌 곡들이라는 점이 더 크지만 말입니다. 이 곡은 그가 죽기 3년 전 빈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작품으로 그의 작..

전쟁이 낳은 음악의 대서사시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레닌그라드〉

Dmitri Dmitriyevich Shostakovich - Symphony No.7 in C Major Op.60 〈Leningrad〉 Дмитрия Дмитриевича Шостаковича - Симфония № 7 до мажор соч. 60 «Ленинградская»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는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 중 하나이자 당대 소련의 자랑이었던 국가적인 인재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결코 평화롭지는 않았는데 일생동안 스탈린에 의한 두 번의 숙청의 칼날을 가까스로 피했고 또 그 사이에는 수천만 명이 죽은 제2차 세계대전이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교향곡 제7번 〈레닌그라드〉는 이 거대한 전쟁의 한복판에서 작곡한 곡입니다. 쇼스타코비치가 30대 중반이던 ..

반응형